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옥수수 Aug 25. 2024

우리가 밝은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

감정 오염에 관하여

주말이면 넷플릭스로 <나는 솔로>를 챙겨본다.

이상형이나 원하는 사람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밝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밝은 사람을 좋아할까?

오늘은 '감정 오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0대에 연애하던 시절, 어두운 사람을 만났었다.

호기롭게도 나의 밝은 에너지로 물들여주겠다 선언했건만 결과는 참패였다.

"행복에 관해서는 사랑, 가족, 일과 돈 등이 중요한 것 같아"

"어.. 행복에 대해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없어. 행복이란 게 뭔지 모르겠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라고 하면서 행복하긴 어렵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 곁에서 같이 행복해지는 게 과연 가능할까?

곁을 지키다가 행복의 나라로 도망쳐 온 내가 불가능의 증거 1이다.

증거 2, 3, 4,,, 나 외에도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때 깊이 깨달은 한자성어가 있다.
검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뜻의 근묵자흑(近墨者黑)이다.
흰 도화지에 먹물이 떨어지면 점점 먹색으로 번진다.
흰색으로 몇 번의 붓칠을 해야 다시 하얗게 변할까? 변
하기는 할까?


제주 빛의벙커에서


지난주 친한 지인에게 감정 오염을 당했다.

여기서 오염이라는 단어는 ‘더럽게 물듦. 또는 더럽게 물들게 함.’인데 부정적인 감정에 물들었을 때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의 짜증, 화, 신경질, 분노가 내게 왔다.

내 안에 물든 어둡고 우울한 감정을 다뤄내는 기술은 감기를 다뤄내는 것만큼 능숙하지가 않았다.

속수무책으로 하루 종일 업무에 집중도 못하고 기분을 끌어올리려고 애썼다.


조금 억울했다. 하루를 망친 것뿐만 아니라 남편에게 아는 언니에게도 오염된 감정을 나눠준 것 같아서 든 죄책감 같은 거였다.
동시에 든 생각으로는 과거에 내가 오염시켰던 시절이 떠올라 상대방에게 미안했다.


이렇게 우리는 나쁜 감정도 좋은 감정도 금세 물들고 물들이는 인간이다.

세균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첫 번째로 하는 게 손 씻기인 것처럼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도 감염당하지 않도록 대처방법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차단'이다.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방법의 물리적 차단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하자"라고 말로써 차단할 수 있다.


나는 말로써 차단했다. 처음엔 계속 들어주다가 "그렇게 힘들면 하지 말아라. 나도 힘들다"라고 했다.

상대방은 바로 미안해하며 번쩍 정신이 드는 듯했다.


사실, 나 또한 8~9년 전에 차단당해 본 적이 있다.

우울하고 기운 빠지는 이야기만 쭉 늘어놨을 때 상대방이 자꾸 그런 이야기만 하니까 나까지 힘들고, 더 이상은 들어주기 어렵다고 이야기했었다.

당시엔 상처받았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쉽게 영향을 받는 존재다.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때가 있지만 적어도 나의 우울이 오염되지 않도록 간수 잘하자.

하루하루 고되고 지치니까 밝은 사람 곁에 있고 싶은 게 당연한 본능인 거다.

나도 밝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더욱 즐겁다.


제주 빛의벙커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님이 이혼하신 지 20년 됐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