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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Nov 24. 2019

장애를 마케팅하다

동정을 팔지 않으려면

변호사, 국회의원, 선생님, 환경 미화원을 기사, 광고에 내고자 할 때 이들이 장애인이라면 어떤 직업을 갖던 장애를 말한다. 변호사는 '청각 장애인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은 '지체 장애인 의원'이 된다.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에서 그린 색채 짙은 그림 '아를의 붉은 포도밭'을 광고한다면 기사는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 '아를의 붉은 포도밭은 화가 반 고흐가 그린 석양이 붉게 물들이는 포도밭을 표현한 그림이다.' 만약 반 고흐가 청각 장애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를의 붉은 포도밭을 그린 화가 반 고흐는 청각 장애인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 그는 석양이 붉게 물드는 포도밭을 보며 작품을 완성했다.'고 적는다.


읽고, 듣는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장애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사나 광고는 장애라는 키워드를 앞세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광고는 불편하다. 장애인의 불편한 점을 콕 찍어 전하기 때문이다. 장애를 이용한 광고 중 불편한 마케팅과 보기 좋은 마케팅이 있다. 전형적으로 불편한 마케팅은 패럴림픽 기간에 주로 나온다.

장애를 극복한 패럴림픽 금메달 선수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스텔라 영은 “감사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영감이나 감동을 주기 위한 사람이 아닙니다.”며 장애인을 감동의 도구로 이용하는 매체를 비판했다. - TedTalk 중에서


리우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김수완 사격 선수의 기사다. 제목은 '장애를 극복한 용기'다. 내용은 이렇다. 김수완 선수는 사고로 다리를 잃어 일자리를 잃었다. 좌절했지만 사격에 새로운 가능성을 얻어 밤낮으로 연습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냈고 이제는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었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장애인의 감동 스토리다. 안타깝지만 기사는 제목부터 잘못되었다.


장애인에게 극복이라는 단어는 예민하다. 메달을 딴 김수완 선수는 장애를 극복한 걸까? 그렇지 않다. 그는 여전히 걷지 못한다. 패럴림픽은 장애를 이겨내고 비장애인과 가장 비슷한 방식을 터득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선수들은 장애를 안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회를 나가 성취한다. 장애인이 따낸 메달은 극복이 아닌 성취다.


동정을 팔지 않으려면
출처 : Maltesers Youtube

좋은 사례를 자꾸 해외에서 들여와 미안하다. 위는 영국의 Maltesers 초콜릿 광고다. 손짓을 이용해 대화하는 이들은 청각 장애인이다. 초콜릿을 먹으며 테오의 개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생한 영상에서 이들은 움직이고 대화하지만 적막감 속에 컵을 내려놓는 소리, 손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광고의 언어가 수화로 쓰여 비장애인을 위한 자막은 글로 나온다.


영상은 인기를 끌었고 후속편이 나왔다. 후속편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친구들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장애인이 연애할 때 불편한 점을 이야기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평범한 연애 이야기를 하며 초콜릿을 먹는다. 이렇듯 매체에서 장애를 다룰 때 장애인이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편안하게 변화할 것이다.


본문 일러스트 출처 The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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