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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롱 Oct 02. 2020

전쟁 같은 육아 중 우리 사이를 지키는 법

나도 힘들지만 그도 힘들다

1.

전쟁 같은 육아 중에도 잠시 숨 쉴 틈이 있다. 그것은 아이가 자는 시간. 우리 집 아기들은 아기방 침대에서 자기에 자는 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스스로 나오 힘든 구조의 침대라 아기가 깨서 부르면 가기에 더더욱. 그런데 낮잠을 자다가 울면서 날 찾는 아기. 첫 낮잠도 잔 듯 만듯하게 지나간 날이라 왜 안 잘까 하며 방에 가봤더니 잠에서 덜 깼는데 울고 있다. 악몽을 꿨는지 비몽 사몽한 중에도 계속 운다. 마음이 아파 얼른 안고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토닥토닥 다시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아기를 보니 오늘의 낮잠은 거실에서 재우기로 한다. 얼른 바닥에 요를 깔고 배게를 두고. 오랜만에 보는 아기 자는 모습은 세상에서 제일 평화로운 모습이다. 숨 쉬는 소리도 자장가 같다. 소리를 최대한 낮추어 신랑과 얘기했다. 진짜 예쁘다고. 어느 부모나 그럴 것이다. 아이가 자는 모습에 모두가 반한다. 폭탄 맞은 부엌도 잠시 잊고 여기저기 널려진 장난감은 잠시 잊고 그냥 같이 아이를 바라보는 평화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와 보내는 시간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사실 아이가 잘 때 부모도 조금 쉬어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2.

아이를 키우다가 내가 마음먹은 게 하나가 있다. 최대한 부탁 안 하기. 부탁하면 내가 더 편해지는 도 맞고 뭔가 조금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기저귀를 갈 때 한 명이 잡고 한 명이 갈면 수월하다던지, 아이를 보고 있으니 이것 좀 가져 다 달라고 한다던지. 바로 옆에 있으니 전달해달라던지. 부탁하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합리적인 것이고 마침 옆에 있으니 충분히 도움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잠시의 숨 돌릴 틈까지 내가 빼앗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는 나도 힘들지만 그도 힘들다. 말하지 않아도 각자가 부지런해지는 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인 것 같다. 보이는 은 알아서 쓰윽 처리해두기. 해치워진 일을 보면 고마워하기. 내 일도 네 일도 없다. 육아는 우리 일. 아기들은 우리가 지켜줘야 할 우리의 아기들. 이렇게 팀워크가 튼튼해져 가야지. 오늘 돌이켜 보니 내가 많은 부탁을 한 것 같아 찔리는 마음 한 가득이다. 주말이 끝났고 내일은 새벽 출근 데이라 미안한 마음.


3.

아기가 다쳤다. 정말 계속 보고 있어도 종종 다치는 일이 생긴다. 아직 말이 트이지 않은 아기 둘과 있으면 아기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각자 다 동선으로 제 갈길 가는 경우도 있다. 스페인의 집은 다행히 부엌이 방으로 되어 있어서 문을 닫으면 가장 위험 요소가 많은 부엌 출입은 통제할 수 있는데, 그래도 정말 예기치 않게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루는 아기 둘이 서로 안아주고 예뻐해 주는 것 같더니 한놈이 한놈을 물었다. 그 찰나의 아찔한 순간이란. 보고 있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어제는 둘째가 신나서 마구 뛰어가다가 소파에 부딪혔다. 패브릭 소파가 그리 단단할 줄이야. 바로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 부랴부랴 마데카솔을 발랐다. 물론 어른의 부주의로 아이가 다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아기 아빠나 아기 엄마나 아기를 보는 사람 대부분 아이가 다칠까 봐 조심한다. 잘못을 묻거나 따지기 전에 꼭 그래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누구보다 자책하며 마음 아파하는 사람에게 자칫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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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 개인 치과를 운영하시는 분이 있다. 나보다 2개월 빨리 셋째(막내라고 늘 강조하시는)를 낳았는데, 하루는 내게 그런 얘기를 하셨다. 늘 씩씩해서 몰랐는데 건망증이 너무 심해져서 MRI까지 찍었단다. 너무 중요해서 잊을 수 없는 부분까지 잊히길래 어쩔 수 없이 한번 찍어봤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스페인 병원의 처방이 인상적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한두 시간이라도 좋으니 꼭 개인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맞다. 결국 해피 맘, 해피 베베 아니겠는가. 결론은... 신혼부부 시절의 토라지면 서로 풀어주는 그런 패턴은 어린 아기 육아기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 이기도 하다. 힘든 시기에 들은 날카로운 한마디는 오래오래 남는다. 예방이 최고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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