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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롱 Jun 02. 2020

스페인에서 예방 접종

백신을 사 오라고요?

아이들은 생후 3일 뒤 7일 뒤 15일 뒤 병원을 갔고, 갈 때마다 잘 자라는지 키와 몸무게와 머리 둘레를 재고, 초음파로 뇌와 복부와 골반뼈까지 확인을 했다. 태어나고 다음날에 했던 피검사 결과도 집에 우편으로 도착했다. 각 항목이 뭘 체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모든 게 다 정상이라고 하니 건강해서 다행이다. 16일째부터는 비타민 D를 하루에 두 방울씩 꼭 먹이라고 했고, 유산균은 한번 먹일 때 5방울을 먹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식사 텀을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려고 하는데 참 어렵다. 울면 바로 밥을 주고 싶다. 나도 배고프면 바로 밥을 먹는데 이런 텀을 늘려야 한번 먹는 양이 많아지고 배 불러서 기분 좋게 놀고 잘 수 있다니 육아란 어려운 것이다.


드디어 첫 예방 접종. 내 차가 없어서 퇴근하는 신랑을 기다렸다가 저녁에 병원에 갔다. 마드리드 대학병원의 소아과 마지막 진료 시간은 8시 반, 그리고 밤 9시에 문을 닫는다. 15분에 한 명씩 예약을 잡아주는 것 같다. 아이 당 소아과 예약 하나, 주사실 예약 하나 이렇게 잡아야 하니 8시 1호 소아과, 8시 15분 2호 소아과, 8시 30분 1호 주사실, 8시 45분 2호 주사실 총 4건의 예약을 잡는다. 실제로는 쌍둥이 둘이 같이 들어가게 돼서 한 번에 봐주시지만 예약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스페인 저녁 식사 시작 시간이 8시에서 9시 사이라 이쯤 가면 대기도 없이 진료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8시 반쯤엔 자는 준비 9시에 취침이라 이렇게 다녀오면 취침 시간이 살짝 틀어지긴 한다.


늦게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또 신기했던 건 백신을 약국에서 사서 가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의료 보험을 내고 의료비는 정말 무료인데. 진짜 보험비만 내고, 병원에 가서는 수납하는 곳이 없다. 처음에 몇 번이나 어디서 돈 내야 하는지 물어봤는데, 정말 진짜 진찰만 보고 집에 간다. (약국은 따로 가야 하고 돈을 낸다.) 그래서 그런가 필수 접종은 무료지만, 선택 예방 접종은 백신을 직접 사 오라고 했다. 며칠 전 약국에 들렀더니 백신 두 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미리 주문을 해두고 온도 유지를 위해 냉장고에 잘 보관하고 가져갔다. 병원비가 보험비로 커버되는 대신 정말 비쌌던 백신 가격. 백신 하나가 거의 100유로였다. 쌍둥이니 200유로. 같은 백신으로 30유로 저렴한 다른 브랜드가 있어 그걸 맞아도 된다고 하는데, 바이러스 조차 비싼 걸로 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있었다.


쌍둥이를 늘 웃는 얼굴로 맞아주시는 담당 선생님도 잘 만나고, 주사실에서 주사도 잘 맞았다. 물론 둘 다 우왕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지만 졸려서 그랬는지 금세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들의 첫 예방 접종. 계속 맞아야 하니 별게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처음이라 뭔가 큰 산을 넘은 것 같다. 오늘도 느꼈다. 얼른 스페인어를 잘하고 싶다.

(왼쪽) 5방울씩 먹이라던 유산균 (오른쪽) 두방울 먹여야하는 비타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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