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콩나물밥
휴일 아침, 11시까지 늦잠을 잔다.
그러다 엄마가 분주히 요리하는 소리, 밥 짓는 냄새에 깬다.
우리 집 강아지 뿌꾸가 귀엽게 쳐다보고 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결혼하고 나니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혼인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러운 포인트가 있었다.
아침에 화장하고 바쁜데 자꾸 엄마가 사과 깎아주고, 주스라도 마시고 가라고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땐 몰랐다. 그런 소중한 아침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엄마는 싱글맘으로 애 셋을 키우면서도 늘 따뜻한 밥을 차려주셨다.
환경이나 경제적 조건이 나빠지기만 한 상황에서
엄마가 유일하게 지켜줄 수 있던 건 밥상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렇게 부지런히도 차려주셨는지 모르겠다.
당근과 고기를 볶고, 달래를 무쳐서 콩나물밥과 함께 비벼 먹는 엄마의 콩나물 밥.
동생들보다 유독 집밥을 좋아하고, 엄마가 해준 음식에서 사랑을 많이 느꼈던 나였다.
정말 맛있게 먹는데 문득, 이 식탁의 그림을 결혼하고 우리 부부의 식탁에도 가져가려 했구나 싶었다.
우리 부부의 식탁은 엄마와 함께 한 식탁과는 다르고, 달라야 했는데 말이다.
남편은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하고, 나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남편은 떡볶이를 좋아하고, 나는 찌개와 같은 한식을 좋아한다.
남편은 혼자 편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먹는 걸 좋아한다.
먹는 걸로 부딪혔지만 다른 입맛만큼 다른 생각을 가진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쉬워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숙제 앞에서 나도 남편도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남편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다이어트한다고 저녁을 먹지 않는 남편이 혼밥 하는 내 앞에 앉아주는 것처럼 말이다.
유독 엄마 밥을 먹으면 남편을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콩나물 밥이 너무 맛있어서 마음도 넓어진 건 아닌지,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 어떤 마음인지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아서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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