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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Nov 06. 2019

민아 오빠 산아

넌 알아서 잘해야지

탑블레이드 팽이는 하나뿐인 산아의 장난감이었다. 민아는 산아의 팽이를 좋아했다. 산아가 팽이를 돌리면 민아는 쌩쌩 돌고 있는 팽이를 맨손으로 집어갔다. 산아가 일어나 소리쳤다. "야 김민아!!! 내 거야!!!" 엄마가 달려와 산아의 등짝을 후려쳤다. "얘! 엄마가 민아는 아프니까 너가 양보해야 한다고 했지! 너 엄마 아빠 없을 땐 어떡할래?" 산아는 엄마가 무서워 팽이 돌리는 방법도 모르는 민아에게 장난감을 건네줬다.


산아의 엄마는 민아의 교육비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산아는 학창 시절 내내 빡빡머리를 하고 다녔다. 머리를 조금만 자르면 금방 자라 미용실에 자주 가야 하니까 한 번에 짧게 깎아 미용비를 아낀다는 엄마의 방침이었다. 산아는 친구들이 하는 브릿지 염색이 하고 싶었다.


산아의 가족은 동생의 특수학교 주변으로 이사를 갔다. 그 탓에 산아는 30분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동생은 걸어서 5분거리를 아빠와 차를 타고 등교했다. 산아는 민아가 되고 싶었다. 어느 날 산아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나 민아처럼 장애인 되면 나도 차 태워주고 먹고 싶은 거 다 사줘?" 그날 산아는 아빠의 눈물을 처음 봤다.


진로 상담 날 산아는 담임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선생님은 산아에게 장래희망을 묻지 않았다. 산아에게 사회복지직이나 전문 요양직을 추천했다. 산아는 과학자, 요리사,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진로 상담은 그런 식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산아는 버스에 붙은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문구를 보고 저건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사회는 산아도 장애인으로 만들었다

산아는 동생을 항상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아는 지하철을 그린다. 긴 종이에 2호선을 펜으로 그리고 역 이름을 순서대로 적는다.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동안 책상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가끔은 민아가 예술가 같다. 그런데 친구들은 민아를 무섭다, 불쌍하다 한다.


대학생이 된 산아는 더 이상 장애인 오빠라 불리지 않았다. 산아는 동생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종종 동생을 부끄러워한다는 죄책감에 빠졌다. 청혼을 하던 날 산아는 을이 되었다. 사랑하는 그녀의 가족에게 동생이 자폐성 장애인이라는 말을 해야 했고 그들의 난감하다는 표정을 어색한 웃음으로 답해야 했다.


산아는 감자칩이 먹고 싶다고, 축구공이 갖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코피가 나도 스스로 닦았다. 수능을 망쳐 재수를 하고 싶은 바람도 턱 끝에서 멈춰야 했다. 산아는 이 모든 게 동생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산아는 오늘도 스스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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