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잊은 당신에게
크로아티아 여행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그려지는 붉은 지붕의 도시,
오늘 두브로브니크 그림을 그린다.
쓱싹쓱싹, 두터운 성벽에 붉은 해를 칠해 놓은 듯한 붉은 벽돌 지붕들을 그려 넣는다.
버나드 쇼는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 했다.
붉은 지붕 사이로 들리는 종소리,
가까운 항구에서 나는 바다내음,
오르막 내리막 언덕길 사이에서 들리는 길 위의 악공들,
성벽 사이 작은 창으로 보이는 바다를 안주 삼아 마시는 한낮의 맥주
여름날 즐거웠던 추억들과 함께
다양한 소리를 담고 있는 두터운 성벽이
어디에서나 붉은 두브로브니크로 데려다준다.
2015.9 크로아티아 여행기록
언니가 취업시험에 합격한 날, 추진력 빠르신 아버지는 그날 여러 여행사에 전화를 돌렸다. 우린 여행이 확정되기도 전에 정신없이 짐부터 챙겼다. 다음날 바로 동유럽으로 떠났다.붉은 지붕들이 가득한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에 도착했다.
뜨거운 태양에 눈이 시리고 비 오듯이 땀이 나는 여름이었다. 너무 더웠고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었다.레스토랑의 창가엔 유리가 없이 항구가 있는 바깥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운치 있는 풍경에 면이 퍼진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도 맛있었다.
숨이차게 언덕길로 쭉 올라가다 보면 성벽에 구멍이 뚫린 문이 하나 있다. 레몬맥주가 유명한 'buza cafe'라는 두브로브니크의 명소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 조금 더 올라가니 작은 표지판에 'cold drinks'써진 2호점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테이블이 주르륵 있었다. 멀리 아드리아해를 보며 맥주파티를 했다. 다이빙을 하거나 보트를 타는 사람도 많았다.
한낮의 스플리트를 걷다 보면 끊임없이 천국을 마주하게 된다.
첫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아서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고 그 풍경 속에 속하고 싶었다. 눈이 시린 유럽의 태양, 주황색 지붕과 키가 큰 선인장, 오래된 궁전, 해변을 따라 늘어진 야자수들 그리고 광장에서 아카펠라 그룹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21세기의 내가,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사랑하는 스플리트에 있었다. 그가 지은 궁전을 걸었고 해변의 야자수를 보며 느끼는 천국의 낭만은 공유되고 있었다.
동그랗게 천장에 구멍이 뚫린 공간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세명의 가수가 무반주로 노래를 아카펠라를 부르자 공간 전체가 울리며 하늘 위로 노래가 퍼져나갔다.
이름 모를 자줏빛 꽃들이 하얀 벽돌집에 잔뜩 늘어져있다. 지난 여행사진들을 보니 아날로그 필름 어플의 파리 필터가 유행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 해 봄에 벚꽃사진은 모두 그 필터로 찍었었다. 여행 내내 아이폰 4s 기본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보정을 한 듯 크로아티아만의 햇살을 잔뜩 받은 사진의 색감이 아름다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크로아티아 생각뿐이었다. 뜨거운 태양, 붉은색, 낙원, 야자수, 항구가 떠오르는 낭만의 도시, 그날의 여행을 추억하며 그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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