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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Dec 05. 2019

엄마, 학교는 어떤 곳이었을까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들

신문지 옮기기 놀이 시간이다. 다섯 명씩 짝을 지어 네 팀으로 나눈다. 성진은 누구와도 짝이 되지 못했다. 팀원이 모자란 아이들에게 성진이를 끼워주었다. "선생님 안돼요. 성진이 바보라서 잘 못한단 말이에요." 애걸하는 아이들에게 성진이는 바보가 아니라는 말만 남겼다. 나도 그때는 미숙했다. 게임이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은 뛰어다니는데 성진이는 다른 방향으로 갔다. 같은 팀 아이들은 "박성진! 쫌! 빨리 오라고 빨리!" 하며 성진에게 애걸했다.


통합교육 학교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차별 없이 다니는 학교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교류하며 사회에 나갔을 때 서로 융합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장애 아동도 비장애 아동과 동일하게 생활한다. 쉬는 시간이 끝나면 의자에 앉고, 숙제를 하지 않으면 혼난다. 비장애 아이들과 감정을 나누고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다. 반대로 비장애 아동도 장애를 접하고 이해한다. 너와 나의 다름을 알고 앞으로 만날 장애인을 낯설게 마주하지 않는다.


현실은 이상과 간극이 크다. 일반교사, 동급생이 장애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에 대해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을 소문으로만 판단했다. 장애 아동은 본인의 정체성을 교사에게도, 동급생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선생님도 장애를 잘 모른다.

감히 말하지만 사실이다. 요구르트를 머리에 바르는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할 줄 모른다. 아이가 세 시간이 넘게 그림을 그리며 수업을 듣지 않아도 방해가 되지 않으면 내버려 둔다. 무조건적인 용인은 또 다른 차별을 만든다. 선생님이 아이를 관찰하듯 아이도 선생님을 관찰한다. 선생님이 장애 아이를 곤란해하는 건 아이들도 알고 있다. '성진이는 저렇게 해도 안 혼나네.' '선생님도 눈치를 봐.' '나랑은 다르구나.' 차이가 차별이 되는 첫 번째 과정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 말하는 경우가 있다. 곤란하다. 장애인이 일거수일투족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아니다.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면 비장애인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상하관계가 명확한 규정은 좋지 않다.

동급생 아이들은 더 모른다.

통합교육 학교에 다니는 비장애 아동은 운이 좋다. 장애인을 만나 다양성을 접할 기회를 얻는다. 다름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학습한다. 사회성을 배우는 진정한 학교의 모습이 아닌가. 예체능 시간은 수업을 함께 듣고 국어, 수학, 과학 시간은 장애 아동이 특수반에서 특수교육을 받는다. 비장애인 아동의 일부 부모는 장애 아동과 같은 반이 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장애 아이로 자녀의 수업이 뒤쳐질 것을 우려한다. 다름이 학습이 될 틈이 없다.


아이들이 장애에 대해 모르는 건 당연하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 장애이해교육 영상을 볼뿐이다. 처음에는 본인과 다른 장애인을 무서워한다. 무서워하다 그들의 무능력한 부분을 보면 무시하고 하대한다. 단순한 재미로 장애 아이를 놀리기 시작한다.


장애 아동은 학교에서 스타다. 이름을 모르는 학생이 없다. '너 장애인. 너 박성진.' 하며 성진의 이름은 장애의 이름이 된다. 장애인의 형제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아이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다. 장애 아동이 학교에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는다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되어도 장애를 숨기려 방구석으로 숨는다.


'혼자 달리면 빨리 가고, 함께 달리면 멀리 간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통합교육학교가 내세워야 할 슬로건이 아닐까. 통합교육 학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시작점에 있다. 제대로 된 시작점에서 장애 아동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준비할 것이고, 비장애 아동도 앞으로 만날 장애인과 눈 마주치는 일에 익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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