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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Nov 05. 2019

산아 동생 민아

내 동생은

어릴 적 엄마가 마트를 가서 사라지면
울기도 하고

좋아하는 노라조 노래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라면을 못 먹게 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성인인 지금까지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분명한 내 동생은
자폐 장애인이다.

- 산아의 일기 중에서


2000년 2월 28일 새벽 5시. 겨울의 끝자락에 산아의 동생이 태어났다. 산아의 할아버지는 빠른 년생 아이들이 똑똑하게 자란다며 총명할 '민'에 돌림자 '아'를 써 이름을 민아라 지었다.


두 해가 지났다. 민아의 눈을 들여다보면 눈동자는 다른 곳을 향했다. 민아는 불러도, 우르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도 반응이 없었다. 산아의 엄마는 동생이 말을 하지 않는다며 좋아! 맛있어! 포크! 하며 온종일 말을 걸었다. 민아는 음마, 아빠라 답했다. 민아는 우유를 좋아했다. 산아의 손을 잡아끌어 냉장고에 가져다 댔다. "안돼. 엄마가 그만 주랬어." 우유를 주지 않으면 민아는 소리를 질렀다. 밥도 먹지 않고 닫힌 냉장고 앞에 하루 종일 버티고 있기도 했다.


어느 날부터 민아는 병원에 다녔다. 산아의 엄마는 동생이 좀 아프다고 했다. 산아는 동생이 어디가 아픈지 몰랐다.

산아의 엄마는 동생을 통합교육 학교에 보내고 싶어 했다.

민아가 6살이 되자 산아의 엄마는 유치원을 알아봤다. 일일이 원장 선생님과 상담 날짜를 잡아 민아의 특성과 장애를 설명해야 했다. 그녀의 설명은 민아를 유치원이 받아 줄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결국 민아는 특수교육 전문 유치원에 입학했다. 며칠 뒤 산아는 민아의 팔과 다리에 멍과 손톱자국을 발견했다. 산아의 엄마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밤을 새웠다. 다음 날 아침 정황을 알아보기 위해 유치원에 찾아갔다. 민아를 때린 교사는 해고되고 동생은 유치원을 그만두었다.

동네에는 더 이상 민아가 갈 수 있는 유치원이 없었다. 산아의 엄마는 퇴사를 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며 민아를 가르쳤다. 산아는 동생과도, 엄마와도 놀지 못했다.


산아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민아는 산아와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산아의 초등학교는 통합교육 학교였다. 특수교사 한 명이 장애학생 6명을 담당해 동생은 자주 고립되었다. 산아의 엄마는 동생과 등교하며 특수교사 역할을 대신했다. 담임교사는 자폐아가 왜 일반 학교를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동생은 전학을 갔다.


사람들은 민아가 노란 색종이를 좋아하고 휴대폰 벨소리를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아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 때, 알림장에 사인을 받아오지 않아 종종 선생님에게 혼이 날 때 산아는 산아가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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