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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Nov 18. 2017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2013 / 프랑스


감독 : 실뱅 쇼메

출연 :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베르나데트 라퐁 등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작년 여름, 영화제에서 한 배우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설명하며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책을 읽어보길 권했다. 책의 저자는 영화 <러스트앤본>을 다루며 '사랑은 결핍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실벵 쇼매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보며 자연스레 작년의 인터뷰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 또한 결핍과 사랑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뱅 쇼매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일루셔니스트>


실벵 쇼매 감독 작품의 특징은 대사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감독의 전작인 <일루셔니스트>는 늙은 마술사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애니메이션인데, 여기에도 대사는 없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역시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다른 영화에 비해 대사가 적은 편이다. 애초에 주인공 ‘폴’ 자체가 실어증에 걸린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라는 설정부터 대사를 많이 넣고 싶지 않은 감독의 의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하 내용은 영화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폴과 쌍둥이 이모


폴 뿐만 아니라 영화의 모든 인물은 제마다 하나씩 결핍을 안고 있다. 폴의 쌍둥이 이모들은 폴의 부모의 죽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폴을 마담 프루스트에게 이끈 늙은 피아노 조율사는 '장님'이라는 아이러니를 가진다. 또한 폴의 인생을 바꿔놓는 해결사 마담 프루스트조차도 영화 끝에서 그녀 역시 결핍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기억낚시를 위한 차와 마들렌


폴이 말을 하지 않게 된 계기는 부모의 죽음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후 폴은 말을 하지 않으며 그의 이모들의 대화는 현관문 옆에 걸린 작은 보드판이 전부이다. 하지만 폴은 우연히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50유로를 내고 마담 프루스트가 비밀의 재료들로 만든 차마들렌을 먹으면 일종의 환각 상태에 들어가며 꿈에 그리던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마담 프루스트와 그녀의 우쿨렐레


“기억은 음악을 좋아해.”


마담 프루스트는 ‘기억 낚시’를 위해 음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폴 역시 부모님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갓난아기 적 들었던 모빌 음악이나 TV에서 들었던 애니메이션 OST를 가져온다.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폴의 기억낚시는 특이하게도 1인칭 카메라 시점으로 전개된다. 우리는 아기 폴의 시점에서 함께 그의 기억을 감상하며 보다 집중력 있게 폴의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다. 폴은 스스로 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를 기억낚시를 통해 다시 만나며 지금까지 가져왔던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그에 얽힌 오해를 풀게 된다.

심지어 폴은 마담 프루스트의 도움으로 실어증까지 극복한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아내까지 만나면서 (아내 역시, 프랑스에 사는 중국인으로 인종 차별을 겪는 결핍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불행하지 않다. 결국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또한, 더 이상 피아노를 치게 되지 못한 그는 다시 찾아온 결핍에도 절망하지 않고 그만의 새로운 방식을 찾아낸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헤드윅> OST인 'The Origin of Love'에서도 사랑의 기원은 애초에 두 사람이 합쳐진 한 몸이 번개를 맞아 떨어진 후 서로의 반쪽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하듯이 사랑은 자신의 결핍과 상대의 결핍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폴 또한 마담 프루스트를 통해 자신의 결핍과 마주하고 인정하는 단계를 거쳐 쌍둥이 이모의 결핍을 이해하고 또 다른 결핍을 가진 사람과 만나 사랑할 준비를 한다.



영화 엔딩은 유일하게 폴의 기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인칭 카메라 시점으로 이루어진 장면이다.
엔딩 장면은 폴의 아이의 시선으로, 행복해하는 아빠(폴)와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혹시 세월이 흘러 폴의 아이가 어른이 된 후, 또 다른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 ‘기억낚시’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감히 해본다. 만약 맞다면, 그 아이 또한 폴처럼 행복해지길 간절히, 정말로 바란다.

* p.s.영화를 다 보고 난후, 폴과 폴의 아빠가 1인 2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을 받았다.

         기욤 고익스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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