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연습_2

2장. 문자가 안 왔어

by 김지유

2화. 문자가 안왔어


몇 시간 눈을 붙인 것 같지도 않은데,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아침 7시. 비몽사몽한 손끝으로 핸드폰 화면을 켰다.

문자 알림은 없었다. 한번더 화면을 껐다 켜봐도 여전히 알림창은 비어 있었다.


'…아니, 대체. 출근을 해야 하는 거야, 말아야 하는 거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김 노예 씨, 일 어 나 세 요.'


나는 반쯤이 아닌, 80% 정도 감긴 눈으로 간신히 샤워를 하고,

퀭한 얼굴에 생존의 비비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채,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언제나처럼, 9호선 지하철은 사람들의 피곤한 체취와 숨소리가 섞인 채, 어깨와 어깨가 밀착될 정도로 가득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으며 눈을 감았다. '이렇게 출근했는데 까이면 진짜...'


대치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출근 입력기에 지문과 번호를 누르고 본관으로 들어섰다.


모두는 언제나처럼 바빴다.

복도 끝에서는 복사기 열 대가 덜컹거리는 소리와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나는 잠시 복사기의 불빛이 깜빡이는 걸 멍하니 보며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인사과에 들렀지만, '전 팀 회의 중'이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방학 특강 시즌이라 출근한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은 아침 8시 40분부터 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행정팀엔 계속 전화가 울리고, 교무실은 커피와 종이 냄새가 섞여 묘하게 텁텁했다.


나는 생각하고 계산할 틈도 없이 어제까지 내가 맡은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저 묵묵히, 마지막 주인 4주차에 주어진 일들을 했다.


오전 내내 원래 하던 대강을 했고, 시험 문제지를 검토하고, 아이들 테스트를 봐주고, 예상 문제지의 오탈자를 수정했다.

복사기 앞에 서서 교재를 복사할 때, 복사기 열 대가 덜컹거리는 소리에 맞춰 내 멘탈도 뻣뻣하게 덜컹거렸다.

쉬는 시간마다 인사과를 기웃거렸지만, 과장님은 보이지 않았다.


중등부 학년 팀장님들은, 한 달 동안 익숙해진 내 얼굴을 알아본 건지 마주칠 때마다 모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더 허탈했다. 퇴근 시간 즈음, 다시 인사과에 들렀지만 이미 사무실 불은 꺼져 있었다.


'내일도 출근을 하는거야?'


그렇게 다음 날도, 아무런 메시지를 받지 못한 채 나는 ‘또. 출근’을 했다.


아이들 시험지를 채점하고, 대강을 하고, 복도 끝에서 복사기를 돌리며

눈에 불을 켜고 인사과 과장님을 기다렸다.


쉬는 시간, 답안지를 채점하다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4점짜리 서술형 답안을 고쳐주면서, 괜히 화가 났다. '아니, 그래서, 나 어떻게 되는 거냐고.'


2교시 시작 직전, 복도 중간에서 드디어 내가 찾던 실루엣이 보였다.

새벽 2시 30분, 나에게 택시비 봉투를 쥐어주던 그, 과장님.

나는 거의 달리다시피 과장님 앞으로 갔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가까스로 목소리를 꺼냈다. 목이 메어왔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 제가... 대표님 면접을 보고 나서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아서요.

하하... 어제도 출근해서 일했고,

오늘도 출근했는데, 인사과에서 아무도 디렉션을 안 주셔서요… 저... 어떻게 된 건가요?"


그 분은 나를 굉장히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선생님, 합격 문자 못 받으셨어요?"


"아뇨? 저 아무런 연락 못 받았는데요."


"네? 우리 팀 인턴이 실수했나? 연락이 왜 안 갔을까? 선생님, 최종 합격하셨어요!"


그녀는 세상 쿨하게 멘트를 던지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복도 한가운데 멈춰 섰다.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가 다시 튀어 올랐다. 귀에서 '우엥 우엥' 거리는 환풍기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믿을 수 없었다.


다리가 휘청거려 벽을 잡았다.


진짜 미쳤어, 합격이래.


나는 복도 한가운데 서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엄마, 나 합격했대."

"진짜? 아휴, 우리 딸 너무 수고했어! 엄마가 진짜 고생했다는 말도 못 했네. 축하해!"

엄마의 들뜬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한번 코끝이 시큰했다.


전화를 끊고 복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강남의 빌딩숲을 바라봤다.

가슴 한쪽이 따뜻하게 차올랐다.


'나 좀 괜찮은 사람인가봐.'

나는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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