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에서 떠난 멕시코 자유여행 - 1
빨간날에 겁없이 걸어서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 샌디에고에서 지낼때 트롤리를 2시간만 타면 간다는 말에 서둘러 짐을 챙겨 여행을 갔다.
걸어 다닐 거라 필요한 짐만 간단히 챙겨서 빨간 트롤리에 올랐다. 몇 시간 후면 멕시코라니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으며 빠르게 여행 준비를 했다. 출발 전 또 다른 친구는 멕시코는 위험하다고 굳이 왜 가냐고 했던 말이 떠올라 일단 에어비앤비를 중심으로 우범지역을 빠르게 확인했다. 트롤리를 타고 종점에 내려 멕시코 국경으로 걸어가는 길은 차도 사람들도 북적거렸고 24시간 주차장, 통신사, 운송업체의 호객행위를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국경을 넘기 전 AT&T 통신사에 들려 통신 가능지역에 며칠간 멕시코를 포함시켰다. 멕시코 클럽으로 놀러 가기 위해 밤에 국경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국경 주변은 낮과 밤의 풍경이 다르다고도 한다. 소문 무성한 멕시코 국경을 넘는 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트럼프가 국경 장벽을 더 견고하게 건설하기 전이라 지금 상황은 잘 모르지만 내가 갔을 때는 여권만 가지고 검사대를 통과하면 되는 간단한 절차였다. 언제나 그렇듯 나가는 건 쉬워도 미국에 들어오긴 쉽지 않다. 미국 방문 기록이나 비자가 적힌 증명서류가 꼭 필요하다.
시코에 왜 왔냐는 질문에 프리다칼로를 보러왔다고 말했다. 무성한 소문에 비해 간단히 문을 열고 나왔다.티후아나 Border! 잿빛의 시멘트로 지어진 튼튼한 미로 장벽을 따라 쭉 걸어가다 보면 멕시코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유럽여행에서 국경을 넘는 것과 달리 불법 이민자를 막으려는 높은 시멘트 벽이 두 나라를 굳건하게 가로막았다. 국경 건물 안으로 들어와 걸어가는 동안 울타리 밖으로 야자수가 늘어진 티후아나의 주택가를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이지만 풍경은 사뭇 달랐다. 멀리서 보이는 모습은 예상과 달리 멕시코가 더 활기차 보였다. 두발로 걸어서 국경을 넘고 마지막 검사대에서 여권 검사만 맡으면 멕시코로 나가게 된다. 삼면은 바다에 북쪽엔 북한이 위치한 우리나라에 살아와서 그런지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일은 어색했다. 샌디에고와 티후아나 사이의 장벽 하나로 전혀 다른 세계가 열렸다.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생각 없다가 무엇이 날 여기로 이끌었는지 생각하며 무장군인들 사이로 천천히 몸을 빠져나왔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고 사람이 없는 국경 근처라 빨리 우버를 타려고 했다. 예상과 다르게 멕시코에 오자마자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발을 동동거리며 한 시간을 기다렸다. 같이 나온 사람들은 하나둘 마중 나온 차를 타고 점점 사라져 가고 우리만 남게 되었다. 여전히 통신상태가 불량했지만 호객행위를 하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불량해 보였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만 국경도시라 치안이 안전한 지역은 아니어서 모르는 봉고차를 탈 순 없었다. 지겹게 타라는 손짓과 뜻 모를 스페인어 문장을 거절하며 몸을 돌렸다. 멕시코 카르텔이 나오는 넷플릭스를 자주 봐서 그런지 싸한 느낌이 들었다. 열심히 데이터를 확인하며 스마트폰을 보는 친구와 딱 붙은 채 주변을 살피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배고프고 피곤한 기다림이 이어지다가 6-7시쯤 되었을 때 오렌지빛 하늘을 만났다. 하늘에 물감을 찍어 바른 듯 은은하게 퍼지는 색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찬란한 색상의 하늘을 보며 오후 6시의 티후아나 하늘을 담은 물감을 팔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즈텍 태양신의 흔적처럼 살면서 또 볼 수는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한번 더 담았다. 오렌지빛으로 마음속에 일렁이는 티후아나의 하늘이 욕심나서 그 순간을 잡아두고 싶었다.
오늘의 말랑한 기분과 냄새를 적어두고 싶다. 그렇게 언제든 꺼내서 볼 수 있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가 내 글을 읽으며 여행지의 좋았던 인상을 남기는 여행 글은 많으니까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라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단지 좋아서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단순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글에 내가 녹아들어가 있으면 좋겠다. 이윽고 터진 데이터에 빠르게 우버를 불렀다. 숙소로 가는 삼십 분 동안 창밖으로 티후아나의 해는 땅 아래로 떨어지고 멕시코의 첫날은 빠르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