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단상 : 세상 모든 귀여운 것에 대한 관찰
노란 참외는, 나에게 조금 어려운 과채류에 속한다. 참외는 껍질과 과육이 아주 밀접하게 붙어 있는 데다 꽤 두껍다. 단단하고 비교적 두툼한 껍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너무 얇게 깎으려 하면 맹숭맹숭한 무맛을 보게 되고, 그렇다고 두툼히 깎아내려하면 자칫 달콤한 속살이 버려지기 십상이다. 둘이 어찌나 꼭 붙어서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지 좀처럼 분리를 위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이 모호하다.
참외와 친한지 여부는, 취향의 확고함이 있는지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 껍질을 벗겨낸 뒤에 참외 속살을 가로로 한번 자른 후 짧게 다시 세로로 자를지, 혹은 긴 배 모양처럼 길쭉하게 자를지, 혹은 가로로 한번 자르지 않고 곧장 통으로 동그랗게 자를지, 혹은 반 동그랗게 자를지, 얇게 썰지, 두껍게 썰지, 속에 든 씨 부분을 제거할지 말지에 대한 개인취향이 확고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면 참외와 친하지 않다는 뜻이 된다.
특히 달콤한 속 과육을 포함한 씨앗의 제거 유무는 호불호가 갈리는 취식 기준이다. 껄끄러워도 달콤함을 포기 못하는 사람과 싹싹 긁어내 버리고 깔끔하게 먹길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 거다.
동그란 생김이 귀엽고, 달콤한 향에 끌리고, 노랑 겉옷에 하얀 크레파스로 그어 둔 줄무늬 겉옷까지 더해져 저절로 눈길이 간다. 어쩐지 참외가 작은 선글라스를 끼고 편안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누워 휴양을 즐기고 있는 상상 따위를 하면, 그 상상 속 참외에게 작은 밀짚모자와 파랑 칵테일이 담긴 작은 유리잔까지 들려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고 만다.
당신에게는 ‘참외‘와의 친분을 과시할만한 확고한 취향이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