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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Apr 22. 2020

연구노트 작성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큰 메모지로 생각하는 중.

  어느 순간부터 연구실에 '연구노트'라는 것이 생겼다. 모든 사람들은 신문물을 접한 것 마냥 공책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훑어봤다. 나 또한 훑어보다 어렴풋이 둘째 언니가 실험을 하면서 작성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모든 일을 컴퓨터로 하는 나는 어떻게 작성을 해야 하나 더욱 난감하던 중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었다.


  "참여하는 프로젝트마다 한 권이야. 검사도 한다고 하니 한 번에 쓸 생각 말고 꾸준히 적자."

  

나는 3권의 연구노트를 받았고 남편은 5권을 받았다. 모두 남편을 보며 어이없다는 식의 웃음을 내뱉었다. '저거를 언제 어떻게  적지?'라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구노트 작성의 목적은 연구자의 연구활동이 어느 시점에서,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가를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연구노트를 사용할 때마다 기록자의 성명과 날짜를 작성해야 하고 1-2주 간격으로 점검자 서명까지 필요하다. 까탈스럽게 빈 공간에는 엑스 표시 혹은 사선을 그어 여백이라는 것을 표시해야 한다. 연구노트는 정말 연구를 위한 것이고 소유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적인 글은 작성하지 않아야 한다. 대학교 때 강의 내용을 필기하던 것처럼 작성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들을 강의가 없다는 함정이 있지만...


  나는 악필이다. 모든 공책의  장은 소중하듯 연구노트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배워가는 무언가를 또박또박 보기 좋은 글씨체로 작성했다. 하지만 손도 아프고 타이핑 속도보다 느린 손글씨에 갑갑함을 느껴 다시 나의  글씨체로 돌아갔다. 노트의 내용도 점차 새로 습득한 연구 내용보다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 혹은 변수의 수치로 가득 채워져 갔다. 그러다 가끔 이건 심하다 싶으면 코딩 결과를 프린트하여 붙여 넣기도 했다.


  커피도 쏟고 현장에 들고 다녀 많이 더러워졌지만 형식 없이 마구잡이로 작성한 연구노트가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될 때마다 '이게?'라는 생각이 들며 신기해한다. 그럼 지금이라도 잘 작성해 볼까?라는 마음이 생겨났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뭐든 의욕이 강하면 오히려 실패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처럼 무심하게 꾸준히 작성하기로 다짐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형식상 연구노트의 보관기간은 30년이다. 과연 누가 그리고 어디에 나의  꼬질꼬질한 연구노트를 30년이나 보관할까?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다시 펼쳐 보는 일이 있을까? 공간과 에너지 낭비라 생각한다. 그런데  하필 30년일까? 궁금한  투성이지만   없는 신비한 연구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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