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침대에서

쓰는 일기

by 썸머

오늘 글쓰기는 어렵다. 의욕이 없는 건지 내용 없는 글을 그럴싸하게 쓰려고 하는 것에서 힘들어서 그런 건지.

후자가 전자의 감정을 만든 거 같다. 내게 드는 생각과 감정에 대해 쓰는 것은 이말 저말 이 단어 저 단어 써가며 마구잡이로 써도 된다. 솔직한 글이 되고 내 마음을 꺼내며 알알이 구슬이 잘 꿰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글을 쓴다. 일기가 주는 글쓰기가 그렇다. 편안하게 술술 써진다.

그런데 <나의 인생드라마>라는 주제글 쓰기를 하려니 힘들다.

우선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 딱 떠오르는 드라마가 없다. 생각을 쥐어짜듯이 해서 떠오른 게 <나의 아저씨>다. 혼자 방에 들어가 가족들과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보기 한 드라마였다. 2화부터 보기 시작해할 일 없이 있던 나는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이야기 전개가 짜임새 있었다. 각각의 역할마다 사연이 있고 위트 섞인 그들의 얘기가 촘촘하게 얽혀 다양한 인물들이 드라마를 하나의 탄탄한 구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었다. 다 그들만의 걱정과 어려움과 치열함과 상처로 범벅된 삶들이었다.

외모가 뛰어난 여배우는 자기의 실패는 능력 없는 감독 탓이라며 공개적으로 자기의 슬럼프를 감독 탓으로 위장하며 자존심을 지킨다. 인간의 이기성을 앞 뒤로 다 보여주는 영상이다. 관객의 입장인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녀의 좋지 않은 태도에도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었다.

사람은 최고의 도덕성을 지니고 사는 선인이 아니다. 부족한 자존감을 보이기 싫고 남들에게는 그럴싸하게 위장할 수 있다면 그러기를 바란다. 뭐라 욕을 못하겠다. 그 모습이 좋아서가 아니라 앞뒤의 내용이 짜임새 있게 인간의 심리를 서술해 주고 있어 인간의 단면을 보았을 뿐이니까. 판단대신 공감과 이해를 하게 했다. 작가의 대본과 연출력이 만든 힘이었다.

어제 일 끝나고 쉬는 시간에 쓴 글은 수식어와 감상이 남발되는 글을 썼다. 방금 쓴 여배우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뭔가 주제글을 새로 쓰고 있는 거 같다. 쓰려하면 쓸거리가 너무 많다. 어떤 내용을 쓸 건지 주제를 정하고 쓸 내용 두세 개를 미리 써보고 서론, 본론, 결론을 쓰라던 어제 독서줌모임에서 교수님이 독후감 쓰기 방법으로 알려준 말이 생각난다.

너무 많은 얘기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건 찰랑찰랑한 물결치는 글이라고 했다. 한 개의 깊은 바닷속 같은 글을 쓰라고 했다.

글을 처음부터 개요를 쓰고 주제를 정하고 쓸 내용을 추린 후 다시 써야 하나. 지난주에도 글 마무리 못해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주에 더 부담을 느끼나. 하고 싶지 않다. 미루고 싶고 나 몰라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 아침은 처참하게 가라앉는다. 아침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글쓰기도 안 잡히고 읽을 만한 책도 없는 거 같다. 아침시간을 채울걸 찾는 중이다. 그간 아침을 어떻게 채워왔을까 생각하게 하고 대단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제 일어나 쉽게 할 수 있는 책 읽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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