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단상 02
마음 마중, 이건 얼마간 희망고문이다. '고문'이라고 여겨질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희망'이란 단어에 불이 팟 켜져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며칠 미뤄진, 결과 통첩을 기다리는 시간. 그 안에 내 자리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하다. 기대했다가 실망할 내 마음에도, 나는 마음이 쓰인다.
그럼에도 마음은 자꾸 마중을 나가 서 있다. 어쩌면, 어쩌면 나에게 글 쓸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기대에, 멀리 그림자라도 보일까 싶어 빼꼼 살피며 한 발짝 또 조심스레 나아간다. 너무 멀리 마중하면 돌아올 길이 고단할 텐데도, 마음은 멋대로 나아간다. 이것은 순수한 조바심이라기보다, 명백한 바람과 의지가 깃든 기다림이다.
기록은 나의 서사를 남기는 힘이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아도, 분명 누군가는 그 흔적을 발견할 것이다. 내가 지나온 길에 남겨진 이정표는 언젠가 힘을 얻어 살아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피노키오처럼, 주피터 할아버지의 간절함이 깨운 나무 인형 피노키오처럼 말이다. 내 글들이 살아 움직이는 글이 되고, 언젠가 그 글이 책이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얼마간 글쓰기를 물리적으로 멈추려 노력한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던가. 순전히 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나 자신이 싫어져서 나를 외면했던 시간. 조금씩 여전한 나를 인정하는 글을 적어내고, 이제는 도리없이 쓰는 인간으로 다시 살고 있다. 연결과 연속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전한 인간. 이 열정으로 스픽을 했으면 하루에 뱉어낸 발화문장이 얼마였을까? 순간 그런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아 -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고 조바심이 일지만, 틈틈이 바라는 결과가 통보되는 순간을 상상한다. 이미 바라는 끝자락의 소중한 자리에 당도한 듯, 자꾸만 그려본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면, 그 시작점에서 나는 무엇을 써나갈지, 쌓아갈지를 꿈꾸는 거다.
마음인지, 머리인지, 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어느 지점에서 자꾸만 글이 새어 나온다. 얼마나 나를 등지고 살았던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많은 문장이 자꾸만 쏟아져 나온다. 대상 없는 그리움과 허공에 쓰는 편지들을 전부 모아 어느 결에 글이 된다면, 정말 행복하리라.
그러니 저를 뽑아주시면 안 될까요? 바라고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