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달이달꿈

유진이의 빵집(4)

by 최여름

다음 해, 내가 이곳에 내려와 맞이한 세 번째 그 가을에 나는 덮어두듯 도망쳐 나온 이전의 현실로부터 내가 완전히 분리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전남편이 나의 부모님을 대동하고 가게로 불쑥 찾아왔다. 몇 번의 통화 거절이 그들을 이곳까지 불러오게 한 것이다. 그들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말을 맞춰 내 잘못을 들추어내었고 그럼에도 선심 쓰듯 예전의 내 자리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전남편은 이후 사흘이 멀다 하고 다시 찾아와 모든 것이 나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기다린다는 말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방문은 예고가 없었고 예의조차 없었다. 손님이 있든 없든, 내가 들을 준비가 되었건 그렇지 않건 자기 할 말만 쏟아내었고 마지막엔 항상 화를 내며 문을 세게 닫고 사라졌다. 그의 방문이 시작된 날부터 나의 생활은 바닥까지 깨어졌다. 결국 잠깐 변호사의 아내였던 내가 그에게 배운 법 조항 몇 개를 들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나서야 그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떠났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것들은 많았다. 읍내 모든 사람들이 내가 결혼했었던 것과 그가 바람을 피워 이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남일에 관심도 없고 장사하는 사람 답지 않게 살갑지도 않은 내가 우울증과 히스테릭한 성질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도 소문이 퍼졌다. 그럴 줄 알았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부모님의 등장으로 내가 예전에 잘 나갔던 전설적인 감나무집 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기억하게 된 사람도 있었다. 과거의 영광은 고스란히 동정 혹은 칼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가게 문을 닫았다. 지금 당장 내가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문을 닫는 것뿐이었다. 언제까지 문을 닫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아니 이대로 폐업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폐업이 별 건가, 다시 문을 열지 않으면 폐업인 거지. 가게가 망하거나 주인이 망하거나.

유진이 나를 다시 찾아온 것은 가게 문을 닫은 지 일주일쯤 되는 어느 저녁이었다. 나는 카페 안쪽에 딸린 작은 방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가게 문을 닫아도 항상 그 안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끔 나를 보러 온 인정 많은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곤 했지만 나는 어떤 위로나 충고도 다 폭력처럼 느껴질 것 같아 절대로 문을 열지 않았다. 나를 열심히 깎아내리던 사람들이 그러지 않아도 내가 충분히 바닥에 있는 것이 불쌍했는지 닫힌 문을 향해 ‘힘내라’,‘괜찮다’,‘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등등의 말들을 크게 외치고 갔다. 문 앞에 뭔가를 잔뜩 쌓아 두고 가는 것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절망에 빠져 곡기를 끊고 굶어 죽기라도 할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는데 나는 그 정도로 약하지 않다. 사실 모두의 선망의 대상으로 자란 것은 초등학교까지였다. 시골에서 도시로 진학한 내가 겪은 현실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냉혹했다. 친구들은 시골에서 온 나를 따돌렸고 대학에서는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며 직장에서는 나를 부속물로 취급했다. 나는 그 모든 상황들을 혼자서 버텨냈다. 나를 따돌린 친구들을 쫓아가려 애쓰지 않았고 실력으로 그들 위에 올라섰다. 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 아무에게도 마음을 나누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두어 번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나는 그때도 울지 않고 버텨냈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 좋은 곳에 취직해 내 방식대로 복수를 했다. 그들의 바람대로 무너지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나는 때로 우연히 그들을 만나 내 명함을 내미는 상상을 여러 번 했다. 결혼을 앞두고는 나는 더 그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내 명함 위에 남편의 명함까지 얹을 수 있어서였다. 남편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로펌의 변호사였다. 나는 세상에 대한 복수와 아무도 나를 건들 수 없는 높은 성을 쌓는데 몰입한 나머지 그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수많은 의심점과 징조들이 있었음에도 나는 하나도 알아채지 못했다. 높게만 쌓은 성은 작은 틈에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법이다. 그의 배신으로 나는 무너져 내렸고 어떤 충격에도 강한 줄 알았던 마음이 안에서부터 상해가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나는 내가 부여잡고 있던 것들을 내 손으로 다 망가뜨리고 나서 이곳으로 도망쳐 왔다. 사람들이 내 과거와 실패를 아는 것은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좁은 시골 바닥에서 이런저런 소문들이 나돌아도 시간 지나면 그뿐이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모든 인간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러니 내가 가게 문을 다시 열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 시선 때문이 아니었다. 휘몰아친 태풍에 억척같이 모든 걸 지켜낸 것 같아도 한 가지 잃어버린 것이 있었다. ‘이유’. 그렇다.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내가 다시 저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 다시 사람들을 내 공간으로 맞이하고 책과 커피를 팔고 그들과 삶을 나눠야 하는 이유.

유진은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문을 두드리고 내 이름을 불렀다. “해수야, 해수야” 그게 다였다. 그렇게 몇 번을 두드리고는 내가 대답이 없으면 그대로 다시 돌아갔다. 괜찮냐는 말조차 없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너마저 나를 구경하러 왔니?’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렇게 잘나고 도도하던 내가 이 모양으로 살고 있는 것이 통쾌하지?’, ‘어릴 때는 나한테 말도 못 걸더니 이제는 내가 만만해 보이지?’, ‘너 그렇게 잘 나가는 게 영원할 거 같지? 인생 꺾어지는 거 한 순간이야. 잘난 척하지 마’, ‘아니야, 사실 나 힘들어. 네가 구운 빵이랑 커피 먹고 싶어….’

그가 다녀간 이후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를 향한 일방적인 대화만이 가득했다. 나는 나 자신이 미운 만큼 그가 미웠다. 내 불행의 시작은 그가 나보다 더 큰 상을 탔을 때부터인지도 몰랐다. 나를 이기고도 전혀 우쭐거림 없는 그 담담함이 나를 미치게 했다. ‘뻐기란 말이야, 뻐겨야 내가 너를 다시 밟아주지. 네가 그렇게 욕심 없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내가 진짜 진 것 같잖아. 그래서, 그래서 그런 말까지 하게 된 거잖아. 이제는 너를 영원히 이길 수 없어. 그러니까 이제 네가 나한테 져줘.’

어두워져 가던 가게 안은 어느새 문 밖의 가로등으로부터 스며든 오렌지 빛으로 가득 찼다. 노을을 닮은 그 빛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 나왔다. ‘다 너 때문이야. 박유진, 다 너 때문이라고.’ 나는 떠오르는 모든 불행의 순간들을 다 그의 탓으로 쏟아내었다. 한번 시작한 눈물은 끝도 없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나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해수야, 해수야.”

돌아서 가던 유진이 내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다시 돌아와 문을 두드렸다. 나는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가게 문을 열었다. 그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는 그에게 안겨 울고 싶었으나 그 순간에도 아직 그 선은 넘으면 안 된다는 이성이 감정을 막아섰다. 그는 주방으로 들어가 물과 휴지를 가져왔다. 눈물 콧물로 범벅된 얼굴을 휴지로 말끔히 닦아내자 또다시 새로운 눈물이 주르륵 새어 나왔다.

“미안해.”

보지 않아도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 것이 느껴졌다.

“미안해.”

나는 다시 그렇게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그날 그렇게 말한 거 진짜 미안해. 내가 그렇게 엉엉 말하면 윽윽 안 되는 건데….”

아니다. 이건 진짜 아니다. 울음소리와 말이 마구 섞여 나오고 있다. 울어도 곱게 울어야지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일곱 살 어린애처럼 그렇게 울고 있잖아. 창피하게 뭐 하는 거야.

“유진아, 나는 억억... 처음으로 억억... 져 가지고... 윽윽 너무 자존심이... 자존심이... 억억...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너한테 상처 줘서 나 벌 받나 봐. 엉엉 엉엉.”

유진은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계속 괜찮다는 말과 함께 내 어깨만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있었다. 이제 나는 창피해서 진짜 다시는 영영 그의 얼굴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아니 짐 싸서 어디 도망이라도 가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눈물을 흘려 낼수록, 그가 내 어깨를 두드려 줄수록 마음이 시원해진다. 그래서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이 순간이 좋은데 싫고 싫은데 또 좋다. 나는 지금 스물아홉의 내가 아니라 열세 살의 나로 돌아가 있다.

“괜찮아. 해수야. 뭐든 다 괜찮아.”

“미안해. 나 너무 별로지?”

아, 이 와중에도 내가 여우짓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못 볼 꼴을 보이고서도 그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 무슨 심리일까?

“괜찮아. 울고 싶은 만큼 울어.”

유진을 미워했던 모든 순간들이 스쳐 갔다. 그가 상을 받은 날, 그의 빵집이 인터넷에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던 날,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와 나를 엮으려 하면서도 계속 비교하던 날, 그가 하는 기부에도 배알이 뒤틀렸던 날….

“미안해.”

나는 그런 날들이 다 한꺼번에 미안해졌다. 그리고 고마웠다.

“아니야, 괜찮아.”

그는 아무것도 다시 묻지 않고 괜찮다고만 이야기했다. 그는 정말 내 말을 다 알아들은 걸까? 그 밤에 나는 유진에게 나의 이야기를 다 쏟아냈다. 세상 잘난 척했지만 사실은 인정에 목마른 유치한 어린애일 뿐이었던 나, 상처받지 않으려 세상 향해 문을 닫아걸다가 결국 그 문에 갇혀 버린 나, 세상을 다 이겨먹고 싶었지만 자만과 열등감에 먹혀 버린 나…. 눈물이 마르고 마음이 맑아지자 대신 입이 열렸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하기 싫었던 그 말이 이렇게 쉽게 흘러나올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많이 했다. 말 끝마다 덧붙였다. 그리고서 나도 깨달았다. 내가 정말 약한 사람이었다는 걸,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자존심과 바꾸는 일이 아니라는 걸. 그는 내가 수북이 쌓아 놓은 휴지 더미를 치워주고 다 마신 물컵을 정리해 주고 나서 가게 문을 나섰다. 그의 배달트럭에 시동이 걸리고 불빛이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저 트럭으로 일요일마다 그 많은 빵들을 어딘가로 나눠 준다고 했다. 그는 정말 멋진 놈이다. 한 번도 스스로 내세우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인정했다. 그는 내가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그가 밉지 않았다. 대신 그의 삶이 궁금해졌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나는 찬물로 세수를 한 다음 거울을 보았다. 이렇게 못생긴 내 모습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일 그의 빵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책을 좋아하려나? 나는 퉁퉁 부은 얼굴로 남은 밤시간 동안 서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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