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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옥수수 Nov 19. 2023

아직도 밥 때문에 싸우는 부부가 있다면?

찌개나라 떡볶이왕자 2탄을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1년 겨울.

남편과 계속 '밥'으로 싸워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너무 사소한 이유라서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부부싸움.

어느덧 완전히 소진되어 버린 나는 살기 위해 '글'로 도망쳤다.

그게 바로 브런치북 <찌개나라 떡볶이왕자>의 탄생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jjigaeworld




핵심은 '부부간에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걸 1순위로 여기는 아내'와

'서로가 편한 방식으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주장하는 남편'의 대립에 대한 내용이었다.

독자님들의 수많은 응원과 위로 덕분에 평화를 찾고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2차 전쟁이 시작돼 이렇게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휴일, 오랜만에 마주 앉은 밥상에서 일이 터졌다.

내 눈물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2년 전과 다르게 변한 것이 있다면 '같이 밥 먹는 시간'이 줄어들 만큼 서로 바빠졌다.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스케줄에 따라 일하게 된 남편과

일에 몰입하게 되다 보니 야근에 주말 출근이 잦게 된 아내.


그래서 더더욱 오랜만에 마주 앉은 밥상이었다.

남편은 편의점에서 사 온 도시락과 햄버거, 제로콜라를 먹고 있었고

나는 밀키트로 끓인 갈비탕에 깍두기랑 먹던 점심이었다.


이젠 제법 각자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 편하게 먹어야 하는데 억지로 같이 먹는 건 아니냐는 빈말을 던졌다.

남편은 "그러게, 내가 왜 혼자 먹는 걸 좋아할까?" 중얼대더니 입을 떼었다.


밥 먹는 시간이 유일한 내 자유시간이야


무조건 반사로 욕이 나왔다.

"진짜 재수 없다."

내가 무슨 본인의 자유시간을 빼앗았나?

아니, 아내랑 밥 먹는 게 그렇게 자유를 빼앗길 일인가?


남편은 2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언제나 성실히 누워있다.

순풍산부인과 같은 옛날 예능을 보며 키득거리거나 우리의 MBTI를 찾아보고 캡처해서 보낸다.


그 옆에는 항상 분주한 내가 있다.

청소하고 정리하고, 자기계발한다고 책 읽고 글 쓰고 난리법석이다.

그런데 뭐? 자유시간?


떡볶이와 라면이 주식인 남편이 목마를까 봐

손수 제로콜라, 제로 웰치스까지 사서 냉장고를 채워 넣었는데..

어느새 남편과 같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겨버렸다.


신혼 8개월 차에 찾아온 1차 전쟁은 종결된 줄 알았으나 휴전이었다.

사랑하지만 밥 때문에 자주 뒤틀리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

3탄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찌개나라 떡볶이왕자2>를 시작합니다.


떡볶이왕자는 무슨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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