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안기는 선물

나는 여전하지만, 여전하여서

by 지하경

<선물>을 떠올리면, 나는 물건보다 그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선물의 어원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에서 비롯되었다. 옛 풍습에서는 귀한 음식을 마련해 대접하거나 전달하는 행위가 있었고, 이것이 시간이 흐르며 감사나 호의를 담은 물건을 건네는 의미로 확장되어 오늘날의 ‘선물’이라는 개념이 되었다. 같은 물건이라도 ‘선물’은 그 값어치나 규모를 애써 따져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물이 당도하기까지의 과정과 건네는 사람의 취향과 의미가 깃든 순간, 더 이상 가치를 환산할 수 없게 된다.

선물은 자연스레 그 물건을 건넨 사람의 취향이 담긴다. 일전에 책을 빌려드렸다가 핸드크림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처음 보는 패키지 라인이었는데, 향이 좋고 발림성도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그분은 계절마다 텍스처가 다른 바디 제품을 꼼꼼히 골라, 자신의 피부에 딱 맞는 것을 사용하는 분이다. 봄과 가을에는 산뜻한 타입을, 겨울에는 유분기가 많은 제품을 농도와 향, 성분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의 명료한 취향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고심 끝에 골랐을 핸드크림에도 그분의 섬세한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 같아, 선물에 담긴 마음이 더욱 특별하게 전해졌다. 이렇듯 선물을 받을 때 상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즐겁다.

준비한 선물을 건네는 순간 또한 마찬가지다. 상대의 취향을 염두에 두고 정성껏 고른 선물을 전달했을 때, 기대한 반응을 마주하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중독성이 크다.

나에게도 분명한 취향의 영역이 있다. 이따금 선물할 일이 생기면 종종 손 편지를 동봉하곤 한다. 손글씨를 자주 쓰다 보니 손이 자주 가는 펜이 생겼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취향에 맞는 펜의 기준도 또렷해졌다. 펜 선물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고, 가격 또한 부담이 적다. 심플한 디자인, 부드러운 필기감, 펜촉의 굵기까지 고심해 고른 펜은 내 취향을 담아 전달하기에 적절하다. 받는 사람에 따라 아주 유용한 선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불용품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펜을 선물하며 아직까지 실패한 기억은 없다. 어쩌면 이것은 선물이라는 행위 자체가 지닌 힘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권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좋아해 주면 좋겠다는 어쩔 줄 모를 애정이 겹쳐져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게 된다. 선물은 개인의 취향을 담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취향’이라는 단어에 들어 있는 ‘향(向)’은 방향을 의미한다. 개인의 취향이 담긴 선물은 단순히 취향을 엿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좋아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내밀한 즐거움의 추’를 공유하게 한다. 취향이 깃든 선물은 여기에 향긋한 온기까지 더해져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왕이면 취향이 향하는 방향(向)과, 온기가 머무는 따뜻한 향(香)이 함께 담기면 좋겠다.

그래서일까. 역시, 선물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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