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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Nov 12. 2021

괜찮은 남편 시리즈를 만들었다.

괜찮은 사람에 대한 괜찮은 헌정품.

 작가의 서랍에 켜켜이 저장된 글들은 많은데 스스로의 글이 탐탁지 않아 쉽사리 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 오랜만에 남편의 이야기를 쭉 써 내려갔다.

이상하리만치, 남편과의 이야기는 그때그때 날것으로 쓰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반응을 해주신다.

이번 글은 내가 표출했던 감정 중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아서 깜짝 놀랐고 그 덕인지 구독자 수도 갑자기 100을 넘어섰다.


 아직 이렇다 할 만큼의 안심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나는, 우리는, 무던히 우리의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나는 이 무던한 일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평소보다 더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다. 남편의 눈치를 보는 것과는 좀 다른데, 자기반성의 의미를 담아 평소 남편에게 많이 기댔던 고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려 노력 중이고, 애교는 없어도 말 한마디 툭툭 내던져 남편이 벼랑 끝에 몰리지 않도록, 한마디 한마디 정성을 들이고 있다. 진작에 수반되었더라면 좋았을 노력.


 이런 잔잔한 일상을 유지하는 와중에 며칠 새 꾸준히 '좋아요' 브런치 알림이 뜨고 구독자수는 100을 넘어가니 내심 설렜다. 유치하게도, 알림을 볼 때마다 광대는 승천하고 남편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마음도 내려놓고 지켜보려 한다.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배우님이 어느 인터뷰에 나와 "들뜨지 않으려 노력한다"라고 말씀하신 게 이상하리만치 내 뇌리에 꽂혀있었는데 한동안 그 의미를 모르다가 조금씩 알 것 같다. 오영수 배우님이야 대단한 쾌거를 이뤄내셨고 그에 합당한 파급력이었으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멋있다지만, 난 요 개미 똥자루만 한 해프닝에도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니, 좀 우습기는 하다.


처음엔 내가 글을 잘 쓴 것도 아닌데 왜 좋아요가 달렸을까 평가의 잣대를 나 자신으로 돌려 의아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글에 대한 '좋아요'는 좋아요가 아니라 '맞아요'가 아닐까 싶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은 제각기일 테고 보이는 모습도 다 다를 테지만,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그냥 그럴 때'에.




아무튼 괜찮은 남편 시리즈를 써 볼 요량으로 매거진을 만들어 봤다.


그동안 몇 번 생각은 했지만,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지극히 사적이고 아무것도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가 소재나 될까? 싶고, 잘 해내지 못할 거라면, 꾸준히 풀어가지 못할 거라면 일 벌이지 말자 싶었더랬다. 그런데 내 가장 예뻤던 시기를 함께 한 과거이자 고마운 현재이자 함께하는 미래가 될 사람의 이야기를 담지 않는다면 나는 무얼 더 꾸준히 잘 해낼 수 있을까?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 은희경의《새의 선물》 중에서 -


이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만을 바라보며 함께 하기로 한 그에 대한 내 마음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다. 나에게 보여줬던 그의 마음에 대한 것이다. 비가 오고 눈이 와서 힘들고 아플 때 잊지 않도록.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사라져도 순간의 미움에 속지 않도록. 그가 그를 잃고 내가 내 자신을 잃었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괜찮은 사람에 대한 괜찮은 헌정품.
이번 일을 계기로  역시 삶의 목표도 생기고 깨달음 같은 것을 얻었는데,  시리즈가  지리한 여정에 편집점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목표점에 도달하게 되었을 , 괜찮은 남편에게  괜찮게 헌정될  있기를.




※[괜찮다]의 정의는 꽤나 주관적이므로 돌맹이는 사절입니다.


                                                                                    (사진: Lost in the city by Nicholas S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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