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해변으로 가요

샌디에고에서 떠난 멕시코 자유여행 - 2

by 썸머그린
플라야 데 티후아나


티후아나에 여행 온 둘째 날,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어젯밤 늦게 숙소에 도착해 근처 음식점에서 랍스터 요리와 함께 마가리타를 마셨다. 양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말을 오해한 주인 할아버지가 1인분만 주셨고 그렇게 2만 원에 배를 채운채 피곤에 지쳐 그대로 뻗었다. 눈을 뜨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떴다. 두 블록 걸었을 때 골목 옆으로 바다가 보였다. 주변 건물들이 허름하다고 생각했는데 해변을 걸으면서 보이는 건물들 뒤편에는 화려한 벽화와 그라피티가 이어졌다. 춤추는 여자들, 만다라 등등 알록달록한 색감에 그림을 보니 그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졌다.


가까운 바닷가 마을에 들렸다. 긴 해변을 따라 장벽이 이어졌다. 곳곳에는 벽화와 미국으로 가고 싶다거나 미국으로 떠난 가족이 그리워 슬프다는 둥 각자의 바램이 적혀 있었다. 장벽 곳곳에는 슬픔이 묻어났다. 가족을 만나고 싶다거나 미국에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는 소망들이 적혀있다. 불법 이민자나 멕시코 카르텔에 쫓겨 망명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지불하고 몰래 이 국경을 넘는다고 한다. 이국적인 풍경에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이산가족, 3.8선, 탈북 모두 남의 나라 일은 아니다. 자유롭게 멕시코에 놀러 온 우리의 상황과 대비되어 불편한 이질감이 들었다. 두터운 장벽이 인위적으로 해변의 끝을 만들었고 자연을 지배하는 당연한 사실까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다른 곳에 비해 울타리가 조금 높고 튼튼한 것뿐인데 두 눈으로 마주하니 씁쓸했다. 다른 삶이 궁금해서 여행을 왔지만 이 곳에 있는 사람들도 다른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해변을 따라 늘어진 주택가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있었다. 개를 산책시키거나 가족들과 함께 평온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해변 옆에 나는 선인장을 보니 정말 멕시코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배가 고팠지만 맛있는 걸 먹으려는 친구를 따라 삼십 분쯤 더 걸어가니 조그만 브런치카페에 도착했다. 브런치 세트를 시키자 이름 모를 멕시코 음식과, 따뜻한 커피와 오렌지주스가 나왔고 맛있는 음식에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신이나서 얘기하는 우릴 보며 옆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외국인과 말도 안통하는데 각자 얘기를 하며 신이나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즉흥적인 여행이라 오늘도 내일도 계획은 없었고 멕시코에서 꼭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얘기했다. 나는 프리다 칼로 그림을 보러 갤러리에 가기, 노을 보기, 마트 구경을 얘기했다. 하고싶은게 많은 나와 달리 친구는 아주 맛있는 멕시코 음식 먹기가 다였다. 저녁에는 해산물 타코를 먹기로 했다. 멕시코는 랍스터가 저렴한 편이다. 랍스터를 보편적으로 1인 2만원에 먹을 수 있다. 점심을 먹고 나와 바로 앞에 앞에 있는 월마트를 먼저 갔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했다. 곧 있으면 11월이라 밤이면 살짝 추워지는 미국집에서 더 이상 담요를 덮고 자는 게 싫어서 만원에 이불을 장만했다. 친구는 들고 갈 수 있겠냐는 눈으로 날 쳐다봤지만 추위를 많이 타서 이불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바닷바람을 너무 많이 맞았는지 이불을 두고 가려고 들린 숙소에서 단잠을 잤다. 친구가 깨웠을 땐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 우버를 타고 국립 문화센터에 들어갔다. 문을 닫기 한 시간 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가자 티후아나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초기 인디언과 석기시대 유물들 그리고 유럽에서 탐험 온 탐험가들과 상인들의 배 등 멕시코의 역사와 함께 멕시코와 미국의 유기적인 연결관계가 보였다. 영토분쟁, 미국을 위한 광산개발 터전, 관광지,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들의 땅 등 시간이 없어 오래 보진 못했지만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프리다 칼로 그림은 없었지만 기프트샵에서 엽서라도 몇 장 건졌다. 얇은 종이 한 장만으로 여행을 추억하기 좋아서 여행을 가면 꼭 엽서를 한 장씩 사 온다. 티후아나 해산물 맛집인 라이온 피쉬에 가서 해산물 요리와 타코, 나초, 칵테일 한잔을 즐기며 멕시코에서 마지막 저녁을 즐겁게 마무리했다.


점심에 먹은 브런치 세트, 라이온 피쉬의 해산물 요리






오늘은 티후아나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비건 타코를 먹고 근처 시장에 가기로 했다.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쌓여있었고 우리가 아는 식재료들도 많이있었다. 석류, 레몬, 감, 수박, 코코넛, 아보카도, 과야바, 파파야, 선인장 등을 볼 수 있었다. 현지의 맛이 궁금해져 우리는 코코넛을 먹기로 했다. 과일 아저씨 주변에는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있었고 코코넛 하나를 주문하자 귀여운 티켓을 한 장 주셨다. 그걸 가지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코코넛과 티켓을 교환하면 된다. 급하게 오느라 우린 멕시코 페소로 환전하지 않고 그냥 달러를 사용했는데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했다. 전통과자와 피규어나 장난감을 파는 곳마다 어디에 쓰는지 모를 캐릭터 종이인형을 여러 곳에서 팔고 있었다. 피카츄, 돼지, 미니언, 유니콘 어디서나 아이들에게 만화영화는 인기인가 보다. 스페인풍의 타일들도 쌓아놓고 팔고 있었는데 꽤 멋졌다. 노팔이라는 탁구채처럼 납작한 선인장을 많이 팔았는데 어떻게 먹는건지 궁금했다.


들리는 현지 음식점마다 비건 메뉴가 있었고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마지막 식사를 고민하다 결국 비건 음식점에서 타코를 먹기로 했다. 풀을 싫어하는 민이와 달리 샐러드를 좋아하는 나는 잘 먹겠지 싶었는데 고기랑 새우가 빠진 타코는 정말 건강한 맛이었다. 그저 밍밍한 숲에서 고수를 찾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으로 가는 국경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한참 줄을 서서 들어갔다. 넷플릭스에서 보이는 위험한 범죄가 판치는 멕시코와는 다르게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미세먼지 없이 맑고 아름다운 멕시코의 하늘은 영원히 가슴 속 깊이 남을 것 같다.



노을, 선인장, 타코, 스페인풍 타일들 그리고 건조하면서 살짝 비린 티후아나의 냄새 모두 안녕,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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