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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머대디 Sep 05. 2021

기본값을 바로잡을 때 일어나는 일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방식은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첫째, 나의 생활패턴이 환경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부류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여기에 속해 있었다.


둘째,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부류이다. 소수가 해당한다.


그리고 세 번째,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실천하고 싶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함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는 부류이다.팬데믹 이후로 이 부류의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세 번째 부류이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구조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역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환경파괴는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구조의 문제가 남는다.


하지만 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다. 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고 민주적 의사소통 과정 역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많고 지지부진할 때가 허다하다. 결국 우리는 개인의 노력 말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봄직한 키워드가 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디폴트 값. 즉 기본값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기본값의 설정을 사용한다.


기본값의 기준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정해진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작고 사소한 문제 요소가 있더라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넘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래 글의 예시가 그렇다. 배달앱에서는 일회용 집기(숟가락이나 젓가락 등)를 포함하는 것이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다. 환경을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라면

일회용 집기의 선택을 해제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주문까지 완료하게 되고 우리는 쓰지 않아도 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그냥 폐기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만약 기본값을 일회용품 집기 포함이 아니라 미포함으로 설정한다면 어떨까. 결과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일회용 집기 미포함을 선택하는 비율이 10퍼센트에서 70퍼센트까지 올라간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환경문제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않는 부류뿐 아니라, 주문하고 보니 나도 모르게 딸려 온 일회용 집기를 결국 또 사용하면서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도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온다.


엄청난 행정절차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관리자의 버튼 한번. 0.5초의 그 결정과 클릭 한 번으로 우리는 원든 원치 않든 관계없이 또다시 일회용 플라스틱을 폐기하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할 수 있다. 기본값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어쩌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 불가능한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우리는 수많은 디폴트 값, 기본값 안에 숨겨진 작고 사소한 문제를 찾아내어 클릭 한 번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인지하지 못한 채, 혹은 인지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불편한 감정을 느끼며 환경파괴에 일조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우리 삶 속에 그런 디폴트 값을 찾아보자. 하다못해 우리의 책가방 지퍼 끝에 장바구니에 달려 있는 끈이라도 동여매어 놓자.


https://m.blog.naver.com/hlog_g00026/22249311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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