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입원 일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여자 -일주일 기록-

by 여름의summer

D -day

제왕절개지만 둘째의 탄생은 남편의 입회하에 이루어졌다. 제왕절개는 당연히 남편이 들어오면 안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첫째 때는 응급으로 너무 정신없이 이루어졌었고 무서웠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남편이 꼭 있어주길 바랐다. 남편 외에 아무도 없이 타국에서의 첫 출산인지라, 더욱 그랬다. 도쿄의 한 대형병원이었는데 수술실은 더웠고 한국보다 많이 낙후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세상 어디에 한국의 병원 시설, 시스템을 따라갈 곳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간호사 분들은 개인차가 있겠으나 한국보다 훨씬 친절했고 성의를 다해 보살펴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여기서는 양팔을 꽁꽁 묶인 채로 수술을 받게 되어 공황처럼 너무 무서웠다. 호흡기는 의미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내 호흡은 너무나 가팔랐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번에는 울지 않고 웃는 얼굴로 딸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 말을 건네며 나는 또 엉엉 울어버렸다. 안도감이었을까, 고마움이었을까. 수술대에서 느꼈던 공포감만큼이나 둘째가 우리에게 무사히 와준 것이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회복실로 옮겨가고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제왕의 아픔에 서서히 눈을 떴을 때 즈음엔 이미 날이 저물어 저녁이 되어있었다. 똑똑. 드디어 내뿜으로 왔다! 갓 수술한 배는 내장이 타들어갈 듯 아프지만 한번 안아보고자 꿈틀거려 문쪽을 바라봤다. 소아진료의가 들어와 둘째를 대학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한다. "에?" 결론은, 폐에서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스스로 호흡을 하기 어려워하는데 혹시 모르니 주말이고 더 늦어지기 전에 대학병원에서 관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그 말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는데 의사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보호자 누구 있어요? 아이 따라가야 되는데"


아차 그렇지. 당연한 거였는데.

남편은 첫아이와 집에 있고 우리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의사와의 대화는 고작 수초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짧은 순간에 온갖 생각을 다했고 감정과 마음이 널을 뛰었다. 서러웠지만 내가 정신을 붙잡아야 나를 믿고 세상에 나와준 우리 아이를 지킬 수 있었다.

"남편과 먼저 상의해보고 간호사분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체면 따위 중요치 않은 순간이었기에 남편과 나는 평소 어린이집에서 종종 왕래가 있던 마마토모(아이를 통해 친구가 되는 엄마사이)에게 부탁을 했다.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남편은 나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어떻게 지나갔을지 모를 밤을 보내며 이미 두 번째라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 나는 제왕절개의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D+1〜2

작은 것, 사소한 것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아이러니컬하지만 세상이 나에게 친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감사하기도 편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원래도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었던 것만 같다.


D+3

다행히 둘째가 무사히 내 품으로 돌아왔다. 혼자 집에서 살림하고 첫째를 케어하며 둘째와 내 면회를 각각 다니며 나만큼이나 전전긍긍했을 남편에게 새삼 감사하다. 남편이 없었으면, 나는 어땠을까.

첫째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감기를 옮아온 탓에 일주일정도 엄마를 못 만나도 씩씩하게 잘 버티는 아이인데 그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니 한쪽이 아려온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에바는 어딘가 모르게 커 보였고 성숙해 보였다.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오물거리던 아이가 입을 뗸다.

"엄마 진짜 손은 기억하는데 몸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기억이 안 나"


D+6

드디어 내일이면 퇴원이다. 첫째 때는 입원기간이 짧게 느껴졌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길게 느껴졌다. 아마 찾아오는 사람도 없거니와 '내 집'에 가야 한다는 사명감(?)때문이었을까. 수술부위의 회복도 빨랐다. 정말 책임감 하나로 목숨 걸고 움직였다. 그리고 어제 에바가 면회를 왔는데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매우 성숙해져 있었는데 뭔가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내가 엄청 짜증을 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가 고작 별것도 아닌 이유로 본인을 노려봤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이것밖에 안 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참을 새도 없이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는데 지켜보던 에바가 같이 울어준다. 모녀의 감정선을 이해할 리 없는 남편은 왜 우냐고 묻는다. 공감. 에바가, 나의 마음을 읽어주었다.

생각만 해도 늘 미안한 마음만 드는 나의 넘버원.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그저 웃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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