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는 온라인 스터디와 인증 사진 찍기가 한창 유행인 것 같다. 온라인 미팅으로 일과 학업을 대신하기도 한다니 시대가 정말 많이 변하긴 했나 보다. 독서, 글쓰기, 외국어 공부, 홈트레이닝, 러닝, 심지어 새벽 기상 등. 스스로 하고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거나 아예 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단톡방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만나는 것에 제약이 많은 만큼, 요즘의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좋은 방법. 혼자면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같이 하면 조금이나마 꾸준히 할 수 있고, 종종 군기가 빠지는 성실함에 책임감 한 스푼을 더해주니 이 모든 것이 가능하더란 말씀.
이런 건 젊은 사람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 MZ세대의 특징 같은 건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엄마가 줌 스터디를 하신단다. "네? 엄마 줌 미팅요? 손주 다섯의 할머니, 우리 엄마가 줌 스터디를 하신다고요?" 칠순을 바로 앞두신 연세를 생각하면, 솔직히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동창들과 영문 서적 한 권을 같이 읽고 싶다고 친구분들께도 물어보신단다. 아무리 영문과를 나왔어도, 전공이 꼭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게다가 공부를 놓은 지 수십 년은 지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건방진 딸은 속으로는 과연 누가 할까 의문이 피어올랐다. 걱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페이스톡 저 너머로 엄마의 들뜬 얼굴이 보였다. 매우 신나신 표정. "어. 분명 내 친구들도 좋아할 것 같아. 마음 맞는 사람 몇 명만 모여서 하면 되지."라고 하셨었는데 의외로 일곱 분이나 함께 하시게 되었다는 소식에 나까지 덩달아 설렜다.
알고 보니 엄마는 줌에 대해 들어만 봤지 그게 Zoom 인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알쏭달쏭한 상황이었다. 아마 무료로 30분만 쓸 수 있는 것도 알게 되셨을 듯. 본인이 칼을 뺐으니 끝까지 잘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무장하셨고 기어코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친구들과 온라인 스터디를 시작하셨다. 첫 세션 전에는 미리 인터넷 세팅도 하고 창도 열어보고 마이크 테스트도 하셨단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시작된 할머니들의 줌 스터디.
청교도가 미국에 도착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 일곱 분이 분량을 나눠 조금씩 읽기. 한주에 한 번, 꾸준히 온라인으로 만나 공부하는 시간.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갔겠지만, 남편 보필하고 자녀들 키우고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눈 깜짝할 새 벌써 노년을 맞이한 할머니들은 어느새 다시 꿈 많던 그 시절로 돌아가 열정을 쏟으셨다. 누구 하나 그만두는 일 없이 함께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기쁘게 하나 둘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일. 분명 다시 책을 읽으며, 펜을 잡으며 버퍼링이 걸리기도 하셨겠지만, 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감격한 엄마의 목소리로 이 소식을 종종 전해 들은 것이 7개월이나 지났는데, 이제 처음 기획하셨던 대로 끝냈다고 하신다. "우리 엄마지만 너무 대단해. " 정성 가득 축하를 전해드린다. 나이 듦이 두렵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가끔 이렇게 멋진 할머니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쩌면 도전과 노력에 따라 인생의 색체가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닐까 싶다.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건 할머니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엄마가 된 지금 나는 엄마라는 이름도 좋지만, 내 이름이 불릴 때 맑음 신호가 켜지는 것 처럼. 그래서 찾은 단어. 그 녀! 책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도 가보고 싶다는 그녀들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나에게 큰 감동을 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한다고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