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여름 아침의 더위

아이의 화에는 이유가 있다. 그게 사춘기일 수 있고, 여름의 더위일 수도

by 썸머

팔월. 여름. 아침부터 기온이 높다.
평일이지만 쉬는 날. 이번주는 토, 일근무로 월, 화를 쉬는 날로 했다.
월요일인 어제는 신랑도 휴일이어서 일요일 같은 하루를 보냈다.
지난 방학 때 근장 출근을 위해 집에서 8시에 자전거로 출발했다. 방학이라 집에 있는 큰애가 작은 애를 유치원 버스 시간에 맞춰 등원시켰다. 이번 방학도 마찬가지로 근장 출근이 9시로 같지만 근무지가 가까워 자전거로 십 분이면 간다. 그래서 작은 아이 등원 버스 시간보다 집에서 더 늦게 나가지만 지난 방학 때처럼 큰 아이가 작은 아이등원을 시켰다. 애 아빠가 큰아이에게 시켜주어 나는 말하지 않아도 되었고, 내 일을 미루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 터졌다. 더운 여름날 아침에.
아침 4시 20분 알람에 일어나 이젠 몸에 베인 대로 정리부 터한다. 부엌 설거지 뒷정리할 게 있으면 그것부터. 그릇들, 수저들, 냄비, 볼, 접시를 상부장, 서랍장, 그릇장에 제자리를 찾아 넣는다. 물병이 두병 비어 있는 걸 확인하고 큰 냄비에 수돗물을 받아 가스레인지에 앉히고 15분 알람을 맞췄다. 그때 작은 아이가 잠이 깨 안방문을 열고 나왔다. 울면서 같이 자달라고 말해 방으로 들어갔다.

불 꺼진 방 침대에 모로 누워 오른쪽 어깨가 눌린 채 두 손, 열손가락으로 빛나는 핸드폰 액정을 보며 오타가 많은 핸드폰 자판을 눌러 브런치스토리에 제목만 써 저장해 둔 글을 불러와 글쓰기를 했다. 새벽에 깬 아이와 같이 방에 들어가면 핸드폰 글쓰기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하나의 습관이 됐다.
부엌에 물 앉히고 맞추고 온 알람이 울렸다. 아이가 조용하다. 금세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조용히 일어나 살금살금 앞꿈치로 바닥을 디디며 몇 발작을 걷고 천천히 방문손잡이를 내리며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고 조용히 문을 닫고 부엌에 나와 가스불을 껐다.
보온밥솥을 사용하지 않는다. 결혼 때 혼수로 전기 밥손을 샀는데 어머님이 압력솥을 사용하는 걸 보고, 또 어머님이 현미밥을 드시는 걸 보고, 나도 현미밥을 먹게 됐고(변비가 심했다. 현미로 거의 매일 화장실에 가게 됐고, 잔변감이 없어졌고, 변비가 나았다) 현미밥을 짓기 위해 압력솥밥을 사용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전기밥솥은 사용하지 않게 됐다.(전기밥솥 안의 플라스틱 밥솥에 있는 열에 가열된 밥이 먹고 싶지 않았다)
실온에 밥이 없다. 냉동실에 한 끼 밥만 있었다. 휴일인 오늘은 카페에 가서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책 읽을 생각이었고, 작은 애는 유치원에 가고 혼자 집에 있을 큰아이 먹을 밥을 안칠 생각이 들었다.

1~2인용 풍년압력밥솥에(두 번째, 첫 번째 정말 잘 사용했고 오래 사용 후 재구매해 여전히 우리 집 밥솥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엄마집에서 가져온 공기로 역시나 엄마집에서 가져온 20킬로 쌀포대에 있는 멥쌀 2 공기, 찹쌀 1 공기를 압력솥에 퍼 압력솥 채 씻었다. 네다섯 번 씻어 쌀뜨물이 옅어졌을 때 손등 2/3 정도 물을 채우고 가스레인지의 가장 작은 화구에 올려 밥을 안쳤다.
그리고 아침마다 큰 아이방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에 있는 쟁반과 그릇, 컵, 먹은 컵라면 용기, 과자비닐, 사용하고 아무 데나 놓아둔 수건을 들고 나오고 항상 켜져 있는 방불과 책상 스탠드 불을 끄고 나온다. 요즘은 책상 스탠드불만 켜져 있을 때도 많다. 불은 항상 켜져 있다.

방학중에 중학생 아이는 밤에 깨어있고 낮에 자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 이틀은 그 시간에 깨어 있기도 했다. 그 시간에 거실에서도 들릴만큼 크게 스피커 폰으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핸드폰 사용에 대해 중학교 2학년이 되고부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삶이 바빠서 아이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은 게 컸다. 이미 주어진 핸드폰이었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오후부터 작은 아이 재우며 같이 자는 시간인 9시를 지나 밤늦도록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걸 알고도 거기에 대해 그만하라는 말을 안 한다. 친구와의 통화라는 게 못하게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그랬고 이젠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 통화시간이 아니면 릴스를 깨어나서 잘 때까지 하루 종일 본다. 아이와 핸드폰은 이미 내 손을 떠난 어떤 것이 된 거 같다.

어떤 말도 잔소리, 듣기 싫은 소리, 짜증 나는 소리, 반항을 불러일으키는 소리밖에 되지 않을 것 같고, 내가 좋은 대화를 할 자신도 없다. 그저 이래라저래라, 이래야 한다는 어른의 말밖에 못 하지 않을까. 내가 그맘때 들었을 때 듣기 싫을 만한 뻔한 어른의 당연한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 입을 다물게 된다.

내게 관심이 집중돼 있어서도 그랬고 아이에게 말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걸 알고 말할 생각을 안 한 걸 수도 있고, 게다가 지금, 8월 여름은 아침부터 쳐져있어 말이 한마디 오가면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오늘이 그랬다.

8월. 아침부터 무더운 아침이다. 4시 반 아이방문을 열었을 때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우리 집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방이 큰 아이방이다. 가장 더운 방이고 그래서 겨울에는 가장 따뜻한 방이기도 하다. 아침에 아이 방문을 열고 열기를 느끼고 침대에서 매트리스를 내려 (아이방은 이케아 확장형 침대로 싱글매트리스가 두 개인 침대, 그중 한 개의 매트리스를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위에 몸을 반쯤 걸치고 반은 방바닥에 누워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자고 있었다.

불 켜진 방에서 새벽이라고 생각할 수 없이 문 열자마자 느껴진 열기 속에 방바닥과 매트리스 위에 몸이 누워져 있었다.

작은아이는 8시가 되어도 깨지 않아 깨웠다. 평소라면 7시 넘어 늦어도 8시 전에는 스스로 일어나는 아이였다. 더운 여름 날씨에 아이도 지친 건지 아침잠을 더 길게, 늘어진 잠을 잔 거 같다.

새벽에도 더워 계속 선풍기를 틀고 잤고 그럼에도 침대 위 매트리스는 열기가 있었고 몸은 끈적끈적 땀이 났다. 깊은 잠을 못 자고 피곤함이 덜 풀려 길게 잔 거 같기도 했다.

집 앞 유치원 버스시간에 맞춰 나가려면 8시 20분에는 나가야 한다. 워도 바로 못 일어나고 계속 자는 아이를 아침에 오늘 몫의 글을 쓴 후 여유가 있어 부드럽게 뽀뽀해 주고 타이르듯 고운 말을 하며 여유 있게 깨웠다. 그리고 배고파 부엌에서 아침 먹을 준비를 했다. 냉장고에서 열무김치를 빼고, 삶아둔 콩을 꺼내 콩물을 만들었다.

안방에서 나온 아이는 거실에 있는 서랍장에서 입을 옷을 찾았다. 자기보다 한참 큰 검은색바탕에 작은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으려고 했다. 땀이 나 끈적한 몸에 옷이 잘 들어가지 않고 걸렸다.

잠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어나면 징징거리며 운다. 그럴 때면 화를 내고, 화를 내고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고, 내게 더 화가 난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큰소리로 야단맞고 유치원에 간 아이가 유치원에서는 자기 할 말을 잘하는 아이가 될까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 못 받아주어 자기 말 못 하고 당당한 아이가 못될 까봐 걱정을 한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면 엄마자격 없는 나를 탓하느라 나를 부정하게 된다.

매번 화내면서도 화내지 않으려고 미간에 내천자를 매번 짖는다. 오늘은 시간으로는 10시간을 넘게 잤지만 푹 자지 못하고 일어나 내 앞에서 옷이 안 올라가 끙끙대며 징징댔다.

우는 것을 왜 나는 못 보는 걸까. 왜 그렇게 벼락같이 화가 날까. 이유를 아직 모른다. 아직 찾지 못했다.

오늘도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이마에 내천자를 쓰며 안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럴수록 아이는 더 끙끙거리고 그대로 앉아만 있다. 내게 보이려고 내 앞에서 끙끙대며 올렸는데, 봐줘야 할 엄마가 고개를 돌리니 자기도 거기에서 더 이상 옷을 입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해주기를 원했다. "응 잘 안 입어지구나" 라며 반응해 주고 도와주는 엄마의 손길을 원했다.

둘 사이의 대치가 있다. 아이는 엄마의 다정한 말과 손길을 원하고 난 징징대며 봐달라는 게 빤히 보이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싶지 않아 외면한다. 일을 안 가는 날이라 또 아이 유치원 등원을 책임질 언니가 있어 나 몰라라 하는 심정이었으리라.

20분 남았던 유치원 버스 타는 시간이 다되어가는 데 큰아이도 작은 아이에게 서두르라는 말이 없고, 데려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는 작은 애에게 시간 없으니까 머리 안 묶고 그냥 가라고 소리친다. 어르고 달래고 알아주고 옷 입는 거 도와주고 안아주고 다정하게 머리 묶어주고 준비시켜 준 엄마가 아니라, (내가 아이라면 이런 엄마를 바랐겠지만, 아이도 그럴 테지만) 보기 싫어 외면하고 내가 우리 엄마에게 제일 싫어했던 '니 알아서 해라' 하는 엄마로 아이를 대했다. 배운 대로 나왔다.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내 아이에게 그 말만은 안 하겠다고 생각했으면서. 그렇게 했다.

시간이 되어 큰아이를 협박했다. 유치원버스 놓치면 네가 버스로 데려다주라고.

방학 때면 자기 일처럼 동생 등하원 시키던 아이가 오늘은 아이 버스 타러 나갈 시간이 되어도 재촉하지 않고 내가 재촉하니 그제야 방에서 나와 동생에게 화내고 윽박지르고 짜증을 냈다. 심지어 머리를 때렸다. 그 모습에 화가 났다. 오빠에게 맞고 자라서 언니가 동생을 때리는 건 내게 화버튼이다.

새벽까지 핸드폰을 하다 늦게 잤을 중학교 2학년 큰아이, 새벽 5시에도 더위가 가득 찬 방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겨우 잤을 아이. 잠도 오고 더워 증폭된 사춘기 호르몬 작용으로 나오는 반항을 보였다. 동생에게 막대했고 소리를 지르고 내 물건을 던졌다.

더운 여름날 오전 8시. 항상 갱년기 같은 나. 많이 변했지만 그 시간에 나는 갱년기 같은 엄마였다. 동생 때리는 것에 화가 났고 그 화에 사춘기적 폭발을 보인 딸에게 아이처럼 아이랑 싸운 엄마였다. 그리고 사춘기 때 내가 엄마랑 싸운 게 생각이 났다.

소녀 같은 엄마. 한두 마디만 오가면 언성 높여 말하고 싸우듯이 말하는 엄마와 아빠. 윽박지르고 화내고 무시, 비난, 힐난을 서슴지 않는 엄마, 사춘기 호르몬에 반항하는 나였고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엄마를 바라던 나였다. 사춘기 딸을 이겨먹기 위해 더 큰 소리를 지르고 머리채를 힘껏 잡고 몸을 방바닥에 던지고 바닥에 엉덩이를 단채 서있는 엄마를 올려다보는 눈은 이글거렸고 속으로 '어떻게 엄마가 저럴까, 소녀 같은 감성의 엄마가 싫다. 나보다 더 소녀 같고 어린 엄마가 싫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엄마면 좋겠다. 사춘기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이 큰 엄마면 좋겠다'라고 바랬고 엄마를 미워했다. 한없이. 끝없이. 싫고 싫었다.

내가 그때 느꼈던 엄마는 딸을 이겨먹으려는 혈기가 온몸과 눈에 가득했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싫었고 어른스러운 엄마를 바랐던 사춘기의 내가 있었다.

나의 아이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어. 화내고 싸우고 내가 왜 데려다줘야 하냐고 당당히 자기 할 소리를 하고, 엄마더러 데려다주라고 말하고 자기 방에 들어간 아이에게 갔다. 엄마가 너에게 나쁜 말, 행동한 거 미안해. 네가 안 좋은 말 한건 엄마 보고 배운 거니까 뭐라고도 못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엄마 다이어리 던지는 그런 행동은 잘못된 거야,라고 그 말은 못 했다. 감정은 받아주고 잘못된 행동은 알려주라고 했던 부모교육자의 말이 뒤늦게 생각나 그 말을 못 했구나 그 말을 해주어야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알고 다음번에는 그런 행동을 안 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들었다. 이때도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가르침, 교육을 생각했다.


더운 여름 아침이었다. 새벽에도 더위로부터 도망갈 곳이 없는, 방안 가득 채운 열기 속에 늘어져 잠을 청해야 하는 여름이다. 한참 사춘기 호르몬이 활동할 15살, 만으로 13살이라고 해야 하나. 그 나이다. 상대적으로 순하게 사춘기가 지나간다고 느끼는 큰아이이다.

그 아이가 오늘 아침 동생 유치원 등원을 자기 일처럼 하지 않은 건 사춘기로 자기 생각이 생기고 엄마가 있는데 동생 등원이 자기 일인 게 이해가 안 된 거였다. 핸드폰을 하며 새벽 늦게 잤을 아이는 잠이 왔을 테고, 더위 많이 타는 아이가 30도가 넘는 여름날의 아침 기온에 짜증이 유발됐으리나. 이해 못 할 게 아니다. 다만 내 이기주의로, 내가 편하고 싶어서, 아이가 해주던 일을 자기 일처럼 해주길 바라는 맘, 내가 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이등원보다 내 아침 식사가 먼저인 이기적인 엄마였다. 큰 소리 칠 입장도 아니면서 아이에게 내일을 시키고 안 한다고 짜증 내는 아이에게 할 말은 없으면서 화는 내는 못난 엄마였다.

버스 시간은 놓쳤고 약간 넋을 잃고 작은 아이가 말을 걸어도 답 없이, 말없이 밥만 먹었다.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가 알기 겁나던 몸무게를 눈으로 확인하고 브래지어가 답답하던 것도, 배 눌리던 바지나 치마를 입는 게 불편하던 것도, 예전에 입던 여름 윗옷들이 입기 싫어지던 것도 살이 쪄서였구나를 알았다.

몸무게 숫자에 충격을 입고 그간 가려 먹었던 음식이 무슨 소용이었던 걸까 생각하게 됐다. 하루 한두 끼를 챙기고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지켰는데 식사는 단백질과 지방을 위주로 먹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사를 한동안 꽤나 잘 지켰는데 약간의 허탈함이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있기도 할 것 같기도 하고, 알듯 모를 듯도 하고, 알아도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모르겠는 상태였다.

기말고사 후 방학중 평상시 식단으로 돌아와 여름에 먹을 수 있는 열무김치에 밥을 비벼 먹기 시작했다. 고지방식이를 하며 주식으로 먹다시피 한 아보카도와 버터를 빼고 밥과 김치를 먹는 식사로 돌아왔다. 몸무게는 야금야금 찌고 있었다. 옷 입을 때 불편함을 느꼈다.

배가 편한 옷만을 골라 입으면서도 알아채야 했을 텐데 모른 척했던 걸까. 난 모른 척 한적 없는 거 같은데. 거기엔 둔감했던 걸까. 정작 예민해야 할 데에 둔감한 거였나. 내가 나를 모르는 지점도 발견한다.

암튼 그 충격에 아침에 평상시 식사로 돌아와 탄수화물 덩어리인 밥에 엄마가 담가준 그냥도 맛있는 열무김치가 마치 맛있게 익어 단맛 짠맛이 최고조로 발란스를 맞춘 열무김치를 먹으며 생각은 살로 향해 있었다.

무얼 생각하는지는 모를 그냥 생각을 했다. 왜 살이 찌는지 , 밥 먹으면 살이 찔 것인지,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된 것인지 어떤 건지 모를 그냥 생각.

살쪄 불안과 걱정이 생기며 멍해졌던 거 같다. 작은아이가 유치원 언제 가냐고 묻는데 답할 힘이 없었다.

살걱정인 건지, 아침 더위를 먹은 건지, 큰아이와의 한바탕에 사과를 하고 와 이게 뭔지 모를 상태에 한동안 있었다. 밥을 먹고, 믹스 견과류를 개수새며 스물몇 개를 먹고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알람온 블로그 글을 읽고 몇 개의 블로그 들을 이어 읽었다. 그냥 생각 없이 블로그 방문을 계속하고 싶었다.

안방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에게 나가라고 했다. 하지 말자고 했던 말을 힘주어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았고, 말하고 싶지 않았고, 누워 핸드폰만 보고 있고 싶었다. 앞 베란다 문으로 다시 와 유치원 가자는 아이에게 다시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어제 카페에서 한 시간 읽다 아이 재우러 시간 맞춰 집에 가 아쉬웠던 책을 읽으려고 카페에 왔다. 같이 따라 나오던 아이에게 너는 안 나와도 되라고 하고 혼자 나왔다.

카페 라테 시켜 먹어야지 생각하고 와서 카페라테 밑에 쓰여있는 카푸치노를 봤다. 카푸치노에 뭐가 들어가는지를 물었다. 라테처럼 우유가 들어가지만 우유로 거품을 내 거품이 많은 거라고 했다. 거기에 시나몬 가루가 뿌려진다고 했다. 그래서 시나몬 가루만 추가된, 당이나 생크림 첨가가 아닌 카푸치노로 시켰다.

어제 오후에 앉아 글쓰기가 잘되고 책이 집중되어 잘 읽혔던 창가자리로 가려했다. 그 자리는 아침에 볕이 들어왔다. 햇볕을 피해 가운데 등받이가 있는 6인용 너른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쟁반에 덜렁 있는 하얀 머그 커피잔을 카페 배경으로 찍었다. 초록 나무, 민트와 노란색 의자, 통유리창 밖 건물을 배경으로 찍어 베터앱에 올렸다. 뜨아가 85%, 라테가 10프로, 아아가 5프로였는데 카푸치노를 예전에 한번 그리고 오랜만에 한번 시켰다. 처음 시켜 마신 거 같은 카푸치로를 기념하며 사진을 찍었다. 기록으로 올렸다. 순간의 생각을 베터엡에 사진과 함께 기록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자동적으로 사진을 찍고 올린 거였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 그것의 실현이었다.

사진을 찍고 앱에 올리고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고 연거푸 마셔 한잔을 다 마셨다.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됐다.

사진만 올린 앱에 수정을 누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침 더위로부터. 그래서 팔월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500자 제한이 있는 베터앱은 글을 쓰다 더 이상 쓰이지 않았다. 쓴 글을 복사해 브런치 스토리로 왔고 붙여 넣기하고 이어 글을 썼다.

8월 아침의 더위, 큰아이의 작은 아이 등원을 왜 해야 하는 데라는 정당한 말이 나오게 된 이유로 시작해 아이와 나와 있었던 일, 거기에 여름 아침의 30도가 넘는 더위와 외면하고 싶고 알고 싶지 않던 몸무게를 알게 된 게 더해져 생각하고 싶지 않은 멍한 정신으로 작은아이를 놓은 채 혼자 책 읽을 시간을 가지려 카페에 와 안 시켜 본 카푸치노를 시키고 사진을 찍고 습관대로 순간의 감각을 베터앱에 기록하고 우유의 고소한 맛의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고 정신을 차리고 글을 쓰기 시작해 이곳 브러치 스토리에서 마저 이어 글을 쓰고 있다.

한 시간 반정도 쭈욱 글을 쓴 거 같다. 아침, 새벽 내 시간에도 아침 정리 한 시간 후, 5시 반부터 7시 반이 넘어 8시까지 글을 썼다. 두 시간 이상 오늘 몫의 주제 글을 썼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기로 하고 글쓰기를 먼저 한다. 글 쓰는 것도 습관이 돼가고 꼬리에 꼬리를 물듯 글이 글을 불러 새벽 글쓰기에 이어 오전 글쓰기를 한다. 자역쓰 쓰기 위한 글이 아닌 일상의 글이지만, 이글 또한 한 시간을 넘어 주욱 써가고 있다.

하기로 한 책 읽기와 자역쓰 쓰기 대신 아침 큰아이와 작은아이 그리고 내게 있었던 일과 생각에 대해 썼지만, 글을 썼으니 어느 정도의 감정정리와 해소가 된다. 이제 작은 아이 챙기러 가야겠지. 엄마라면.

오늘은 작은 아이와 반나절을 뭘 하면서 보낼까. 내가 할 일, 목요일 북클럽 책 읽기와 자역쓰 쓰기를 더 못했다고 화나지 않고, 괜찮은 하루였다고 저녁에 느낄 수 있으려나. 그래야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있을 텐데. 화내지 않으려면 자역쓰 글쓰기를 하나 더 해야 할까. 아 어떡하지. 아 몰라하고 작은 아이에게 갈까.

언제나 한 가지 이상의 생각으로 한 가지의 결정을 내리지를 못해 이것저것 양다리 그 이상 문어다리로 걸친 생각으로 피곤함에 젖어 사는 나를 오늘의 글로 확인한다. 드러냈으니 수정도 가능하길 바라는 맘이다. 더 나아지길, 생각의 문어다리 개수가 줄어가길, 생각이 하나의 외다리로 바뀌길. 한 가지 생각을 정해 행동하고 머리가 복잡한 일이 줄길. 언제나 바라고 그렇게 변화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 생각보다 행동하는 내가 되길 다시 한번 알고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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