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그린 Jul 03. 2022

여행을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바르셀로나에서 찾은 빛의 조각들

코리아아트쇼에서




봄에 간 전시장에서 누군가 내게 여행을 왜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문득 그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행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노력이 필요 없었지만 그걸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여행지에서 나는 쉽게 이방인이 된다. 그곳에서는 캐리어 하나만 들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로 누구든 될 수 있다. 처음 배낭여행을 가는 것 같은 들뜬 대학생, 연인을 찾아 떠난 사랑꾼, 낙원을 찾는 가난한 여행자나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가 되며 일상과는 다른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낯선 곳에 대한 설렘으로 일상을 채워간다. 지칠 때는 여행에서 저장해둔 행복을 꺼내고 다음 여행지의 기대감으로 오늘을 더 밝게 물들인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티켓을 끊고 6개월을 기다렸다. 졸업전시와 포트폴리오 만들기로 밤샘 작업을 하고 불안한 내일을 걱정할 때 여행을 생각하면 숨이 트였다.


틈만 나면 구글맵으로 동네 구경을 했으면서도 처음 유럽여행을 온 것처럼 들떴다. 2주 내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의 에어비앤비에 묵는 동안 한 시간만 걸으면 지중해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2층 버스를 타고 시티투어를 가고 발바닥이 빠지게 도시를 걸으며 가우디를 만날 수 있었다.


구엘공원은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것 같았다. 알록달록하고 자연의 곡선을 닮은 독특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헨젤과 그레텔 동화 속에 나오는 과자집처럼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런 건축을 보고 자라면 어떤 재미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여기서 자란 사람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Pieces of Barcelona_Acrylic on C-print_ 80x53cm_2019_SummerGreen



그날의 노을과 냄새, 다채로운 색감의 타일들은 그 모습 그대로 눈에 선명하게 남았다. 서울에 돌아와서 어디를 가도 머리를 떠나지 않아 그 모습을 쓰고 그려 남기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우디 건축은 순수한 아이 같았고 그렇게 행복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이 유치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칭찬처럼 느껴진다. 마음은 늙지 않으니까.





이전 11화 Bonjour!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