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페인!

새로운 도시, 마드리드

by 마리롱

스페인으로 떠나게 되었다고 지인들에게 알렸을 때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언젠가 떠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회사생활에 답답하고 지쳐갈 무렵, 남편이 내게 말했다. 우리 스페인 가서 살까? 어. 그러자. 그냥 곧바로 대답했다. 앞뒤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반복의 연속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나는 스페인어도 모르고 스페인 축구팀에 대한 관심도 없는 상태였다. 스페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추로스와 하몽 정도? 하몽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날씨가 좋고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한편에 있었던 것 같다.


준비 기간도 별로 길지 않았다. 남편이 새로운 직업, 잡 오퍼를 수락하고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남편은 먼저 마드리드로 가서 우리가 살집을 찾았다. 나는 그냥 사진으로 보기만 했지만 한국에서 살던 아파트와 비슷해 보여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없었다. 게다가 바닥 난방도 있다니 한국에만 있는 줄로 알았던 난방은 이제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 것인가 갸우뚱하며. 가전만 있고 가구가 전혀 없는 텅텅 빈 새집이라 내 마음대로 가구를 살 수 있겠군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근처에 맥도널드도 슈퍼마켓도 있다고 하니 편리할 것 같았다.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직접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아 한 가지 걱정은 있다. 나는 임산부. 그것도 쌍둥이를 품고 있는 고위험 임산부다.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고 거의 바깥에 나가지 않는 상황. 다른 임산부처럼 입덧하는 것은 물론이고, 슈퍼를 한 바퀴 도는 것조차 힘들고 걱정도 되어서 집에만 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아빠인 신랑과 함께 출산하고 싶기 때문에 스페인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 장거리 비행 괜찮을까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이사는 해야 한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안정기에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신랑과 떨어져 살 순 없으니까. 다 함께 새 가족을 맞이 해야지. 힘을 내서 13시간은 무사히 가야 한다. 거기 가서 또 누워 있으면 되니까.


13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마드리드. 가구가 아무것도 없어서 하루는 집 근처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렇지만 긴 여행 끝엔 목이 너무 말랐다. 바로 스타벅스로 갔다. 신랑이 구해둔 집 근처에는 커다란 몰이 있었는데. 자라도 있고 대형 마트도 있고 그곳에 스타벅스도 있었다. 그런데 가서 너무 놀랐다. 우리가 몰에 도착한 시간이 밤 9시 반이 었는데 아이들이 넘쳐났다. 유모차도 너무 많고 심지어 아기들까지 나와 놀고 있는 이 풍경. 밤 9시 반 정말 이건 충격이었다. 프랑스 육아서를 봤을 때 분명 엄청 엄격하게 교육을 해서 일찍 잔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냥 옆 나라인 프랑스의 얘기였을 뿐. 스페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아이들의 천국인가?


괜한 편견이었는지는 몰라도 분명 있을 것 같았던 이방인에 대한 낯선 시선도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우중충 무채색 계열로 무장한 사람들은 전혀 없고 원색 계열의 알록달록한 옷을 마구 입고 다닌다. 의외로 다인종 국가인 것 같다. 겉으로 봤을 때 여러 국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신기한 이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이리저리 구경하기에 바쁘다. 눈이 자꾸만 돌아간다. 사람들이 새롭다. 언어도 신기하다. 너무 빨리 말해서 숨을 쉴 타이밍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다들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인다.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된다. 어떤 삶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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