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이 생기면 글쓰기 소재로 활용하기

조급함 덜어내기

by 썸머

은근 기분 나쁜 게 반복되면 책도 안 읽히고, 글도 안 써지고 손 놓게 한다. 지금이 그렇다.

아 싫은 사람. 신경 안 써야 하는데 신경 쓰고 있는 거다. 이건 가장 중요한 일부터 마무리하기를 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내면이 평온하지 않아 외부의 일들을 부정적인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감정이 부정적으로 흘러 말과 행동이 감정적이 된다.

캄다운. 캄다운. 내 안의 평온을 찾자. 이대로 일 끝나고 집에 가면 괜스레 아이들과 남편에게 화내고 무시하고 냉랭하게 하고 소리 지르면 곤란하다. 여기에서 감정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아이에게는 아이가 걸어오는 말을 여유 있게 받아주는 엄마이고 싶다.

그러려면 화를 가라앉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글로 풀어야겠다.

웃으며 인사한다. 그뿐이다. 그다음은 쌩깐다. 그런 사람에게 감정 말리지 말고 웃으면서 거절할 줄 알아야겠다.

오늘 집에 가선 뭘 할까. 태풍 온다는 예보가 있어 작은 아이는 유치원 버스로 이미 하원했다. 나도 바로 집으로 가면 된다. 저녁에 먹으려고 볶음탕용 닭을 씻어 놓고 소금, 후추 간 해놓고, 당근과 감자를 크게 썰어 모두 냉장고에 두고 왔다. 닭고기에 녹인버터와 다진 마늘을 발라 오븐에 구워 먹을 준비를 해뒀다. 오븐에 굽는 시간이 한 시간은 걸릴 것 같아 저녁 식사 시간이 7시가 넘을 것 같다.

어제도 작은 아이 하원 후 집에 도착한 시간이 그 시간쯤이었고 도착 후 바로 밥을 먹었다. 오늘 저녁식사 시간도 그 정도 될 것 같다.

먹는 얘기를 쓰니까 마음이 평안해졌다. 싫은 사람 생각할 때는 무의욕이 됐다. 그런데 두 엄지손가락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며 점심때 준비해 둔 재료로 집에 가서 요리해 먹을 저녁거리 생각을 하니 안정되었다. 이것 또한 나쁜 일이 있을 때 글쓰기를 하는 효과 일 수 있겠다. 생각전환. 생각정리와 함께 생각을 바꾸는 것. 그런 방법을 글을 쓰며 배운다.


싫은 사람 생각은 굳이 생각낭비, 감정 낭비. 그 생각에 무기력하고 퇴근 후 티브이 보기와 아이스크림등 단거 먹기로 이어진다. 대신 생각을 바꿔 집에 가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저녁 먹을 것을 생각한다. 오늘은 준비해 두고 온 게 있다. 며칠 전 닭볶음탕 해먹을 용으로 사둔 닭고기로 오븐 구이가 먹고 싶어 네이버에서 검색해 처음 나온 블로거 글을 보고 준비했다. 한 시간 정도 구울 동안은 뭘 할까.

큰 아이는 자기 방에 있을 거고, 신랑은 저녁을 기다릴 거고, 작은 아이는 나에게 놀아달라고 말 걸고 반응을 기다릴 테고 그런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해 주는 엄마이고 싶다. 내 마음을 비우고 아이를 다 받아주고 싶다. 아이로 다 채워주고 싶다.


다른 사람 의도를 해석하려 하지 말자. 그 사람 감정도 그 사람거지만 그 사람 생각도 그 사람 거다.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기대와 바람을 놓자.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자. 수동형이라고 해석하기보다 조급함을 빼보자는 어떨까? 꼭 다 알아야 하는 거 아니고 그때 가서 필요할 때 배워서 해도 되는 것이다.


예전 영양사로 일할 때가 생각난다. 여사님들이 해야 할 일도 내가 먼저 앞질러 생각했다. 이거 이때까지 해야 하는데 여사님이 알고 있을까 그때까지 다 하실 수 있을까. 하며 생각하다 결국 내 일로 만들었다. 내가 먼저 이거 이렇게 해야 하지 않아요 하며 미리 말해 내가 알고 여사님은 모르는 일이 되고 내가 했다. 일복을 만든 거다.

생각한 대로 된다. 내가 걱정했고 걱정은 말이 돼 나왔고 그 일은 내일이 됐다. 앞서 걱정한 내가 내 일로 만들었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러지 않았을까. 편하게 쉬세요 하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았을까. 그 말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해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시간이 많이 생겨 그 시간을 자역쓰 글쓰기 시간으로 활용했더라면 지금의 마음 부침을 만들지 않고 글 쓴 후 감정은 해소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역쓰 글쓰기 일을 함으로써 기분이 좋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의 이 기분 또한 내가 만든 것이다. 내 선택으로 인해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백치미면 어때. 순백의 뇌면 어때. 그러라고 했으니까 배려로 생각하고 감사히 받아들이고 해도 상관없지. 그래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하고.

그 시간을 글쓰기 시간으로 잘 활용했다면 좋았겠어. 기분은 좋아져 있었을 거야. 싫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 가까이 있으며 말의 뉘앙스에서 기분 나쁨을 느끼고, 냉랭한 대화를 주고받고, 감정 섞인 언짢은 대화를 할 필요가 없었겠지. 기분이 나빠져 무력감이 일시에 일지도 않고 말이야.


내 마음이 급했다. 걱정이 말이 되어 나왔고 행동으로 나왔다. 일하게 해 주세요. 뭐 할까요. 알려주세요. 내게 목줄을 달고 그의 손에 쥐어준 격이지 않나.

왜 난 낮은 자의 자세를 쉽게 취하는 걸까. 그리고 왜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한 걸까. 이유를 알고 싶고 안 찾아지면 행동수정이라도 먼저 하고 싶다.


조급해하지 않기 위해선 먼저 물어보지 않기. 기다리기. 하라고 할 때 해도 늦지 않음.

오늘은 여기까지 해소의 글쓰기로 마음의 먼지를 일부 털어놓고 간다. 오늘 글에 쓴 대로 집에 가 여유 있는 엄마, 좋은 엄마가 되기를 바란다. 좋은 엄마 되자를 생각한다. 생각대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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