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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옥수수 Jun 16. 2024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

오랜만에 브런치에 돌아왔습니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죠.

저의 작가소개란에 적었듯이(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에 대해 씁니다. 쓰다 보면 결국 풀린다는 걸 알아요)

무언가 풀고 싶어 졌습니다.


그건 바로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서입니다.

브런치북 <찌개나라 떡볶이왕자>로 소개한 저의 남편에 관한 색다른 이야기입니다.

취향이 떡볶이라는 것이 아닌 '그가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저희 부부가 같이 산 지는 6년 차,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지는 4년 차입니다.

알콩달콩 하다가도 불 같이 싸우고, 투닥투닥 토닥토닥 보내고 있습니다.


연애까지 합치면 이 남자와 관계를 시작한 지 7년이 되어가는데도 몰랐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방법은 제가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것이라는 걸요.

사랑하는 데에도 어떤 '방법'이라는 게 있구나라고 인식한 것을요.


저희는 싸울 때 이렇게 다른 패턴을 보입니다.

말은 어떻게 하고, 감정은 어떻게 다루는지 두 가지만 소개합니다.


<나>

말 : 더 세게 하려고 작정한 듯이 후벼 파려고 한다.

예) 진짜 결혼 왜 했나 싶어!! 하나도 안 행복해!!

감정 : 절제할 생각도 없으며 나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예) 지금 내가 기분이 나쁘다니까? 내가 계속 반복적으로 말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 안 해?


<남편>

말 : 최대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말을 고른다.

예) 음.. 이런 말을 하면 자기가 기분이 나쁠 것 같으니 더 좋은 말이 없을지 생각 중이야.

감정 : 왜인지 이유를 찾고, 생각을 많이 한다.

예) 그럴 수 있지. 자기가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이해는 가.


적고 보니 전 참 쓰레기네요?

네 맞습니다.

지난 수요일,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잠에 예민한 저는 게임을 좋아하는 남편이 자꾸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자 화를 냈습니다.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 내가 예민한 거 모르냐는 전형적인 사소한 싸움이었습니다.

계속 다투다가 잠이 들었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연애할 때는 어떻게든 나에게 맞춰주더니 변했다며 억울하다며 친구에게 털어놨습니다.

나름대로 마음을 다스렸지만 집에 들어가자마자 또 화가 났습니다.

게임하느라고 제가 들어온지도 모르는 남편이었습니다.

"인간이 집에 들어왔으면 나와서 인사도 하고 쳐다보라고 쫌!!!"


바로 운동을 가야 했기에 소리 지르고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때 남편도 소리 지를 줄 알았는데 뜬금없는 소리를 하더랍니다.

"하.. 자기야, 내가 진짜 자기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 자기가 꼭 들어봐야 해!"

"이 와중에 무슨 노래 타령이야?? 나 운동가야 되니까 링크를 보내보던지"



https://youtu.be/UGK1NFgEaqs?si=gwRbZ-fSgUGwS-uG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충격과 당황스러움이 섞이며 혼란스러웠습니다.

상대방이 모질게 말하는 와중에도 예쁜 말을 고르고,

소리 지른 사람한테도 당신을 사랑하니까 나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며 영상을 보내는 사람.


살면서 만나보지도 못했고,

지금까지 남편이 싸울 때 하던 방식이 왜인지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밤이었습니다.


문득,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걸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에 놀랐듯 글을 읽는 분들께도 신선한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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