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단상 07. 달리기
달리기 이야기를 또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이 중독적인 굴레에 빠지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4월에 예정된 마라톤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리라, 호언했었다.
여전히 두 번, 세 번의 마라톤까지는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취미 러너로 살고 싶다는 고백을 슬쩍 꺼내본다.
뛰는 일은 세 구간으로 나뉜다.
달리는 동안, 달리기가 끝난 뒤, 그리고 멈춰 있는 시간.
달리는 동안은 힘이 든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땀이 난다.
멈춘 뒤에야 짙은 충만함이 밀려온다.
급박했던 호흡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의 리듬으로 돌아선다.
그리고 ‘멈춘 기간’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전혀 다른 생각이 스며든다.
아, 뛰고 싶다.
다시 뛰고 싶다는 명료한 바람.
참 이상한 굴레다.
오늘은 트레드밀 위에서 7km를 기록하고 싶은 날이었다.
가장 신경 쓴 건 호흡이다.
장거리에서 호흡은 곧 페이스이기에, 익숙해지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내 러닝은 쉽게 지루해진다.
이어폰을 통해 밀려드는 노랫말을 허밍으로 한두 소절 따라가다 보면, 어김없이 호흡을 놓친다.
또 다른 미션은 EMERGENCY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
오늘도 트레드밀을 세 번이나 ‘의도치 않게’ 멈춰 세웠다.
거울에 비친 자세를 확인하다가 툭 치기도 했고,
속도 조절 버튼을 눌렀는데 그대로 정지해버리기도 했다.
한창 흐름이 오르던 중에 세 번이나 멈추니 허무했고, 화도 났다. 속도를 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버튼 가까이에 서서 뛰는 자세가 문제였을 것이다.
멈춘 김에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올라섰다.
그 뒤로 40분을 연속으로 달렸다.
그렇게 총 1시간을 채웠다.
시각이 뇌를 속이고, 뇌가 다시 시각을 속이는 달리기.
의도치 않은 멈춤 대신 의도된 정지를 만들면 리듬이 덜 깨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커피를 부스터 삼아 한 모금씩 마셔볼까 하는 사심도 더해본다.
호흡 연습은 쉽지 않았다.
들숨의 연속이 유난히 벅찼고, 노래를 따라 부르다 흐름을 놓치기도 했다.
그래도 반복하다 보니, 종료 2분을 남기고
후-후- 하-하- 두 번의 들숨과 날숨이 비로소 몸에 들어왔다.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1시간을 네 구간으로 나누어 달린 것.
마지막에 호흡 패턴을 찾은 것.
10km가 멀지 않겠다는 감각을 얻은 것.
나는 이 성과를 ‘성장’이 아니라 ‘깊이’로 기록하고 싶다.
자세를 고치고, 호흡을 익히고, 연습량을 천천히 늘려가는 일.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 오히려 기대된다.
달리기라는 세계를 향해 나는 조금씩 깊이 파고드는 중이다.
나는 지하경이므로, 위로 뻗어나는 성장이 아니라 아래에서 연결되며 확장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무리하지 않고,
땅속줄기를 차근히 뻗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