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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Apr 13. 2020

대학원생은 영어를 잘해야 할까?

이득 정도?

  나는 영어를 안 좋아한다. 3년 정도 미국에 살았던 적이 있다. 덕분에 무척 잘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못하지도 않는 선에서 영어를 구사할 줄 안다. 한국에 살면서 영어를 왜 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리고 실제로 영어를 한국에서 사용할 일도 딱히 없었다. 해봤자 초, 중, 고, 그리고 대학교 수업에서나 사용했다. 그래서 영어 실력을 늘리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안타까워하셨다 (혼을 내셨을 수도 있지만 다행스럽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언니들이 영어를 잘해 스스로 비교를 했고 초등학교 때였나? 중학교 때 영어 발음이 본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했던 적이 있어 영어를 안 좋아하게 되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자 영어시험을 쳤다. 시험 과목은 TEPS였다. 흔히 알고 있는 토익과 비슷하다. 시험 결과는 입학 점수를 넘겼었다. 그런데 아빠는 계속 더 쳐봐라고 하셨었다. 입학 점수가 다가 아니라는 말을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자식은 부모님 말을 안 듣게 인지상정. 아빠 말을 한 귀로 흘렸다. 그런데 지도 교수님이 졸업 점수를 넘겨야지 입학을 인정하겠다는 말을 듣고 소름 끼쳐하며 엄마에게 아빠에겐 절대 비밀이라 하고 입학 신청까지 한 번뿐이 남지 않는 시험을 다시 쳤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부부 사이에 비밀이 오래갈 수도 없고 무엇보다 수험료를 아빠 카드로 결제했다. 절대 비밀은 무슨...). 정신 차리고 시험을 봐서 그런지 두 번째 본시험은 첫 시험 보다 성적이 많이 올라 입학과 졸업에 모두 문제가 되지 않을 점수로 나왔다.


  논문이 영어다. 한국어로 읽어도 이해를 할 듯 말 듯인데 영어로 논문을 읽으려니 버겁다. 내가 속한 연구실은 영어로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석사과정 때 부모님 집에 내려가 영어가 싫다고 울고불고 한 적도 있다. 같이 논문을 작성하는 외국인 공저자들에게 원고를 보내면 좌절이었다. 박사과정인 지금은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초월해 내가 이걸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징징거렸지만 영어실력이 좋으면 좋을 뿐이다. 시험은 공부해서 점수가 될 때까지 치면 된다. 논문은 계속 읽으면 전문 용어가 익숙해져 읽는 속도가 조금 붙는다. 논문을 계속 작성하면 어제의 글보다 오늘의 글이 조금 괜찮아지기도 한다. 말하기도 괜찮다. 외국인이 한국말을 서툴게 한다고 '너 한국말 진짜 못한다.', '한국어 공부 안 하니?'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의 한국어 수준으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고 다시 묻는 것처럼 외국인도 우리에게 그럴 것이다 (경험상 그런다). 그리고 영어 실력이 아무리 안 좋아도 연구가 좋으면 그들이 나의 영어를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살짝 정신승리 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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