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찾은 빛의 조각들
봄에 간 전시장에서 누군가 내게 여행을 왜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문득 그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행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노력이 필요 없었지만 그걸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여행지에서 나는 쉽게 이방인이 된다. 그곳에서는 캐리어 하나만 들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로 누구든 될 수 있다. 처음 배낭여행을 가는 것 같은 들뜬 대학생, 연인을 찾아 떠난 사랑꾼, 낙원을 찾는 가난한 여행자나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가 되며 일상과는 다른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낯선 곳에 대한 설렘으로 일상을 채워간다. 지칠 때는 여행에서 저장해둔 행복을 꺼내고 다음 여행지의 기대감으로 오늘을 더 밝게 물들인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티켓을 끊고 6개월을 기다렸다. 졸업전시와 포트폴리오 만들기로 밤샘 작업을 하고 불안한 내일을 걱정할 때 여행을 생각하면 숨이 트였다.
틈만 나면 구글맵으로 동네 구경을 했으면서도 처음 유럽여행을 온 것처럼 들떴다. 2주 내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의 에어비앤비에 묵는 동안 한 시간만 걸으면 지중해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2층 버스를 타고 시티투어를 가고 발바닥이 빠지게 도시를 걸으며 가우디를 만날 수 있었다.
구엘공원은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았다. 알록달록하고 자연의 곡선을 닮은 독특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헨젤과 그레텔 동화 속에 나오는 과자집처럼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런 건축을 보고 자라면 어떤 재미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여기서 자란 사람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날의 노을과 냄새, 다채로운 색감의 타일들은 그 모습 그대로 눈에 선명하게 남았다. 서울에 돌아와서 어디를 가도 머리를 떠나지 않아 그 모습을 쓰고 그려 남기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우디 건축은 순수한 아이 같았고 그렇게 행복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이 유치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칭찬처럼 느껴진다. 마음은 늙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