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hew 21:12
큰 성으로 가는 대로가 있었다. 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서 사람들은 그 길을 통해 성에 자주 드나들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길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사람들이 많이 드나듦을 알고 길 가운데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작은 손수레만 놓고 물건들을 팔았다. 성으로 가던 사람들은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적당히 그를 피해 지나갔다. 그러나 그들 중에 어떤 용기 있는 자는 그에게 길을 막고 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되려 화를 내며 그 사람을 마구 때려서 보냈다. 또 다른 이는 앞서 간 자가 맞는 것을 보며 겁이 나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는 손님들에게는 매우 친절했지만 그에게 불평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가만 두지 않았다. 성으로 가던 사람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를 피해 좁은 길을 조심스레 지나갔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건들지 못했고 좁아진 길로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거나 가던 길을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며칠 후 그는 손수레 대신 트럭을 가져와 길을 막고 장사를 이어갔다. 길은 점점 더 좁아졌다. 그의 자리가 길을 거의 다 차지할 지경이었지만 아무도 감히 그에게 길을 비켜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가져온 물건들에 정신이 팔려 성으로 가는 것을 잊고 물건들을 잔뜩 구경하다 갔다. 그는 타고난 장사꾼처럼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더욱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장사치의 환심을 사고 싶어 비싼 돈을 아낌없이 내어놓기 시작했다. 그들은 좀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물건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길게 늘어섰고 남보다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급기야 물건을 파는 장사치의 높은 안목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눈 밖에 날까 봐 그가 조금이라도 언짢아할 만한 말을 하지 않았고 터무니없이 비싼 물건값을 치르면서도 불평하지 않았다. 장사가 잘 되자 그는 아예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일할 사람들을 고용했다. 장사는 고용된 사람들이 도맡아 했고 그는 황금빛 소파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부러우면서도 두려웠기에 아무도 그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곳이 원래 길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잊기 시작했다. 성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아이들에게 성의 존재와 가는 길을 가르치는 어른도 사라졌다. 대신 어른들은 그가 어떻게 이 맨땅을 일구고 성공을 거두었는지 아이들에게 알려 주었다.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조차도 대부분 그렇게 믿어 버렸다. 그것이 안전했기 때문이다.
가게를 지은 그는 그 옆에 근사한 집까지 지어 마을 사람들을 초청하고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살진 소를 잡아 맛있는 음식을 나눠 주고 헐벗은 이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으며 멋진 연설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사람들은 날로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의 공로를 높이 사 마을 입구에 동상을 세우자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이제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없음은 물론이고 길 끝에 성이 있다는 것까지 기억하는 이들도 사라졌다. 일부 순례자들이 옛 길을 기억하고 찾아와 지나려 할 때 그는 재빨리 그들을 집으로 불러 환대하며 그들의 길을 막았다. 성을 향해 가던 순례자들은 목적지를 포기하고 그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다 돌아갔다.
어느 날, 성의 주인이 아들을 그곳으로 보냈다. 사람들은 성을 방문한 것이 너무 오래되어 그가 성에 사는 주인의 아들인 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주인의 아들은 길에 세워진 화려한 건물과 물건들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곳은 성으로 가는 길이니 이 불법한 건물들을 당장 치우시오. 내 아버지의 성에 누구든 들어갈 수 있게 길을 막지 마시오!"
모든 사람들이 장사치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성 주인의 아들을 알아보았지만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진 것을 다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 놈이 내 돈과 권력을 빼앗으려고 거짓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오. 다들 속지 말고 우리의 가진 것들을 지켜냅시다. 내가 사는 이 큰 건물이 진짜 성이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환호했다. 그리고 그 아들을 잡아 가두고 죽여 버렸다. 그렇게 그들은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죽임 당한 그가 성의 아들인 것을 믿었고 그 소문은 빠르게 번져 나갔다. 장사꾼은 소문을 없애기 위해 그 추종자들을 잡아들였으나 그럴수록 소문은 더 번져 나갔다.
어느 날 성의 주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황금빛 옷을 입었고 커다란 광채가 그의 주변에 가득했으므로 누구도 그가 성의 주인인 것을 부인하지 못했다.
"내가 뭇사람들을 위해 값을 주고 밭을 사서 길을 내고 너를 이 길의 관리인으로 세웠더니 너는 내 임금을 받아 이 길 위에 너의 집을 세웠구나. 또한 내가 보낸 아들을 죽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로 오는 것을 막았도다. 너로 인해 이곳에 주저앉아 있는 자가 몇이며 돌아간 자는 또 얼마이냐?"
그는 성의 주인이 보낸 그 길의 관리인이었던 것이다. 화가 난 주인은 그 집과 가게와 물건들을 부수어 가루를 내고 그곳에서 함께 장사하던 자들을 아주 먼 곳으로 쫓아내 버렸다. 그곳에서 그들은 슬피 울며 영원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