친구라는 것은 잡으려면 멀어지고 놓으면 더 멀어지는 존재 같아. 이 우주에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서운할 것 없어.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걸. 우리는 결국 너의 세계, 나의 세계 그 테두리 어디쯤에서 만나 잠시 스쳐가는 이들을 친구라고 부르지. 모든 사람은 외롭다는 말이야. 그래도 끝날 땐 고마웠다고 말하며 아주 잘 헤어지자. 같은 궤도를 돌다 다시 만날지도 모르니까.
중학생이 된 나나는 옥이라는 친구를 사귀었다. 졸업을 한 해 앞두고 전학을 왔는데 머리는 덥수룩했고 옷은 화려하나 촌티가 풀풀 풍겼다. 나나보다 키가 더 작았고 공부를 정말 못했다. 그래서인지 한 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옥이에게는 친구가 없었고 나나는 자신보다 외로운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여름이 가까워 풀벌레 소리가 요란한 밤이면 옥이는 자주 나나를 찾아왔고 둘은 놀이터 미끄럼틀 가장 높은 곳에 앉아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옥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도 전학을 정말 많이 다녔다고 했다. 태어난 곳을 한 번도 벗어나 본 적 없는 나나는 옥이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 신기하게 들렸다. 옥이는 주로 전학 오기 전 만났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나나는 ‘진짜?’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옥이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도시마다 친구가 있는 셈이었다. 옥이의 남자들은 대부분 옥이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옥이는 그들을 모두 친구라고 통칭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자신을 예뻐하고 좋아해서 방학이 되면 놀러 오길 기다린다고 했다. 나나는 이 세상에 자신도 그렇게 좋아해 줄 사람이 생길까 생각하다가 만약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온몸이 녹아버릴 것처럼 달콤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래서일까?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 옥이는 행복해 보였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개학을 했지만 옥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결석한 옥이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아무도 그녀에 대해 묻지 않았다. 나나는 옥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녀의 집도, 전화번호도 몰랐다. 자신의 마을로 옥이를 부른 후부터 항상 옥이가 나나를 만나러 왔기 때문이다. 옥이가 학교에 오지 않은 지 사흘째 되던 밤에 그녀가 나나를 찾아왔다. 둘은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 앉았고 옥이는 슬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즐겁게 놀고 왔을 뿐인데 경찰서에서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나야 했다고 했다. 나나는 어디서부터 옥이의 말을 못 알아듣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옥이는 울면서 변명 같은 말들을 계속 쏟아 내었다. 어제 경찰서에 있는 그녀를 할머니와 선생님이 찾아왔고 선생님은 일단 내일부터 다시 학교로 나오라고 했다고 했다. 나나는 흐느끼는 옥이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실 나나는 옥이가 갑자기 찾아왔을 때부터 겁을 먹고 있었다. 아니 옥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고 모두가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려할 때부터 그랬다. 옥이는 다시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디로 갈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나나는 옥이가 자신에게 같이 떠나자고 할까 봐 긴장이 되었다. 그래서 끝끝내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고마워. 그래도 네가 나의 가장 유일한 친구였어.”
그 말을 남기고 옥이는 가로등 불빛 너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가는 곳이 그 밤의 어둠보다 더 어두울지 모른다. 하지만 나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잡는 시늉도 하지 못했다. 옥이를 잡았다가 자신이 옥이의 세계로 끌려 들어갈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옥이는 결국 다시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옥이가 떠난 자리에는 그녀에게서 들은 것과 전혀 다른 이상한 소문만이 남아 있다 사라졌다. 하지만 나나에게는 ‘네가 유일한 친구였어.’라는 말이 마음 한구석에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