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관한 나의 관용어

짧-단상 01.계절

by 지하경


입춘을 며칠 앞두고, 울울히 심긴 숲으로 한바탕 함박눈이 쏟아진 모양새가 장관이다. 도톰하고 고르게 쌓인 눈밭에 앙증맞은 고양이 발자국이 총총총 찍혔다. 이런 사사로움을 발견하면 기쁨은 격렬히 활성화되고 만다. 이 명징한 아름다움을 눈에 담느라 한동안 분주했다. 여름의 눈부심을 사랑하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도리없이 겨울에 매료된다.

하, 나는 아직 너를 보낼 준비가 안 되었다고, 나의 겨울아. 올겨울 칼국수 지수의 빈도는 너무 낮았고, 조그마한 눈사람 하나 아직 만들지 못했으며, 하나귤셋 귤 탑 쌓기도, 양껏 귤스럽게 굴며 마룻바닥을 뒹굴기도 못했어. 아 뜨뜨! 까맣게 꿀 흐르는 호떡도 호호 불지 못했는걸. 차가운 공기와 겨울의 명백함 속에서 자연히 흘러나오는 ‘춥다’는 읊조림은 네가 좋다는 관용문구인 걸.

그리워, 그리워서 담뿍담뿍 기억에 남기려. 한 줄기 찬 바람에 모든 감각이 명료히 깨어나 시선을 여기저기 두었다 거두느라 바쁘다. 입춘이 코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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