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를 오픈하는 날은 별다른 이벤트도 리본을 잔뜩 매단 화환도 없었다. 나는 처음부터 장사에 크게 욕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쉬고 싶어 이곳으로 내려왔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가게라도 해야 잡생각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만 잔뜩 서가가 채워졌고 카페라고는 했지만 메뉴가 다섯 손가락으로 꼽힐 만큼 적었다. 손님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내가 숨어 지내기 위한 위장 공간에 가까웠다. 그래도 좁은 동네에서 하는 장사이니 밉보이면 안 되겠다 싶어 떡집에서 떡만 맞춰서 오는 손님들에게 주기로 했다. 인테리어를 해준 작업자들이 조명과 에어컨 작동 유무등을 최종적으로 점검해 주고 간 뒤 처음으로 이 가게에 들어온 사람은 유진이었다. 그는 소담스럽고 작은 화분 두 개를 가지고 왔다.
“일단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화분을 사 왔어. 율마야.”
“나 식물 같은 거 못 키워. 예쁘긴 하다. 고마워.”
내가 멀뚱하게 그대로 서 있자 그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카운터 아래에 자리를 만들어 화분을 두었다. 흰색 도자기 화분에 미니 나무처럼 생긴 연둣빛 식물이 주변과 잘 어울렸다.
“햇빛은 이 정도가 좋겠고 에어컨 바람은 직접 쐬지 않는 게 좋아. 물은 흙이 말랐다 싶으면 한 번씩 주고 화분 받침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은 안 좋아. 뿌리가 썩을 수 있거든.”
“오래 살아 있을 거라고는 장담 못해.”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곳에서 나 빼고 유일한 생명체의 등장이지만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나는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미안하다.”
“뭐가?”
“너 말고 이 화분한테 미안하다고.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 데려 왔네.”
이 지독한 어색함. 나는 언제 미안하다고 말하지? 빨리 자수하고 편하게 좀 지내자.
“미안해.”
“응? 뭐가?”
“아니, 화분한테. 내가 네 주인 되어서 미안하다고.”
기회였는데 놓쳤다.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유진이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혼자 일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괜히 화분 옆에 쭈그려 앉아 흙을 만지작거렸다. 은은한 레몬향이 났다.
“좋은 냄새나는데?”
“그렇지? 자연 방향제야. 공기 정화도 되고.”
유진이 화분을 들었던 손을 가볍게 털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커피는 핸드드립이야?”
카운터 뒤편으로 카페 메뉴를 위한 작은 주방이 있었는데 모든 도구들이 새것인 것을 자랑하듯 유난히 반짝거렸다.
“응. 기계를 들일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책 읽는데 소리가 시끄러울까 봐. 커피 내려줄까?”
“내려본 적은 있어?”
그도 손 한 번 타지 않은 듯한 새것들을 보니 내가 못 미더운가 보다.
“당연하지. 연습 많이 했어. 첫 손님이니까 시식 겸 해서 한 잔 내려 줄게. 기다려.”
내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는 천천히 가게 안을 들여다보며 간혹 튀어나온 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구석에 모아 둔 빈 택배 박스들도 테이프를 다 떼어내고 납작하게 접어 한 곳에 모아 두었다.
‘왜 저래? 원래 저런 애였나?’
나는 유진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이 오다가다 놀려도 아무 말하지 않던 소심한 녀석이 분명 아니었다. 그가 이리저리 가게를 둘러보고 자잘한 것들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약간의 든든함도 느꼈다. 고향이라도 낯설기만 한 곳에서 유진을 만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이야 다음에 술 한 잔 하게 되면 술김에 풀어보지 뭐.
“이 떡은 개업 떡이야?”
“어? 응. 손님들 오면 나눠 주려고.”
“먼저 떡을 돌려야 손님들이 오지. 있어 봐.”
그는 옆에 놓인 일회용 접시를 테이블 위에 몇 장 깔더니 그 위에 개별포장된 아기 손바닥만 한 떡을 두 개씩 담았다. 그리고는 떡접시를 몇 겹으로 쌓아서 두 손으로 들고 어깨로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창문 너머로 가게마다 돌며 떡을 돌리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뭘 저렇게까지 해? 혹시 나를 좋아하나?’ 나는 주둥이가 가늘고 긴 포트를 드립퍼 위에서 빙빙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 그는 우리 가게에 거의 오지 않았다. 장이 서는 날 짧게 들르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갈수록 뜸한 일이 되었다. 대신 동네 아주머니들이 와서 그에 대한 소식을 다 알려 주고 갔다. 빵집에 대한 입소문이 점점 퍼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그동안 내 작은 북카페는 오일장이 열릴 때마다 온 동네 아낙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시골 사람들이 커피 마시는데 돈을 쓰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안 그래도 손이 느린 내가 커피를 한 잔 한 잔 내리고 있는 게 답답해 보였는지 자주 와서 익숙해진 여자들은 아예 주방까지 쳐들어 와 손수 커피를 내려 먹었다. 조용히 차 마시며 책 읽는 공간을 차리려던 나의 꿈은 장이 설 때마다 깨졌다. 시장 끝에 진짜 다방 간판을 떼지 않은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남자들이, 여기서는 여자들이 아지트를 삼은 듯했다. 한 가지 내 예상이 비껴가지 않은 사실은 그들이 역시 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기세에 오히려 책들이 부끄러움을 탔다.
“새촌마을 빵집이 그렇게 잘 된다며?”
“말도 마. 주말 되면 차들이 막 엄청 많이 들어가고 나가고 한다니까.”
“이 시골까지 다들 어떻게 알고 온대?”
“요즘 젊은 애들은 인터넷으로 다 하잖아. 인터넷 보고 온대.”
“박영감이 손주 하나는 잘 키우고 갔네. 어릴 때는 영 애가 사흘에 피죽 하나 못 먹은 것처럼 곯아서 못 보겠더니 저렇게 잘 돼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어?”
“잘 돼서 돌아온 게 아니고 돌아와서 잘 된 거지. 빵만 잘 파는 게 아니라 일요일마다 만든 빵을 저기 보육원이랑 경로당 같은데 쫙 돌린대. 젊은 사람이 어찌 그리 생각이 깊은지, 그렇게 나눠주고도 내색 한번 안 한다니까. 누가 시집갈는지 그 총각이랑 결혼하는 여자는 노났네 노났어.”
“그럼. 돈 잘 벌지, 인성 좋지, 인물도 그만하면 괜찮지. 참, 카페 사장 그 총각이랑 한동갑이라고 안 했어? 둘이 좀 잘해보지?”
정말 지긋지긋했다. 그 한동갑이라는 소리, 잘해보라는 소리, 땡잡는 거라는 소리…. 나는 남자한테 기대어 팔자 펴고 싶어 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조용히 지내고 싶어 내려온 고향에서 난 절대로 조용히 살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유진에 대한 칭찬을 줄기차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미묘하게 나와 연결되었다. 당장 결혼추진위원회라도 구성할 기세다. 그렇게 연결시키고 싶으면 비교라도 하지 말든가 그들은 유진의 빵집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 가게를 쓱 훑어보았다. 그들의 눈길을 따라 내 가게의 모든 비품들이 움츠러들었다. 비교와 경쟁에 지쳐 선택한 귀향에서조차 나는 이전까지 보다 더 한 비교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도 하필 유진이랑. 늘 지루하게 반복되는 시골 생활에서 나와 유진의 이야기는 그들의 재밋거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남녀관계만큼 말하기 좋고 짜릿한 게 또 있으랴. 그들의 바람과 달리 내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그들은 점점 더 노골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모이기만 하면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인지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인지 모를 이야기들을 한참 떠들다 여전히 반응 없는 나를 몇 번 더 쳐다보며 가게를 나갔다. 그들의 이야기 중에는 진실이 아닌 것들도 섞이기 시작했다. 가령 유진이가 어릴 때부터 영특했다거나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유진을 따라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말은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발끈하는 나를 보고 그들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응했다. 기어이 나를 도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아줌마, 누가 누굴 꼬셔요? 제가 뭐가 아쉬워서.”
“아님 왜 멀쩡한 직장 때려치우고 이 시골까지 내려왔대? 저번에 개업식 할 때도 유진이만 불렀다면서? 떡 돌리는 것도 시키고.”
기가 막히고 꼭지가 돌 일이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다 이런가? 순하고 푸근한 고향의 품을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다. 이 여자들은 나와 유진을 연결시키고 싶은 게 아니라 유진과 친구 사이인 내게 질투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자존심을 무참히 꺾어 방해를 놓고 싶은 것이다. 이쯤 되니 유진이 내 가게에 더 이상 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유진의 빵집에 가서도 이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을 터였다. 그가 만약 우리 가게에 오거나 내가 그의 빵집에 들르기라도 하면 다음 날 어떤 소문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어릴 적 나의 말실수에 대해 그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시간이 갈수록 글짓기 대회에 졌을 때보다 더 큰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험하고 뜨거운 감정 사막을 걷고 있을 때 유진의 빵집은 푸르고 싱싱한 길만 골라 걷고 있었다. 다음 해에 유진은 빵집 옆에 카페를 하나 더 지었다. 게다가 빵집 앞의 넓은 논을 다 사들여 밀과 보리를 심는다고도 했다. 직접 심은 밀과 보리로 빵을 만들겠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야망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더 대단한 녀석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이 시끄러운 아줌마들이 차라리 유진의 빵집, 아니 카페로 다 몰려 가길 기대했다. 거기 가서도 여기처럼 내 이야기를 유진에게 전할까? 유진은 내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어찌 되었건 나의 기대는 반은 그렇게 되었고 반은 그렇지 못했다. 유진이 카페를 운영하고부터 확실히 손님이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장날이 되면 이곳도 각 마을에서 올라온 소식들을 전하고 나르느라 시끌벅적했다. 유진의 빵집에 대한 소식은 그중 늘 최고의 조회수를 자랑했다.
“어느 날은 동창이라는 여자애가 야사시한 옷을 처 입고 빵집에 와서 한참 얘기하고 갔대.”
“어떤 부자가 와서 어마어마한 가격에 빵집 팔라고 했는데 총각이 안 판다고 딱 거절했대. 할아버지랑 살던 집이라서 안된다고.”
“어떤 방송국에서 와서 빵집 찍어가겠다고 했는데 사장이 안된다고 했대.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 간다고.”
듣기만 해도 배 아픈 소식들 뿐이었다. 그중에는 유진의 미담도 심심찮게 섞여 있었다. 주로 어디 어디에 빵을 무료로 전달했다거나 얼마만큼의 돈을 병원에 기부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이미 지칠 만큼 시달렸던 터라 그런 훈훈한 소식마저도 듣기가 거북해졌다. ‘그 정도 돈 벌면 나라도 여기저기 기부하겠네’ 혼자서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도 마음은 영 편해지지 않았다. 사람이 잘못한 게 없는 데도 미워진다는 이야기가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내가 싫어서 최대한 그에 대한 생각이라면 어떤 모양이라도 내 삶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의 성공이 나의 실패를 더 부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더욱 불안한 것은 유진에 대한 내 마음의 정체를 나조차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은 이따금씩 그의 빵집에 머무를 때가 있었다. 처음 거기에 찾아갔던 날이나 개업식에 와서 화분을 주고 떡을 돌려주던 그의 모습, 혹은 읍에 왔던 그가 잠깐 들러 인사하고 갔던 순간들까지. 그 기억들은 갓 나온 폭신한 식빵처럼 마음 한구석 가장 따뜻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그가 놓고 간 율마를 여전히 죽이지 않고 잘 키우고 있었다. 그가 우리 가게에 오지 않을 때 나는 내가 빵집을 찾아가는 상상을 여러 번 했다. ‘빵이 맛있더라고’, ‘우리 동네 보러 들른 김에’, ‘우리 카페에도 빵을 팔아볼까 하고.’ 등등 내가 생각해 놓은 이유들은 충분히 많았다. 그러나 CCTV보다 무섭고 빠른 동네 사람들의 눈에 그들의 말처럼 ‘꼬시러’ 가는 여자로 보이기는 싫었다.
‘내가 왜? 유진이가 나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내가 왜? 모르시나 본데요, 원래 학교 다닐 때 제가 훨씬 더 잘 나갔고 유진이는 왕따 비슷했거든요? 땡잡는 거는 무슨, 제가 어떤 대학 나왔고 어디서 근무했는지 아시면 그런 말 못 하실걸요?’
날이 갈수록 유진의 빵집은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빵집 앞 논을 다 샀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빵집 앞으로 보리와 밀이 자라기 시작했고 계절 따라 청보리밭과 황금 밀밭을 보러 온 사람들로 마을 입구가 온통 주차장으로 변해 버리기도 했다. 인터넷에 살짝 검색만 해도 유진의 빵집에 대한 후기와 사진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간혹 유진의 사진도 끼어 있었다. 구워진 빵을 꺼내 오는 모습, 수줍게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손님들 셀카 사진 뒤로 스쳐 가는 모습까지. 나는 천천히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반가움과 상실감을 함께 느꼈다. 그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곳이 내가 떠나온 도시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