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 걷기 여행

시먼, 시먼 홍러우, 용산사, 중정기념당

by 최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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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두고 밖으로 나갔다. 친구가 내가 묵는 숙소까지 같이 와서 체크인하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기내식을 먹지 않고 비행을 해서 몹시 배가 고팠다.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시먼으로 향했다. 시먼은 한국의 명동과 비슷했다. 넓은 길거리와 큰 상점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길거리 음식, 북적북적 많은 사람들.

대만에 와서 첫 끼로 먹은 것은 곱창 국수였다. 평소에 곱창을 좋아하지 않지만 현지 음식을 먹어보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명한 ‘아종면선’으로 곧장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보이는 다른 길거리 음식, 맛있는 냄새에 배가 더 고파졌다.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었다. 얼른 줄을 서서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국수를 퍼내는 직원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라지 사이즈를 주문하고 받자마자 후루룩 마셨다. 끈적하게 들어오는 면발과 고소한 곱창 맛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가게 앞에 있는 양념 통에 있는 양념을 모조리 넣었다. 양념 통은 뚜껑도 없이 소스가 여기저기 튀긴 채 길거리 한가운데 놓아져 있어서 조금 비위 상했지만 양념을 넣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지면서 확실히 감칠맛이 더 돌았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니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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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배도 채웠겠다 우리는 시먼 홍러우 쪽으로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니 아주 높은 빌딩들이 줄지어 있는 큰 번화가가 나왔다. 서울에서나 볼법한 대형건물들이 횡단보도를 감싸고 있어서 한눈에 담기 어려웠다. 사거리인가 오거리인가에서 아주 긴 횡단보도를 건너면 시먼 홍러우가 나온다. 최초의 영화관이 있었다는 그곳을 구경하고 용산사까지 걷는 여정이 시작됐다.

나는 최대한 많이 걸어 다니는 여행을 하려 한다. 몸은 힘들지만 도시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그리고 걸으면서 내가 느끼는 것들, 최근 관심사,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대화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때도 버스를 타지 않고 걷는 것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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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거리는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이국적인 길거리를 보며 걷는 기분은 정말 근사했다. 대만어로 적힌 간판 보고, 우리나라와 다른 분위기의 상점을 구경하고, 밤늦게 까지 식사하는 사람을 구경하며 밤공기를 마시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대만은 비가 자주 와서 인지 인도 위에 천장이 있다. 시멘트로 기둥과 천장을 만들어 놓고 가게가 안쪽으로 들어서 있다. 그 위에 켜진 노란 조명,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밤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간판들은 대부분 빨간색이나 주황색이 많았다. 차들이 내뿜는 라이트와 간판의 빛이 도시를 화려하게 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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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본 용산사는 굉장히 수려했다. 조명 때문에 건축물의 뾰족한 장식과 금색 외벽, 알록달록한 색깔이 더 돋보였다. 한참을 걸어 도착했더니 배가 고팠던 우리는 용산사 주변의 시장에서 닭꼬치와 만두로 허기를 달랬다. 향신료 냄새가 강하게 나는 탓에 처음 한입을 먹고 놀랐는데 배가 고픈지라 그냥 배안으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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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밤이 늦었지만 우리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3박 4일로 짧게 왔다 가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고 싶었다. 다리도 아팠고 시간도 없었기에 중정기념관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여행을 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참 낭만적이다. 내릴 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낯선 안내 방송에 귀 기울이는 것도, 창문 너머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버스 안에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모든 것이 새롭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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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지나치지 않기 위해 넋 놓지 않겠다고 생각해놓고선 잘못 내려버렸다. 중정기념관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내리게 되었다. 이미 깜깜해진 길거리에는 사람 한 명 없었고 웨딩거리에 윈도 안 웨딩드레스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사실 그날 밤늦게 중정기념관에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기념관 안에 들어갈 수 도 없었고 당시 장제스 동상은 수리 중이라 볼 수도 없었고 동상이 있는 계단에도 올라갈 수 도 없었다.


때로는 목적 자체보다는 목적을 향해 가는 과정이 더 가치 있을 때가 있다. 까만 밤 건물에서 빛나는 조명을 길잡이 삼아 분명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일 조용한 광장을 걸었다. 다른 사람은 못 봤을 광경을 보는 게 더 특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투어 일정이 있어서 더 이상 체력소모를 할 수 없어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여행이 끝나고 각자의 숙소로 가기 위해 작별인사를 할 때는 한국 어디 번화가에서 놀다가 헤어지는 느낌이어서 참 이상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타이베이 골목에서 손을 흔들며


“안녕~ 잘 가. 내일 또 봐”

“응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잘 자.”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다시 하고, 다음날 타이베이 골목 어딘가에서 또 만났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들렀다. 대만 라면과 한국 라면 사이에 많은 갈등을 하다 결국 신라면을 선택해서 숙소 로비에서 속을 얼큰하게 풀었다. 얼른 씻고 살금살금 내 침대로 들어와서 간단히 그날을 기록했다. 다음날 일찍 나가야 했지만 종이에 마찰하며 나는 볼펜 소리를 들으며 졸음을 참았다. 하루를 정리하는 고요한 시간 자체가 주는 행복과 훗날 다시 읽어볼 때 선물을 받는 기분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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