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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Nov 11. 2019

또 하나의 장애, 관광

고려하지 않는 것도 차별이다.

JTBC ‘효리네 민박’ 덕분일까. 제주는 어느새 우리에게 힐링의 공간이 되었다. 늘어난 항공편과 저렴해진 항공권. 이제 우리는 원하는 시간에 23,000원의 값으로 쉽게 제주를 오가곤 한다. 지난해 추석, 제주도를 다녀온 관광객은 52만 명으로 거의 제주도 인구수와 맞먹는 숫자다.

하지만 억새 핀 오름에 오르는 것이, 겨울 바다를 보는 낭만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의 여가생활은 TV보기, 책 읽기 등 정적인 활동이 주를 이룬다. 운동하기, 산책하기 등 동적 여가생활은 하위권을 이루며, 관광은 그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 원인은 항공기, 호텔, 식당 등 관광의 필수 요소에 있다.



[여행의 시작점에서,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 A씨]
A씨는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저가 항공사를 이용했다. 하지만 기내용 휠체어가 없는 데다 통로 입구가 좁은 탓에 보호자의 등에 업혀 자리에 착석했다. A씨는 기내용 휠체어가 없다는 사전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항의했지만 ‘기내용 휠체어가 설치되도록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정된 2박 3일의 여행을 마친 후, A씨는 기존 항공권을 취소하고 기내용 휠체어가 비치되도록 규정된 대형 항공사 티켓을 구매했다. 그러나 그는 안전벨트와 팔걸이가 없는 휠체어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


해당 사례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으로,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은 이보다 더 많다. 비행기 좌석 120석 중 장애인석은 4자리에 불과하고, 좌석은 입구나 화장실과 가까운 곳으로 지정되어 있어 비장애인들이 위치가 좋은 장애인석에 앉기 위한 방법을 찾기도 한다.

때마침 들려온 반가운 소식. 제주는 ‘모두에게 접근 가능한 관광’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모두’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등 관광약자를 포함한다. 관광약자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독일은 제주에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제주관광공사는 관광약자를 위한 관광 가이드북 ‘이지 제주’를 유용한 정보 편과 코스 편으로 나누어 제작했고, 관광약자가 필요한 정보를 담은 ‘장애 IN제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정보 접근성 해소에 노력했다. 또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어플도 개발했다. 제주관광약자지원센터는 여행 후기를 적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등을 모집했다. 선발된 작가는 사진 촬영법, 블로그 작성법 등을 교육받아 여행 작가로 활동한다.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관광약자에게 도움이 될 관광정보를 제공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비장애인이 여행 전 블로그에서 많은 정보를 찾아보듯,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준비하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보는 많지만 정보를 얻기는 더 힘들다.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면,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자. 장애인 화장실은 있는지, 엘리베이터는 있는지. 한 줄의 언급이 많은 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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