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 12월 31일 불꽃놀이 그리고 훠궈

by 최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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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찝찝한 옷부터 갈아입고 싶었다. 걸을 때마다 신발에서 찍찍 나오는 물과 무거워진 청바지를 빨리 벗어버리고 싶었다. 동취는 타이베이 번화가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이 아주 많아서 이 곳에서 갈아입을 옷과 신발을 사기로 했다. 상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일회성으로 착용할 적당한 가격의 바지와 신발을 찾느라 꽤 헤맸다. 익숙한 SPA 브랜드 상점을 여기저기 다니다가 H&M에서 트레이닝 바지와 양말, 소고 백화점 꼭대기 무인양품에서 신발 한 켤레를 사서 옷을 갈아입고 뽀송해진 기분으로 지하철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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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쯤, 늦은 시간이었는데 지하철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한 해의 마지막을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향하는 길이었다. 12월 31일 대만에서는 타이베이 101 타워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아마도 불꽃놀이를 보러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불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어디론가 가야 했다. 문제는 어디서 볼 것인가 였다. 불꽃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어디일지 타이베이 101 타워 안의 스타벅스,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 하는 샹산, 국부기념관 이렇게 후보 셋 중에 선택해야 했고 우리가 정한 곳은 국부기념관이었다. 스타벅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지도 못할 것 같았고 샹산을 오르기엔 우리의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예스진지 가이드 팀장님을 만났는데 국부기념관에 가서 불꽃놀이를 보신다고 하셔서 우리의 선택에 안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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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편의점에 음식을 사러 갔다. 간단한 주전부리와 맥주를 사서 길바닥에 앉아서 대기를 했다. 국부기념관 안쪽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바깥 인도 끝 쪽에 종이를 깔고 앉아 우산을 들고 맥주를 홀짝였다. 투어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서 투어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내일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끝나면 무엇을 먹을지도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12시가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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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타이베이 101 빌딩에 영상이 나왔다. 일반인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영상을 송출해준다고 했다. 대만어라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빌딩에 올해 남은 시간이 카운트 다운되고 해피 뉴 이어란 글씨와 함께 화려한 불꽃 쇼가 시작되었다. 불꽃이 터지던 순간 소원을 빌자며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었는데 나는 그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가족들의 건강과 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내용의 소원이었을 것이다. 형형색색 터지는 불꽃을 눈에 담고 사진도 영상도 열심히 찍었다.



약 삼십 분 간의 불꽃 쇼가 끝났다.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지하철로 향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인도의 공간이 모자랐고 차도까지 침범하여 대모 행렬 같은 대형으로 걸어갔다. 12시가 넘은 깜깜한 밤,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이 참 묘했다. 각자의 이야기들을 하며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 걷다가 지하철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질 못하고 그냥 하염없이 걸었다.

허기가 진 우리는 훠궈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켜고 목적지를 찍은 다음 계속 걸었다. 허리가 무지 아팠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힘들게 몸을 이끌고 훠궈만 생각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24시간 무제한 훠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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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간인데도 사람이 꽤 있었다. 하루 종일 이동을 많이 하여 지친 우리는 몸보신을 할 요량으로 육고기, 해산물 종류대로 마음껏 시키고 맥주도 주문했다. 우리가 생각해도 체력이 대단하다며 감탄하면서 계속 추가 주문을 해서 먹었다. 보글보글 끓는 육수로 온기가 더해지고 체온이 올라가자 노곤해졌다. 배도 부르고 거기에 알코올까지 들어가니 몸이 풀렸다. 그 공간에 익숙해지고 주변 소음은 그냥 배경음이 되고 우리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항상 같은 이야기, 우리가 사는 이야기였다. 언제나 결론을 똑같다. 즐겁게 행복하게 살자고.


밥을 다 먹으니 눈이 감겨왔다. 일어나서 활동한 지 벌써 20시간이 다돼가고 있었다. 더 이상 이야기하다가는 훠궈 집에서 쓰러져 잘지도 모르기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나왔다. 1월 1일이었다.


“이번 새해는 불꽃을 보고 훠궈를 먹으며 시작했네.”


“그러게. 외국에서 새해를 보내는 건 처음이야”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니트에 베인 훠궈 냄새가 빠지지 않아서 회색 니트를 입을 때마다 대만 여행이 생각났다. 지금은 냄새가 좀 빠졌을까. 다시 꺼내 입어볼 때 냄새를 잘 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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