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미 Nov 19. 2019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유니버셜 다자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노는 놀이터

꼬마 시절 놀이터는 나의 작은 섬이었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가 있는 멈춰있고 딱딱한 곳에서 난 매일 다르게 놀았다. 미끄럼틀 거꾸로 올라가기, 그네에서 멀리 뛰어내리기, 시소 서서 타기 등 별 짓을 다했다.


가장 열정을 바친 것은 '우물 만들기'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삽도 아닌 맨 손으로 미친 듯이 땅을 파면 된다. 파다 보면 플라스틱도 나오고 벌레도 나온다. 웬만큼 파면 2층 친구네 집으로 가 어린이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구멍에 냅다 붓는다. 우물은 생기지만 모래는 다 젖고, 옷도 다 젖는다. 한참 정신 놓고 반복하다 보면 밤이 온다.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 그 날 할 일은 다 한 거다.


매년 서울 DDP에서는 유니버셜 디자인 국제 세미나가 열린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 누구든 공간의 차별성을 느끼면 안 된다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참석했다. 테아커디 캐나다의 대표는 '우리가 누구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장애가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장애를 만드는 환경이다.'라고 조언했다.

출처 : 헤이워드 Mias-Dream-Come-True-Playground 홈페이지

유니버셜 디자인을 넘어 장애인을 위한 놀이공원을 만드는 곳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헤이워드다. 이들은 지역에 거주한 지체 장애인 아동인 미아도 ‘놀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놀이 공원을 고안했다. 이렇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Mia’s dream come true playground’다.


운 좋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턴을 하던 중 놀이공원 개관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색색 풍선이 달려 있었다. 후원자, 설계자, 계발자 사이로 미아와 가족이 보였다. 그들은 이뤄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행복하고 감사하다. 다른 장애인 아이들도 놀이 공원에 가는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맛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미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한 월트 디즈니, 유니버셜 스튜디오사도 설계에 참여했다. 장애인을 위한 놀이공원이라니. 세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다.

출처 : 헤이워드 Mias-Dream-Come-True-Playground 홈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프로젝트에 헤이워드의 관공서가 함께 했다는 것이다. 공항, 소방서, 경찰서가 거액을 후원했고 헤이워드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놀이 공원을 구상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 포터, 미니언즈, 죠스처럼 Fire Zone, Water Zone, Airplane Zone 등으로 테마를 정했다. 각 구역은 닳고 쓰지 못하는 실제 비행기, 소방차, 경찰차를 리사이클링해 꾸며진다. 놀이기구도 동일한 컨셉으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장애인을 위한 놀이공원은 단순히 헤이워드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었다.


'미국이어서 가능한 걸까?' 했지만 아니었다. 놀이 공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 양천구는 유니버셜 디자인 놀이터를 만들었다. 이곳은 장애인, 비장애인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다. 덕분에 유니버셜 디자인이 도시 환경을 새롭게 조성한다는 중요성이 또 한 번 제기되었다.


누군가는 '그거 하나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하지만 나는 바뀐다고 믿는다. 오른발을 떼면 왼발이 떨어져 걷게 된다.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차별없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https://youtu.be/xkAu9DsM52A

출처 : 헤이워드 Mias-Dream-Come-True-Playground 홈페이지
작가의 이전글 쓰는 이들의 모임, 편견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