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가구 배달
우리는 토요일 밤에 도착했고, 신랑의 출근은 월요일부터. 일요일 하루 만에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나는 쌍둥이 임산부.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 집으로 들어가면 또 누워서 생활할 거니까 하루 만에 누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 신랑은 주중에 일로 바쁘다. 아니길 바라지만 늘 그랬듯 주중엔 얼굴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로 살림살이를 준비해야 한다. 잘 곳 마련하기. 먹을 것 준비하기. 그래서 일주일 동안 내가 최대한 많이 누워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호텔 체크 아웃 후에 집에 왔다. 이제 여기서 살아야 한다. 우리 집이다. 슈트케이스 6개만 놓인 텅 빈 집을 바라보니 타지 생활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하루 호텔에서 잘 때는 여행 온 기분이었다면 이젠 정말 현실. 제일 필요한 가구 세 개를 꼽아봤다. 그것은 침대와 식탁과 소파. 하루 만에 골라 사서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 목표. 가까운 이케아로 향했다. 이케아가 가깝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한국에서 골라둔 가구를 사기로 했다. 아 드디어 실전 스페인어 시간. 손짓 발짓으로 가구를 사려니 어렵다. 모든 질문은 생략하고 그냥 산다. 뭘 사도 필요하니 잘 쓸 거라고 생각하면서.
무사히 구매는 마쳤는데 배달을 시키려고 했더니 당일 배송이 안된단다. 아니 그러면 또 하루 호텔에서 자나? 그런데 다음 날 배송도 어렵다고 한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안된다 무조건 오늘 집으로 가져다 두고 매트리스를 펴서 거기에 누워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케아 앞에서 명함을 나눠 주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용달 아저씨다. 명함을 나눠주시는 분들은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 약간 푸근하고 인심 좋으실 것 같은 분으로 골라 대화를 시도했다. 당연히 대화가 안된다. 아저씨는 스페인어만 하신다. 우린 못한다. 그래도 손짓 발짓과 번역기를 동원하여 용달 섭외를 성공했다. 얼마나 기쁜지! 와 드디어 집에 들어간다!!!
배송 및 조립비가 40유로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옮겨주시기만 했다. 그것도 집까지 옮겨주지 않을까 봐 가슴 졸여가며 기다렸다. 나는 쉽게 피로해져서 얼른 집에 가서 앉았고. 신랑은 아저씨에게 동원되어 같이 가구를 옮겼다. 이럴 줄 몰랐다. 속으로 속았다고 생각했지만 말도 못 하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할까. 우리는 조립까지 해주실 분을 찾았는데, 아저씨는 용달만 40유로라고 한 것이었다. 그것도 신랑과 같이 옮기는 용달. 그래도 말 못 한다고 아저씨가 아파트 1층에 그냥 가구를 두고 가 실수도 있으니 분노를 꾹꾹 눌러 아저씨와 같이 짐을 옮겼다. 처음엔 조립해주는 줄 알고 해달라고 하니 아니야 배달만 하는 거야 안녕. 하고 돈만 휙 받고 유유히 떠나신 남미 아저씨.
말이 통하지 않는 어려움을 거의 처음 느꼈다. 분명 나는 내 뜻을 다 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전혀 아니었다. 화가 난 것은 우리뿐이었고 아저씨는 전혀 미동도 없었던 것으로 보아해야 할 일을 잘하고 가셨다 스스로 여긴 듯하다. 말을 알아듣지 못한 잘못일 뿐. 그렇다 이곳에서 스페인어를 못하며 살 순 없는 거였다. 이제 왕초보 스페인어를 시작해야 할 때. 생각지도 못하게 새 언어를 배워야 하는구나. 그래도.... 매트리스가 무사히 도착해서 오늘은 집에서 잘 수 있겠다. 다행이다. 둘 다 피곤에 지쳐서 조립은 차차 하기로 했다. 나는 매트리스와 한 몸이 되어 계속 잤다. 정말 꿀 같은 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