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줄어들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여름의 끝자락을 부어잡고 언니와 서점에 갔다. 나란히 앉아서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한권을 같이 읽었다.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처럼 신이 나는 순간이다.
내 여행의 성향은 언니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뉴욕에 유학간 언니가 보고싶었고 일상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학교와 집만 반복할 시절에 뉴욕은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한국에 돌아온 언니는 여행책을 내고 싶어했고 나는 삽화를 그려주기로 했다.
뉴욕부터 캐나다, 호주, 영국…스타벅스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언니는 글을 썼다. 낮에는 회사에가고 저녁엔 글쓰는 플랫폼에서 작가로 글을 연재하는 언니가 멋져보였다. 무언가에 몰두에 있는 사람의 눈은 반짝거린다. 그런 언니와 같이 있으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무지개를 그리게 된다.
그림 속에 나오는 메리는 동그란 눈에 단발이 잘어울리는 언니의 모습을 그렸다. 같이 여행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른한 천국으로 가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