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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Nov 18. 2019

쓰는 이들의 모임, 편견에 관하여

노들섬 표류기 (2)

10월 31일 할로윈 데이. 누군가는 마녀가 되고, 누군가는 조커가 되는 날. 브런치 작가, 번역 작가님과 ‘편견 없는 퇴근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라니.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모임은 몇 가지 질문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고맙게도 이들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살아온 삶을 적극적으로 풀어주었다. 설레었던, 적어도 나는 오래도록 간직할 ‘작가’ 최다미의 첫 모임을 기록한다.


모임에서 불리고 싶은 닉네임을 적어주세요


참석자: 자몽, 사이다, 리스팩트, 다미쿵야

장소 : 서울시 용산구 한강 노들섬 노들 서가


다미쿵야 : 주제가 편견 없는 퇴근길이라 직업, 나이, 사는 곳을 제외하고 자기소개를 할 거예요. 저부터 시작해봐요. 전 건강 중독자입니다. 요가는 3년째고 매일 영양제를 3개씩 먹어요. 밀크씨슬, 멀티 비타민, 유산균이요. 그리고 과학 신봉자입니다. 과학적 사실을 들으면 관심이 확- 끌리고 무조건 믿어요. 제가 모르는 분야라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저는요. 요즘 이상하다는 소리가 좋아요. 그 말을 들으면 ‘내가 진짜 나답게 살고 있구나’하고 느껴요.


자몽 : 나이를 묻지 않아서 고마워요. 정말로요. 그래서인지 저를 소개하는 시간이 부담스럽지가 않네요. 저는 오래된 소설을 번역합니다. 최근에는 미국 소설 하나, 영국 소설 하나를 번역했어요. 에이, 아니에요. 정말 짧은 소설집이에요. 요만해요. 번역하다 보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필요한 교훈이 다를 게 없더라고요. 전 그게 요즘 흥미로워요. 독립출판에도 관심이 많고요.


리스팩트 : 아시겠지만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회사 생활도 좀 했었고요. 퇴사에 관한 글을 쓰고 있어요. 맞아요. 많이 나오는 소재죠. 요즘 전 글에 대한 저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제가 편견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같은 집필실을 쓰는 동료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서 자리에 함께 하게 됐어요.


사이다 :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걸 좋아해요. 그림을 그린지는 2년 정도 됐어요. 처음 사군자를 그려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뜻밖에 입상해서 지하철에도 붙었어요. 네 좋았죠. 그 후로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여러 공모전에 계속해서 당선되기도 하고요. 사실 네이버로 활동을 오래 했고 브런치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다미쿵야 : 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보니 더 흥미로운 대화가 될 것 같아요. 전 쓰는 사람들의 생각이 항상 궁금했거든요. 그럼 몇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봐요.


출처 구글
작가님들이 가진 고정관념, 신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자몽 : 확신이기도 하고, 저를 위로하기 위해 되뇌는 신념이 있어요.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에요. 최근 저에게 큰 사건이 있었어요. 영원할 거라 믿었던 것들이 변해버린 거예요. 거기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건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상처 받을 필요 없다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위한 고정관념이에요.


리스팩트 : 자몽님처럼 저도 자기 위로 같은 신념을 얘기할게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자’에요. 전 걱정이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드는 날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상황이 닥치면 제가 죽도록 걱정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걱정을 줄이고 싶었는데,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어요. ‘걱정하는 나를 걱정하지 말자’에요. 무슨 말인지 헷갈리죠. 저는 이미 걱정하는 사람인데, 그걸 줄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게 또 소진이 되더라고요.


사이다 : 그 생각 흥미롭네요 리스팩트님. 저도 조금 비슷해요. 전에는 ‘일희일비하지 말자’가 제 슬로건이었어요. 기쁜 일에 너무 들뜨지도, 나쁜 일에 너도 흔들리지 않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너무 무감각해져서 ‘일희일비 하자’로 바뀌었어요.


리스팩트 : 오. 저는 친구들이 일희일비하지 좀 말라고 하는데. (웃음)

출처 닥터 VIEW
사람들이 알게 되면 판단할까 봐 숨기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요?

리스팩트, 자몽 : 음 이 질문은 넘어갈게요. 작가님들이 저에 대해 판단할 수도 있으니까요. (웃음)


다미쿵야 : 전 학창 시절에 엄마, 아빠가 선생님이라고 친구들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부담스러워서 숨기고 싶은 사실이랄까? 학창 시절은 공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잖아요. 친구들이 ‘넌 당연히 공부 잘하겠네’하는 시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성적도 거짓말로 올려 말하고 그랬어요.


사이다 : 저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나 저를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보여줘요. 얘기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요. 집에서도 철저한 편이에요. 부모님 집에서도 마음대로 편하게 늘어져 있거나 그러지 않아요. 맞아요. 제가 좀 특이하죠.

출처 : 듀오
벗어나면 두려워지는 평균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해봐요


다미쿵야 : 요즘 뉴스에 평균 연봉, 평균 키와 몸무게, 평균 사교육비등 자주 나오잖아요. 평균이라는 게 절반은 어깨가 펴지고 절반은 어깨가 움츠려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사람들이 만든 평균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할 거예요. 예를 들어 남자는 스물 하나에서 둘에 군대를 가고, 전역하면 복학생이 되고, 졸업하면 취업하고 이런 루트가 있잖아요. 작가님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의 삶에서 벗어난 적이 있나요?


자몽 : 사실 저는 미국에 정말 오래 있다 와서 확 벗어났다고 할 수 있네요. 하하. 그런데 불편한 점은 첫인사가 ‘애기는 몇 살이에요?’에요. 이름도, 직장도 묻지 않고 첫마디가 그래요. 결혼했냐고 묻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면 저는 ‘아.. 저 아이 없어요’하죠. 이 나잇대에는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나 봐요?


리스팩트 : 와. 그 얘기 좀 충격이네요. 저 같은 경우는 학창 시절 보내고, 대학 가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거기까지는 비슷했어요. 그런데 퇴사한 후로 저만의 루트를 찾은 것 같아요.


사이다 : 저도 그래요. 취준까지는 남들 사는 대로 살았어요. 제가 취직 준비하면서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공부하면서 김밥, 라면 같은 것만 먹다 보니  건강상태가 확 나빠졌어요. 그때 부모님 집으로 내려갔는데 시골이라 너무 할 게 없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그린 그림이 터닝 포인트가 된 거죠. 아프고 난 후로 평균의 삶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제 동기들은 이제 다들 취업하고 직장 다녀요.

출처 : 백전백승 티스토리
마지막으로 사라졌으면 싶은 편견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자몽 : 나이요. 서점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가면 젊은 분들이 많아요. 제가 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와 다른 나잇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젊은 친구들의 문화나 신조어도 궁금하고요. 전 저 같은 40-50대들이 소외되었다고 생각해요. 모임도 없고, 이야기할 기회도 적어서 집에 있게 돼요. 다들 직장에, 육아에 바쁘지만 나와서 소통하고 싶어 할 거예요.


다미쿵야 : 자몽님 저와 같은 생각이에요. 저도 나이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해요. 저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들하고 그냥 친구 하고 싶어요. 난 요즘 이런 상태인데 겪어본 사람의 시선을 듣고 싶고요. 미래에 대한 대비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초등학생이랑도 친구 하고 싶어요. 그 친구들이 어떤 고민이 있는지, 뭐 하고 노는지 궁금하거든요. 저 어릴 때랑 또 다를 것 같아요.


다미쿵야 : 오늘 이렇게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이런 모임 주최는 처음이었어요. 오늘은 저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거예요. 만족하고 즐거웠다니 다행이에요. 먼길 오셨는데 얻어가는 게 없을까 봐 걱정했어요.


90분으로 계획했던 모임은 작가님들의 이야기로 2시간을 채웠다. 2020년 1월에 노들 서가에서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애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로, 혹은 무거운 이야기로 새롭게 마음을 건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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