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기억을 잃고 노숙자로 살던 독고씨에게 사장님이 처음 이름을 물었을 때, 그때가 바로 꽃을 피우기 위한 첫 단계, 싹이 움트는 순간이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기억을 잃고 말은 더듬지만 일머리는 있었던, 보기만해도 그의 사연이 궁금해지는 알쏭달쏭한 독고씨를 시작으로 편의점 주인인 염 여사, 알바생인 시현, 오여사, 그리고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까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실 우리는 자주 마주치면서도 스치듯 지나치는 존재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 속 인물들도 결코 특별하지 않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익숙하지만 낯선’ 사람들이다.
<불편한 편의점>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인물들의 사연이 편의점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며, 내 삶을 더 깊고 다채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의 교감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순간들을 생생히 떠올리게 만들었다.
소설 속 Always 편의점은 내가 했던 회사생활의 축약본이라 할 수 있다. 구성도 아주 절묘하다. ‘저런 애는 대체 왜 뽑았어’하며 새로 온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 ‘월급 받는 만큼만, 내 일만 잘하면 되지’ 스스로 위로하며 팀보다 본인을 우선시하는 태도, 늘 남의 험담으로 자신의 양분을 채우는 모습들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꼭 마주쳤던 뻔한 클리셰지만 사실은 나 역시 그들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된다.
‘모두 무엇이 되고픈’,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픈’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편의점이 바로 내가 이해한 불편한 편의점이다. 오늘도 편의점 천국인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을 우리 시대의 또다른 독고씨를 상상해본다. 어딘가에서 묵묵히 일하며 말보다는 진심으로 소통하는 누군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