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 덕후의 초콜릿 상자

미리 챙기는 발렌타인 초콜릿

by 썸머그린





발렌타인데이가 가까워지면서 가게마다 붙은 광고를 보며 초콜릿 상자를 떠올렸다. 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대사를 참 좋아한다.


"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 자신에게 무엇이 주어질지 몰라.


Also does our life select how to follow, there is a possibility also the result of life changing. 우리의 인생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


내 인생에서 낙담해도 언젠가는 좋은 일이 올 거라고 믿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라고 늘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초콜릿 상자가 좋다. 단 걸 좋아해서 집안 가구에 항상 과자 칸을 마련해두는데 그 안에도 늘 초콜릿 상자가 곁에 있었다. 기쁜 일이 생길 때 하나 먹으면 더 달고 슬픈 일이 생길 땐 두 개 먹어도 덜 달게 느껴졌다. 초콜릿이 없다면 세상은 조금 더 달콤했을까?


그동안 나를 거쳐간 초콜릿들도 참 많았다. 편의점, 동네 마트부터 면세점까지 어딜 가나 초콜릿 매대 앞에서 서서 현명한 선택을 위해 진지한 고민을 한다. 늘 맛있는 엠엔엠즈, 크런키, 페레로로쉐부터 바둑알 초콜릿, 수제 초콜릿까지 세상엔 많고 많은 초콜릿이 있다. 우리나라는 가나, 미국은 허쉬, 엠엔엠즈랑 누텔라, 하와이안 호스트, 일본은 로이스랑 메이지, 벨기에는 고디바와 길리안, 노이하우스, 스위스는 린트, 프랑스는 발로나, 뉴질랜드는 휘태커스, 독일은 밀카랑 리터 스포트, 이탈리아는 페레로 로쉐랑 킨더, 러시아는 알룐카, 호주는 몰티져스와 줌보, 싱가포르는 제니스 웡, 영국은 캐드버리 등등 그리고 수제 초콜릿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요새는 마트에 더 다양한 수입산 초콜릿도 있고 해외직구도 손쉽게 할 수 있어 계속 먹고 싶은 욕심을 자극한다.


가끔 초콜릿 상자를 열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때면 포레스트 검프 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떠오른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초콜릿 상자들도 내 삶의 일부가 되어간다. 초콜릿에 얽힌 추억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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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갈 때마다 ABC초콜릿을 사 갔는데 더 맛있을 때 먹으려고 아껴서 가방에 넣어두고는 다 녹아버렸던 여름날이 생생하다. 스무 살 적 서울에 처음 와서 리움미술관에 갔을 때 친한 언니가 멋모르던 나를 이태원 패션 5로 데려갔다. 그때 먹은 초콜릿에 나던 서울의 맛이 생각난다. 또 식당에서 모르는 사람이 먹여준 로이스 초콜릿, 급하게 응급실에 갔던 날 다행히 별일 아니어서 약과 같이 사서 먹었던 안도감의 린트 초콜릿, 가로수길에 처음 간 날 먹은 고디바의 진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가로수길만 떠오르면 그 진한 초콜릿 맛이 떠오른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엠앤엠즈 스토어를 보고 온 후 엠앤엠즈를 보면 그날의 화려한 야경이 떠오른다.


초콜릿이 주는 즐거움 탓에 보상처럼 용돈을 받고 월급을 받으면 가장 생각나는 것이 초콜릿이다. 올해 내게는 어떤 초콜릿 상자가 찾아올까 기대된다. 스무 살 때는 고디바와 이태원의 패션 5가 정말 좋았는데 좋은 초콜릿 상자는 매년 달라진다. 영화배우 정유미는 여행을 갈 때마다 향수를 사서 뿌려 향으로 냄새를 기억한다고 하는데 나는 여행 내내 주머니에 초콜릿을 넣어두고 피곤할 때마다 꺼내 먹곤 한다.


여행마다 초콜릿 먹기를 빼놓지 않았는데 작년에 내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은 초콜릿이 있다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만난 제니스 웡의 초콜릿이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온 듯 독특하고 아름다운 초콜릿들 그리고 과일의 상큼함이 더해진 새콤달콤 다양한 맛을 내는 초콜릿이 계속 눈에 밟혔다.


작년 1월에 싱가포르 여행에 갔다 그 후로 코로나로 인해 마지막 여행이 되어버려 더 맛있는 기억으로 남은 걸지도 모른다. 더 먹고 올걸 후회와 더 사 가지고 올 걸 후회가 계속되다가 한국에서 비슷한 맛을 내는 초콜릿을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제니스 웡이 다른 초콜릿과 다른 점을 묻는다면 진한 재료 본연의 맛이 나고 다양한 과일 향이 진한 초콜릿이라는 것 그리고 예술작품 같은 모습에 반해 눈으로도 먹고 입으로도 먹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정말 맛있냐고 물어본다면 단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다 먹어 빈 초콜릿 상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그니처 메뉴, 크레용 초콜릿


색다른 시도를 위해 수공예품 작가들의 판매 사이트, 아이디어스에 들어갔다. 쑥, 팥, 인절미, 누룽지 초콜릿까지 다양한 제품을 파는 작가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감미로이라는 작가를 찾았다. 물론 절대 광고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제니스 웡의 크레용 초콜릿과 비슷한 초콜릿 스틱을 파는 작가여서 눈여겨보게되었다. 수제 초콜릿을 구매하며 여러 번 실패가 있어서 고민이 되었다. 단 걸 좋아하지만 너무 단건 안 좋아하기 때문에 과일의 신맛이 상큼하게 잘 어울리길 원했다. 계속되는 내 고민을 지켜보던 친구가 미리 밸런타인 선물을 보냈줬다. 동공이 확장된채로 바로 뜯어서는 패션후르츠와 흑임자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은 후라 배가 불렀는데 먹기 전이었으면 앉은자리에서 다 먹는 것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재밌는 초콜릿은 가족들이랑 같이 먹어야 하니 모두 모이는 날 나머지 초콜릿을 맛봐야겠다.



오늘 집으로 받은 감미로이 초콜릿
출처 네이버 스토어팜 감미로이


곧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는데 연인이 없다면 나만의 초콜릿 상자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 줘서 받기만 하는 초콜릿이 아니라 온전히 내 취향의 초콜릿 상자를 찾아보는 즐거움은 더 크다. 코로나로 인해 대형마트에 가기 꺼려진다면 온라인 주문을 하자. 요새는 직구가 아니더라도 수입산 초콜릿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맛집에서 줄 서서 기다린 후 먹으면 음식의 맛이 더 좋아진다는 결과가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아기 때부터 치과를 들락날락하며 초콜릿을 많이 먹기 위해 좋은 구강관리에 힘쓰는 초코 덕후로써 개인적으로 몇 가지 추천하고 싶다. 다양한 종류를 원한다면 휘태커스 초콜릿을 권한다. 가장비싸고 고급스러운 걸 먹어볼래라고 생각이 든다면 노이하우스를 추천한다. 인절미, 흑임자, 팥, 쑥, 누룽지와 같은 한국식 재료를 결합한 초콜릿도 아이디어스에서 판매 중이다. 두고두고 오래 먹을 아주 달콤한 생초콜릿을 찾는다면 마테즈나 코스트코 인기상품 트러플 초콜릿을, 근처에서 쉽게 사길 원하면 올리브영에서 리터 스포트 초콜릿을 그리고 마카다미아를 좋아한다면 하와이안 호스트 초콜릿을 추천한다. 주관적인 의견이라 입맛에 안맞을 수도 있다.


저녁에 집에 와서 혼자 먹는다면 넷플릭스에 있는 줌보의 디저트를 같이 보는 것도 좋다. 온갖 달콤한 것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적으니 홍보성 짙은 초콜릿 가게 직원 같지만 그냥 초콜릿을 꽤 좋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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