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 예스진지투어

by 최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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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전날 밤부터 조금씩 내리더니 버스가 도시를 벗어나 달리자 빗방울이 더 굵어졌다. 우리가 한 투어는 하루짜리 투어로 타이베이에서 꽤 떨어진 외곽 관광지인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버스를 타고 관광하는 일명 ‘예스진지 투어’였다.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가이드와 일행들을 만나 출발했다. 버스에서 가이드가 알려주는 대만의 역사를 들으며 예류 지질공원에 도착했다. 대만 북부 해안가에 도착하니 비가 더 많이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비옷을 파는 사람들이 접근했다. 비옷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방 안에 있는 한국에서 챙겨 온 우산이 생각나서 거절을 했다. 그리고 지질공원을 구경했다. 바람의 침식작용으로 바위 모양이 다양하게 있는 곳이라 역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알록달록 우산 지붕이 가득 찬 거리를 걸어가 바위를 구경했다. 특이한 모양을 한 한 바위는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고 해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높은 파도를 보다가 금방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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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에서는 폭포를 보고 천등 날리기를 했다. 현실적이고 세상 낭만 없는 꿈을 써놓고 하늘 위로 날려 보냈다. 이 천등이 하늘 위로 올라가면 다 타버리는 걸까, 중간에 떨어져서 타지 못하면 꿈이 이뤄지지 않는 걸까, 그러면 환경오염은 괜찮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에서 볼 때는 아름답고 멋진 장면이었는데 실제로는 관광객의 북새통에 먹물도 여기저기 튀고 중간에 기차도 들어오고 정신이 없었다.



두 곳을 관광하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어 외투가 꽤 젖었다. 진과스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아주 거세게 내렸다. 그제야 우비를 샀다. 미리 입었으면 외투는 안 젖었을 텐데 이미 젖은 옷 위에 비옷을 입으니 안팎으로 다 젖어서 완전히 축축해져서 몸이 부는 기분이었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서 우산을 써도 소용없었다. 우리는 금을 캐던 광부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보고 황금박물관을 비롯한 다양한 박물관을 둘러보았지만 솔직히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그냥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비 맞는 것이 더 즐거웠고, 기찻길에서는 비바람을 맞으며 소리 지르고 걸었다. 조금만 젖었다면 조심해서 걷고 우산 각도를 요리조리 맞춰 비바람을 막았을 텐데 운동화 속까지 가득 물이 차서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오히려 비를 더 맞았다.



지우펀은 관광객이 너무 많았다. 골목 양쪽으로 상점으로 가득 차있어서 거리가 좁았는데 사람들이 우산까지 쓰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 가는 줄도 모르고 미로 같은 골목에 줄을 서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겨야 했다. 지우펀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실제 배경으로 유명하다. 가게들이 비탈길에 줄지어 있고 홍등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수치루의 운치가 좋다고 해서 우리도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 과정을 겪으면서 허무한 감정을 느꼈다. 그토록 찾던 유토피아가 알고 보니 별게 아니었다는 결론이랄까? 이번 투어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였고 가파른 계단을 왔다 갔다 사람들에 치이면서 힘들게 찾아왔는데 고작 이게 다라니..

‘내가 보고 있는 이게 다라고...?’

‘혹시 다른 곳인데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우산을 쓰고 그 홍등이 켜진 광경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수치루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오면서 기념품을 조금 샀다. 가이드와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돌아와서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온몸이 젖어있는데 밤이 되어 날씨가 쌀쌀해진 데다 허기가 져서 쉴 곳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어묵탕과 비슷한 음식과 딤섬을 시켰다. 지우펀 골목을 다니면서 자주 본 음식인데 맛이 궁금했다. 맑은 국물에 하얗고 동그란 완자가 둥둥 떠 있는 음식인데 이 국물음식이 대만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 맛있게 느껴졌을 수 도 있다. 하루 종일 비 맞고 걸어 다니면서 먹은 음식이라곤 예류에서 꽃게튀김 조금, 스펀에서 닭날개 볶음밥이 다였다. 거기다가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고 으슬으슬한 기운이 올라왔기 때문에 따끈한 국물이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투어가 반나절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노곤하고 따뜻한 공기가 가득했다. 고개를 계속 떨어뜨리며 꿀맛 같은 잠을 자고 동취에서 내렸다. 그 날은 12월 31일이었다. 투어가 끝나면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날씨 탓에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그러나 한해의 마지막을 이대로 숙소로 가서 보낼 순 없었다. 우리는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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