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에서도 사람 냄새가 난다

내 코를 내가 막지 않는다면

by 여름옥수수

장래희망은 회사원이 아니었습니다만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장래희망인

평범한 직장인의 꿈과 일상을 기록합니다.




내 코를 내가 막지 않는다면

향수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이는 빌딩 숲에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무조건 영혼이 메마를 거라 확신했다.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마시지 않으면

여기서의 생활은 전혀 단 맛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단단한 착각이었다.


빌딩 숲에서도 사람 냄새가 났다.

그것도 자꾸 맡아보니 기분 좋은 냄새였다.

내 코를 내가 막지만 않는다면 맡을 수 있는 냄새.


코를 막고 살았던 건 과거의 경험 때문이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첫 사회생활은

먹물로 까맣게만 덮였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처럼

'빌딩 숲에선 행복할 수 없어'

'빌딩 숲에선 행복할 수 없어'

라는 말이 나를 휘감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빌딩 숲에서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 자체를 쫓아내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등산할 때 가장 오르기 힘든 게 현관 문턱이라더니

나의 편견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결과를 뒤집는 것 또한 나 자신

지금 다니는 회사도 빌딩 숲에 있다.

공교롭게도 출근하는 길에 보이는 나의 첫 회사.

온갖 편견을 만들게 된 근원지.

매일 그곳을 지나쳐서 출근을 한다.


문턱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침마다 과거를 지나쳐 현재로 간다.

하루하루 안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새 나 자신이 깨끗해지니 점심시간 풍경도 달리 보인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니는 직장인들을 보며

'애쓰는 행위 중에 하나지'라고 생각했다면

'저런 달콤함이 일상의 행복이지'하며 미소가 지어진다.


빌딩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파랗다.

푸르름을 마주하게 돼서 기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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