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땐 베이킹

by 썸머

26. 2. 2. 월. Pm 1:04

가라앉은 기분으로 나를 갉아먹는 대신 뭔가 하기로 했다. 프레스쿠키를 만드려고 지난주 금요일부터 실온에 꺼내 놓은 버터로 만들기로 했다

먼저 레시피를 보고 계량을 했다. 참고한 레시피의 1/2 분량.

프랑스밀가루 235g, b.p 1/2t, 버터 170g, 설탕 100g, 계란 1개(54g, 참고레시피는 계란 1개, 우유 2큰술), 바닐라액 1t

액체재료인 계란과 우유가 합쳐서 90그람 정도 되는 거 같아 계란 1개를 조금 덜 넣으면 될 것 같았다. 마침 집에 있는 계란이 특란이라 60그람일 줄 알았는데 실제 계량해 보았을 때 54그람밖에 안 나갔다. 버릴 것 없이 거의 그 양을 다 사용했다.

부엌에서 쿠키 만들고 큰 아이 점심 차려주면서 2시간을 보냈다. 부엌에서의 복닥거리는 시간을 갖고 마음이 좀 나아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보다 더 낫다. 움직이고,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가 좋아할 쿠키가 만들어지고, 문 닫고 지내는 겨울에 소음이 클까 봐 사용하지 않던 우녹스오븐을 사용해 보고, 예열과 굽는 시간까지 20여분이면 되는 쿠키구울 때는 사용해도 되겠다는 걸 알게 되고, 하루 종일 있는 방보다 더 밝은 거실과 부엌에 있어 더 나았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두 시간 동안 있었던 일, 그때 들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 마음의 빗질이다. 아침마다 아이 머리 빗질을 하면서 매일 해야 하는 걸 느낀다. 머리를 감고 어제 빗질을 한 머리여도 오늘이 되면 학교 가기 전 빗질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그냥 가면 머리 빗질도 안 한 아이가 된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글이 내 마음의 빗질이다.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보인다. 누구도 아닌 내게. 그걸 글로 다듬어 주어야 한다. 화난 마음도 진정이 되고, 어지러워 가라앉는 대로 내버려 두고 싶은 마음도 건져 올리고, 내가 나를 다독여줘야 한다. 그 마음이 따뜻해 눈물이 난다. 지쳐있나 보다. 기운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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