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평범한 서른 살 여성입니다. 이 나이 또래들이 그랬듯이 방과 후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며 웃고 울다가 문득, 감정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재능의 영역이라는 현실을 깨닫고 대학생 땐 출판사 에디터를 꿈꿨습니다. 글을 매일 만나고 매만지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졸업 후 정신을 차려보니 기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방향은 아니지만 어찌저찌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또는 목적이 있는 업무용 글이 아닌 생각을 담는 글을 쓰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좀 설레기도 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깊고 깊은 곳에 있는 '진짜 생각'을 직접 꺼내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런 작업을 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온갖 자질구레한 감정들을 끄적이는 이 글은 일기와 비슷하겠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어쩌면 이 글은 가장 사적이지만 사적이지 않은 문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일상의 조각들》은 생활 속 작고 사소한 장면들을 모아 쓰는 에세이입니다. 매일 수많은 장면을 만나고 그중 대다수는 흘러가 버립니다.
하지만 다 쓴 달력 한 장, 냉장고 구석의 나물 봉지, 길을 걷다 우연히 눈길이 닿은 새싹이 마음속 어딘가를 툭 건드릴 때도 있죠.
이 글은 매주 한 꼭지씩, [서랍 속 기억] [일상의 틈] [냉장고일지] [택배일지] [식물일지] 이런 소제목들이 고루 등장하게 써 볼 예정입니다.
'아무 일도 아닌 일들'에서 시작된 기억과 감정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며 꺼내어 보고,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조각들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생활의 조각들을 모으면 어느새 내가 살아낸 시간이 됩니다. 지금 내 삶을 이루는 건 어쩌면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버려진 포스트잇이나 마른 치약 뚜껑 같은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지도 모를 순간들을 붙잡아두려는 마음으로, 오늘도 한 조각을 꺼내어 봅니다. 그 조각들이 내 감정의 형태를, 생각의 모양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 작고 조용한 조각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해 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