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안 해도 돼"

두아이의 엄마가 된 여자-185일째-

by 여름의summer

"이런 거 안 해도 돼"


장녀한테 너무 몹쓸 짓을 했다. 한다. 하고 있다. 아마 내일도 할 것 같다.

(장녀라는 말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우리 작은 아가)

그 어떤때보다 바쁘게 지내며 내 마음에 빈틈이 없다는 핑계를 대본다. 왕복 한시간을 넘게 걸어야 하는 첫째의 어린이집 픽업, 둘째의 이유식, 삼시세끼 집밥과 청소, 매일 돌려도 계속 쌓이는 빨래, 해만 떨어지면 울어제끼는 둘째 케어... 그 중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면 여유가 조금은 찾아오는 것일까.


쌓아놓은 그릇들에 한쪽 눈만 질끈 감았어도 모두가 편했을 것을.


좁은 거실 바닥 발 디딜 틈 없는 곳에서 갈길을 잃고 보채는 둘째를 안고 재우다 바운서에 오른발이 찍혀 악 소리가 나왔다. 다른 방에서 혼자 놀던 첫째가 후다닥 달려와 왼발에 '호'를 해준다. 쌓여있던, 나의 오른발을 알아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이 욱하고 튀어나온 것이었을까. 매정하게도 나는 기어코 한마디를 뱉어버렸다.


"그런 거 안 해도 돼. 엄마가 도와달라고 할 땐 싫다더니"


엄마가 설거지하는 동안 둘째를 잠시 봐달라고 부탁한 터였다.

'엄마'를 도와주는 건 괜찮은 걸까.

과거의 영광을 잔뜩 맛본 퇴역한 군인과 같은 쓸쓸함을 느끼고 있을 첫째에게 동생을 마냥 예뻐해 주기만을 바라는 건 무리였을까. 동생을 봐주지 않는 첫째에게 섭섭함과 얄미움까지도 느껴졌다.


그렇게 냉정하게 뿌리치고 나서는 내 마음이 칼로 도려낸 듯 아파왔다. 첫째가 지금 느끼고 있을 서러움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런거' 안해도 된다고 들었을 때의 상처받은 두 눈이 모든걸 말해주었다.

주방에 주저앉아 울고 싶었는데 그럴 자격도 없는 것 같아 꾹 참았다. 첫째가 미운 두 살일 때 느꼈었던 서러운 기시감 같은 것이 몰려오면서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난 지 겨우 3일 차에 오롯이 혼자서만 맛봐야했던 아이 둘 육아는 매우 씀쓰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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