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끝 디데이를 세어보려 했다. 셀필요 없는데 굳이. 오늘이 방학마지막날이다. 내일과 모레는 토요일과 일요일로 원래 쉬는 날. 정식으로는 오늘이 방학 마지막 날이 된다. 다음 주부터 2학기 시작이다. 방학 끝나기 전에 자역쓰를 마무리 짓고 내게서 떠나보내려고 했는데, 그 생각이 강해 오히려 브런치에도 못 들어오고 일상 글쓰기마저 못하게 됐던 거 같다.
이주 전 월요일에 근장 근무를 미루고 한 주 동안 자역쓰 마무리를 우선으로 하자고 마음먹고는 근장 담당자 선생님께 말하기 주저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그대로 출근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일상을 산다고 긍정적으로 생각은 굵게 하고선. 근장 근무도 끝나고 방학도 끝나가는 이번 주의 끝에 다다르고 보니, 자역쓰는 그날부터 손대지 않았다. 악의 장막이라도 된 듯 들춰보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 무서웠나 보다. 너무 잘하고 싶었나 보다. 대충 해서 떠나보내자고 해놓고는 그게 마음같이 되지 않았나 보다.
한 가지 이유를 댈 만한 게 있긴 하다.
이 주 전 월요일 아침, 자역쓰 단톡방에 글을 다 쓰고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질문을 올렸고, 교수님이 바로 답을 달아주셨다. 책을 내고 싶으시다는 말씀이시죠? 물어보고 알려드릴게요,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다른 교수님이 두 개의 긴 장문의 톡을 단체톡에 올려주셨다. 우선 30만 원이 들고 이후 검사하는데 또 돈이 들고 등. 수정해야 할 게 많음에도 일단 책을 만들고 보자. 만들고 나서 수정하는 방식을 취해보자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거기에 생각지 못한 돈이 부과되니 몇십만 원 혹은 백만 원이 가깝거나 넘을지도 모르는 돈이 드는데 수정해야 할 것 투성이의 책을 내기 위해 그 돈을 쓴다고 하니 드는 돈이 아까웠다. 역시 돈이 진행 상황을 막았다. 글쓰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글쓰기 시작이 안되어 이주동안 글을 안 쓴 것일 테지만, 돈이 등장해 어떻게든 방학 안에 마무리하려던 의욕을 뚝하고 분지르듯이 부서트려버렸다.
근장 할 때는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하고 작은 아이 하원을 하고 재우고 같이 잠들며 하루를 살았다. 그렇게 일주일 하고 하루 반나절을 더 살았다.
이번주 화요일 오후 1시에 근장 520시간 근무가 모두 끝났다. 그리고는 도서관 근처 한식뷔페에 가서 점심을 사 먹고 집으로 왔다. 그날 오후 시간은 티브이와 먹기로 채웠다. 시간 낭비하는 루트가 작동했다.
다음날 수요일도 하루가 그랬다. 해야 할 일이 없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더위도 한 몫했다. 추운 겨울엔 이불을 훔목 뒤집어쓰고 움츠러들어 활동량이 확 줄지만, 더운 8월에는 몸이 축 처져 늘어진다. 출근해 책상에 앉아서는 하루종일 틈나는 대로 글을 쓰던 것이, 출근 안 하고 집에 있는 8월의 하루는 멍과 티브이와 주전부리만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해서 방학의 끝날, 오늘이 왔다. 자역쓰 마무리는 하자는 생각만 있었고 시도조차 없이.
'팥앙금 해줘'라던 아이의 말이 생각나 마지막 남은 팥을 압력솥에 찌고 있는 중이다. 압력솥에서 김 빠지는 소리만 내 책생인 부엌 식탁옆 가스레인지에서 들려온다.
한낮의 더위는 한풀 꺾였다. 한여름은 지나간 듯하다. 아침저녁에는 선선하기도 하고 때론 쌀쌀하기도 하다. 더위가 꺾이고 가을이 다가와 반가워야 할 이 시기가 마냥 즐겁지 않고 마음이 무겁다. 해야 할 자역쓰 마무리에 가 닿지 않아서. 찜찜함이 온 마음에 남아있어서.
그래도 다행인 건 무료한 오후 두 시에 이 주간 들어올 생각도 못한, 마치 자석의 엔극과 에스극처럼 밀치는 느낌을 받는 거 같던 브런치를 클릭해 들어와 이 글을 쓴다는 거다. 그거로도 됐다. 만족스럽다. 더운 온도에 부유하는 공기가 가득한 8월 끝자락 오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